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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XW 2026] “AI는 엔진, 설계자는 레이서” 3DXW가 그린 ‘협업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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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그저 엔진일 뿐이고, 운전자는 여러분입니다(AI is just an engine. You’re the driver)”

 

올해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월드(Dassault Systèmes 3DEXPERIENCE World)’에서 등장한 메타포(Metaphor)다. 행사는 이 메시지와 물리 세계(Physical World)를 겨냥한 인공지능(AI),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를 올해 핵심 어젠다 중 하나로 채택했다.

 

이는 AI라는 동력을 어디에 배치하고, 그 출력값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다쏘시스템의 설계 프로세스를 함축한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설계자의 의사결정이 핵심적인 조종간이 돼야 한다는 원칙인데, 행사가 내세운 다양한 맥락을 실질적인 구현 단계로 연결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배치됐다.

 

이 가운데 다쏘시스템은 자사 가상 환경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을 물리 기반 AI와 결합한 ‘산업용 월드 모델(Industrial World Model)’을 엔비디아(NVIDIA)와의 파트너십으로 공식 선언했다. 이 선언과 함께 ‘피지컬 AI’의 키워드는 행사 전반을 관통하는 개념으로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진짜 초점은 ‘어떻게 설계자의 화면과 일상 워크플로를 바꿀 것인가’에 가까웠다.

 

3DXW 2026은 기존 기술 전시 콘셉트에 그치지 않고, 공공과 산업 그리고 교육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혁신 플라이휠(Innovation Flywheel)’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의 지원이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고, 그 인재가 산업 현장을 혁신하며 다시 사회적 자산으로 환원되는 자생적인 선순환 구조를 그리는 구상이다.

 

행사는 이 플라이휠을 가동하는 실질적 엔진으로 피지컬 AI를 지목했다. 다쏘시스템 컴퓨터지원설계(CAD) 솔루션 ‘솔리드웍스(SOLIDWORKS)’를 책임지는 마니쉬 쿠마 솔리드웍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 전략을 쉽게 정리했다. 그는 “AI는 설계와 검증을 최적화하는 강력한 엔진이지만, 운전대는 언제나 설계자가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와 버추얼 팩토리, 엔비디아 파트너십이 설계하는 청사진

 

 

다쏘시스템이 정의하는 피지컬 AI는 단순한 생성형 AI(Generative AI)를 넘어선 개념이다. 현실 공장과 설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버추얼 트윈 공장(Virtual Twin Factory)’과, 그 위에서 데이터를 학습해 공정·품질·운영을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공장(AI Factory)’을 결합한 구조다.

 

하나는 실제 공장의 3차원(3D) 복제본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안에서 흐르는 데이터를 지속 분석하는 지능형 배후 시스템(Back-end)이다. 마니쉬 쿠마는 “이 두 기술 계층이 융합될 때 다양한 지식으로 무장한 가상 공장(Virtual Factory)이 구현된다”고 설명했다.

 

설계 데이터와 제조 이력, 품질 및 납기 정보가 단일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 위로 AI가 가동되는 이 시스템은 더 이상 단순한 시뮬레이터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각 조직이 그동안 축적한 모든 지식·노하우를 집약한 소위 ‘지식 압축 공장(knowledge Compression Factory)’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다쏘시스템이 말하는 ‘생성형 경제(Generative Economy)’ 역시 이런 지식 압축 공장을 기반으로, 설계와 운영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생성·재사용되는 구조를 가리킨다.

 

이 같은 버추얼 팩토리는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맞물린다. 양사는 다쏘시스템 버추얼 트윈 플랫폼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와 엔비디아의 실시간 3D 협업 및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인프라 등을 결합해 물리 법칙을 따르는 산업용 월드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월드 모델은 특정 장비나 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설계·생산·물류·서비스까지 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설계됐다. 양사의 협력은 다쏘시스템이 축적해 온 산업별 노하우, 고객 데이터 등과 엔비디아의 물리 기반 AI 프레임워크가 만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과학으로 검증되는 디지털 세계’를 만들겠다는 게 양측 비전이다.

