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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XW 2026] AI를 얹지 말고 심어라...다쏘시스템이 꺼낸 ‘산업 AI’의 새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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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Dassault Systèmes 3DEXPERIENCE World 2026 이하 3DXW)’이 이달 1일(현지시간) 나흘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프랑스 소재 시뮬레이션 및 3차원(3D) 설계 솔루션 업체 다쏘시스템이 매년 자사 생태계 이해관계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이 행사에서 파스칼 달로즈(Pascal DALOZ)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책임자(CEO)가 키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은 엔지니어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에 더 나은 가치를 심는 증폭기”라고 못 박았다. 그가 그린 산업의 다음 장은 거대언어모델(LLM)의 유행을 좇는 속도전이 아니었다. 물리 제약, 책임,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전제로 하는 ‘산업을 위한 AI’. 이것이 그가 지향하는 초월적 산업 시스템이다.

 

그가 올해 3DXW에서 말한 핵심 키워드는 자사 차세대 비전 ‘3D유니버스(3D UNIV+RSES)’, 최신 지능형 인터페이스 방법론 ‘가상 동반자(Virtual Companions)’, 제품주명주기관리(PLM)의 재정의인 ‘통합 제품 수명주기 관리(IPLM)’ 등 이 세 꼭지다.

 

달로즈 CEO는 이날 개막 기조연설에서 “현실 세계는 문자(Text)와 형상(Image)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물리, 소재, 에너지 제약으로 작동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현실이 물리적 제약에 의해 움직이는 이상, 설계와 제조 및 사용 환경에서는 반드시 성립해야 하는 판단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 “AI는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해결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더 많은 선택지를 빠르게 탐색하고 상충 관계(Trade-off)를 압축해 엔지니어의 의사결정을 강화하는 도구”라고 역설했다.

 

"지식과 노하우가 자산이 되는 ‘생성형 경제’ 체제가 도래했다"

 

“책임을 없애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을 더 크게 만든다”는 그의 메시지는 현장의 엔지니어링을 중심에 다시 세우려는 다쏘시스템의 태도를 드러낸 대목이다. 달로즈 CEO가 제시한 산업의 변화는 ‘생성형 경제(Generative Economy)’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산업의 트랜드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정의된 지식(Defined Knowledge)’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그 예시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을 들었다. 자동차의 가치가 엔진 배기량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성능에 의해 결정되듯, 이제 모든 산업 제품의 본질은 그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적 ‘지식’으로 재정의돼야 한다는 논리다.

 

 

파스칼 달로즈는 이 개념을 ‘소프트웨어 정의 추진 시스템(Software-Defined Propulsion Systems)’, 그리고 가장 미세한 단위인 ‘소프트웨어 정의 분자(Software-defined molecules)’까지 확장해 설명했다.

 

이는 소재나 신약을 개발할 때 더 이상 물리적인 실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에 따르면, 대신 가상 세계의 소프트웨어 엔진을 통해 분자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프로세스가 가동된다. 이 과정에서 물질의 성질을 미리 정의하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공정은 이미 산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결국 제품은 단순한 물리적 객체에서,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래밍된 ‘지식의 집합체(Aggregation of Knowledge)’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쏘시스템은 지식을 생성하고 보호하며 실행하는 핵심 프로세스로 AI를 낙점한 모습이다. 이로써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가상이 현실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에서, 가상의 소프트웨어가 현실의 물성을 직접 ‘정의’하고 ‘생성’하는 새로운 경제 엔진의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지식재산 보호와 가상 동반자를 통한 엔지니어링의 진화

 

이날 공개된 다쏘시스템의 또 다른 핵심 표적은 ‘IP 보호’다. 달로즈 CEO는 지식·노하우가 이 시대의 새로운 화폐가 된 만큼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PLM의 진화 형태로 IPLM을 지목했다.

 

여기에는 AI가 지식을 생성하는 시대에는 그 소유권의 향방이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이를 위해 시스템 내에서 기여도를 추적하고 기업 간 데이터를 분리 관리하는 정교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다쏘시스템은 생성된 지식의 소유와 흐름을 관리하는 체계를 자사만의 독보적인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접근법 위에서 구체적인 인터페이스로 등장한 것이 ‘가상 동반자’다. CEO는 AI를 블랙박스가 아닌, 인간과 공명하며 질문을 던지고 책임의 문제를 다시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파트너로 정의했다.

 

그는 ▲프로세스 맥락을 조율하는 ‘아우라(AURA)’ ▲엔지니어링 추론을 담당하는 ‘레오(LEO)’ ▲과학 영역을 담당하는 ‘마리(MARIE)’가 산업의 노하우를 담아내는 특화된 엔진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점찍었다.

 

 

먼저 아우라는 지난해 ‘버추얼 컴패니언’의 첫 얼굴로 제시된 뒤 1년 동안 다쏘시스템 최신 비전의 초석을 다졌다. 핵심은 컴퓨터지원설계(CAD) 기능을 대신 돌리는 자동화(Automation)보다, 설계·검증·협업 과정에서 흩어진 맥락(Context)을 모아 사용자가 ‘지금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를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어 레오는 아이디어가 현실의 물리·제조 제약을 통과하도록 돕는 엔지니어링 동반자다. 설계 대안을 놓고 강도·중량·공차 등 조건을 함께 점검하고, 시뮬레이션과 제조성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인지 판단 근거를 정리하는 역할로 정의된다.

 

마지막으로 마리는 소재·화학·규제 같은 과학 기반의 질문 해소에 무게를 뒀다. 예컨대 어떤 소재가 요구 성능을 만족하는지, 공정 조건이 바뀌면 물성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규제·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요구를 충족하려면 어떤 변수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등을 다룬다. 어리한 마리는 과학적 근거 중심으로 안내하는 캐릭터로 포지셔닝됐다.

 

실제로 이날 아우라·레오·마리를 각각 지휘자·연주자·작곡가로 쉽게 구분한 이해관계자도 있었다. 아우라가 비즈니스 전체의 맥락을 읽고 여러 부서의 협업 리듬을 조율하고, 레오가 숙련된 기술로 도면을 그리고 형상을 만드는 실무적 엔진 역할을 하면서, 마리가 물리 법칙과 과학적 원리라는 근본적인 악보(이론)를 써 내려가는 그러한 구분이다.

 

현장에서는 레오의 실제 데모가 공개됐다. PDF 도면에서 설계 의도를 유지하는 매개변수(Parametric) 모델을 생성하고, 물리적으로 정확한 해석 결과를 지도화(Mapping)하는 과정을 선보였다. 참관객들은 엔지니어링 가치사슬(Value-chain)의 시간을 압축하는 시뮬레이션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끝으로 달로즈 CEO는 이 같은 변화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래의 가치 단위는 단순한 사용자 수가 아니라, 지식과 작업 단위의 조합으로 재정의될 것”이라며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선택권으로서의 주권(Sovereignty as a Choice)’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임을 천명했다.

 

결국 다쏘시스템이 올해 행사에서 바라보는 기술적 결론은 명확해 보인다. 산업용 AI의 승부처는 이제 생성 능력이 아니라는 것. 현실의 물리 제약을 통과하는 신뢰성 확보와 IP 관리 체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측은 이 체계를 플랫폼 수준에서 선점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산업 AI의 주도권을 엔지니어링단에서부터 다시 가져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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