 

마니쉬 쿠마는 이러한 비전을 설계자 관점에서 정재해 본질을 정의했다. 그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피지컬 AI의 역할을 설계와 검증을 가속하는 엔진으로 한정했다. 설계 목표 설정, 제약 조건 정의, 최종 판단 등은 끝까지 설계자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강조한 것이다.

 

피지컬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방향을 정하고 모든 워크플로를 결정하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전제다. 그에 따르면, 이때 버추얼 팩토리는 설계자가 이 엔진을 다루는 물리 AI 인터페이스이자, 설계·제조 지식이 축적되는 장기 기억장치 역할을 맡는다.

 

대화형 설계와 가상 동반자, ‘설계 민주화’를 향한 인터페이스?

 

마니쉬 쿠마가 반복해서 언급한 주요 메시지는 ‘말로 설계하고, 말로 시뮬레이션하는’ 작업 흐름이다. 다쏘시스템은 이번 3DXW에서 지난해 대비 더욱 개선된 ‘가상 동반자(Virtual Companions)’ 라인업을 공개했다. 최초 버추얼 동반자인 아우라(AURA)에 레오(LEO)·마리(MARIE)를 추가한 완성형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여기서 가상 동반자는 설계 화면 안에서 사용자와 대화하며 정보를 찾고 모델을 바꾸고 시뮬레이션을 준비해 주는 AI 조수다. '아우라'는 프로젝트 맥락과 요구 사항을 정리하고, '레오'는 형상·시뮬레이션·제조를 잇는 작업 순서를 제안하며, '마리'는 소재·규제·지속가능성 같은 과학 기반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구체적으로, 아우라는 내부·외부 지식을 모두 아우르는 설계 비서다. 사용자가 특정 조건에 맞는 경량 구조물 설계를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자가 일반적인 구조와 준수해야 할 규정을 물으면, 아우라는 즉시 관련 규격, 과거 설계 사례, 최신 가이드라인 등 조직 내부의 데이터를 한데 모은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설계 방향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반드시 지켜야 할 기술적 제약 사항까지 정리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이어 레오는 실제 형상을 다루는 파트너다. ‘이 부분을 더 두껍게 보강해 달라’, ‘여기에 보강 리브를 몇 줄 더 넣어 달라’와 같은 지시에 맞춰 모델을 수정한다. 필요하면 과거에 사용했던 유사 부품을 찾아 함께 제안한다. 사용자는 리본 메뉴와 아이콘을 찾느라 시간을 쓰지 않고, 문제 정의와 의사결정에만 집중하면 된다.

 

끝으로 마리는 마지막 단계에서 현실의 제약을 점검하는 동반자다. 특정 부품의 재료를 바꾸려 할 때 강도뿐 아니라 피로 수명, 온도 특성, 환경 규제, 재활용성 등을 한데 검토해 준다. 또 선택한 소재와 공정이 각국의 규제와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목표를 충족하는지까지 확인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

 

 

마니쉬 쿠마는 이를 두고 “설계를 더 민주화(Democratization of Design)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했다.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복잡한 도구를 대중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혁신 프로세스를 내세운 것이다.

 

이는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툴의 사용법을 몰라도 생성형 AI에게 원하는 스타일을 지시해 결과물을 얻는 방식과 닮아 있다. 설계 역시 마찬가지다. CAD 명령어를 일일이 숙지하지 못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AI 엔진의 도움을 받아 모델을 만들고 다듬을 수 있게 하겠다는 로드맵이다.

 

솔리드웍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모든 엔지니어의 책상 위에 CAD를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말로 설계를 시작할 수 있는 시대’를 향해 목표를 옮기겠다는 승부수다.

 

"지식과 규칙이 연료가 되는 피지컬 AI" 그리고 다음 세대 설계 엔지니어

 

이러한 대화형 설계와 버추얼 팩토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 안에서 학습·판단할 설계·제조 데이터 및 현장 노하우가 쌓여 있어야 한다. 마니쉬 쿠마가 반복해서 언급한 것은 지식과 노하우다. 그는 가족을 위한 맞춤형 테이블을 설계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좁은 공간에 맞추기 위해 규격 가구로 해결할 수 없는 치수와 구조를 만들어야 했고, 하중·흔들림·사용성을 고려해 다리 구조와 보강 리브를 설계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치수값이 아니라, 어떤 구조가 안전하고 편안한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었다.

 

피지컬 AI 전략에서 이 지식과 노하우는 곧 데이터다. 문제는 각 회사가 가진 규칙과 프로세스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회사는 특정 볼트 규격을 쓰지 않고, 어떤 회사는 용접 대신 볼트 결합을 선호한다. 또한 한 사용자는 항상 30% 이상의 안전율을 요구하고, 또 다른 고객은 규격보다 경량화를 우선시한다.

 

마니쉬 쿠마는 이런 규칙과 프로세스가 사용자의 지적재산권(IP)이자 경쟁력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피지컬 AI는 공개 데이터로 학습된 범용 모델만으로는 부족하고, 각 회사의 설계 룰을 학습한 ‘도메인 특화 모델’과 ‘사용자 맞춤형 학습’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 대목에서 그는 데이터 생애주기 및 보호 문제도 함께 짚었다. 한 사용자가 다쏘시스템의 플랫폼에서 피지컬 AI를 학습에 활용할 때, 해당 데이터와 규칙이 다른 고객의 모델에 섞이지 않도록 하는 투명성이 신뢰의 전제라는 점을 전제로 내걸었다. 피지컬 AI는 설계자와 조직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만큼, 이 지식의 ▲소유권 ▲사용 범위 ▲삭제·추적 가능성이 명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은 이번 3DXW를 관통한 전반적인 기조와도 맞물린다. 수칫 제인(Suchit JAIN) 다쏘시스템 전략 및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은 “AI는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도구일 뿐, 창의성의 불꽃(Spark)은 사람에게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인도·리투아니아 등에서 진행 중인 교육·경진대회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젝트 전체 주기를 몸으로 익힌 인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크리에이터인 제이 보글러(Jay Vogler)는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다섯 단계로 정의했다. 그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설렘’으로 시작해 ‘복잡함’과 ‘좌절 구간’을 거쳐, ‘몰입’을 지나 ‘사후 확신’에 이르는 사이클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감정 곡선을 단 한 번이라도 끝까지 완주해 본 경험이 설계자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프로세스가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피지컬 AI와 버추얼 팩토리는 이 프로젝트 사이클 한가운데에서, 설계자가 포기하고 싶은 지점을 다시 한 번 밀어주는 엔진으로 제시됐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과 규칙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장기 저장소이자 학습 기반으로 기능한다.

 

현시점 설계·제조 현장에서 이 같은 메시지는 단순한 자동화(Automation) 이상의 가치를 지향한다. 인적 자원에 의존하던 기존의 프로세스를 시스템 중심의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이때 피지컬 AI와 버추얼 팩토리는 경험 많은 설계자와 현장 인력이 머릿속에 축적해 둔 노하우를 정밀하게 추출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개별적인 기억에 머물지 않고, 플랫폼 위에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지식 자산으로 탈바꿈한다. 즉, 개인이 아닌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거대한 엔진을 구축하는 셈이다.

 

쿠마 CEO는 대화형 설계와 가상 동반자가 새로운 세대를 위한 혁신적인 진입로를 열어준다고 말한다. 복잡한 메뉴와 명령어를 익히느라 시간을 허비하기 전에, 사용자가 본연의 문제 정의에 집중하고 즉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결국 관건은 사람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설계 경험을 시스템의 지능으로 옮기는 일이다. 피지컬 AI와 버추얼 팩토리는 선배 세대가 쌓아온 규칙과 패턴을 데이터로 고정해 두고, 다음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재사용하게 만드는 장치다. 마니쉬 쿠마가 강조한 것처럼, AI는 이 지식을 더 멀리·더 오래 가게 만드는 엔진일 뿐이다. 무엇을 만들고 어떤 결정을 기반으로 결과물 내놓을지는 설계자의 손에 남아 있다.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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