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이동재 기자 |
"리사이클링 통해 이차전지 원료 생산 시 CO2 배출량 70% 이상 줄일 수 있어"
지난 7일 헝가리서 제2리사이클링파크 완공식...연간 6만 톤 규모 폐자원 재활용 가능
성일하이텍은 수명이 다한 이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나온 불량품 등을 제련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소재를 다시 생산, 판매하는 리사이클링(재활용) 기업이다.
지난달 성황리에 마친 이차전지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산업부 장관과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찾은 부스로, 전시회 내내 관람객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면 머리를 들이밀어 보는 것이 기자의 도리. 전시회 후속 일정으로 한창 바쁠 관계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Q. 전시회에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체감을 하는지?
A. 작년 전시회는 코로나 영향으로 전체적인 방문객 수도 적었고, 참여 업체도 많지 않았다. 올해는 참여한 업체도 많았고 특히 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다녀가면서 성일하이텍이 이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다. 리사이클링 분야뿐 아니라 투자사, 그리고 유통,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문의를 많이 주셨다.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왔고.
Q. 정부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정부 부처에서 산업 현황을 알아보거나 제도를 만들기 위해 자문이 필요할 때 성일하이텍에 연락을 많이 한다. 사실 성일하이텍은 사업 초기부터 정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배터리 관련 과제가 포함된 여러 국책 과제를 진행했다.
회사가 2000년도에 귀금속 재활용 사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배터리 분야 외에도 다양한 국책 과제를 수행해왔고, 이를 통해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할 수 있는 기초를 꾸준히 쌓았다.
이번 달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용 후 배터리 산업육성을 위한 연대협력 업무협약식에 참여할 예정인데, 산업부, 환경부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활물질 제조 업체 등도 참여한다.
Q. 이렇게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A. 리사이클링 사업을 '도시 광산'이라고 이야기한다. 리사이클링 자체가 광산처럼 원료를 얻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축이다. 광산에서 자원을 채취하듯 리사이클링을 통해 자원을 다시 생산해내는 거니까.
자동차 업계에서 리사이클링에 주목하는 이유는 결국 두 가지다. 값싸게 배터리 원료를 확보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Q.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 배터리 가격은 결국 배터리 원재료의 가격과 비례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 필요한 원료단에서부터 관여해 그 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리사이클링을 통해 코발트, 니켈 등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CO2의 양은, 광산에서 같은 제품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CO2양의 30% 수준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에서도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리사이클링을 통한 생산 방식이 기존의 광물로부터의 생산 방식보다 탄소배출을 74% 이상 줄였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 기조를 바탕으로 친환경차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EU에서는 2027년부터 리사이클링 제품 사용비율을 밝혀야 하고, 2030년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최소 사용량 규제까지 발표된 상황이다. 점점 더 리사이클링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Q. 리사이클링, 전망이 좋은 것 같다.
A. 맞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ESG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그럴수록 향후에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생산한 원료가 광산에서 생산한 원료보다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산업 분야에서 탄소배출권 자체가 거래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리사이클링 원료를 사용하면 광산 원료와 똑같은 양을 쓰더라도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니 당연히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Q. 실제로 이전과 비교해 작업량이 많이 늘었을 것 같다.
A. 성일하이텍은 2008년부터 배터리 회수를 시작했고, 당시엔 핸드폰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LCO(리튬산화코발트) 배터리가 주였다. 현재 IT기기로부터 나오는 폐배터리 회수량은 기존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전기차와 ESS 등에 주로 들어가는 3원계 배터리의 회수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전기차가 판매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명이 다한 사용 후 배터리의 양은 많지 않지만, 배터리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그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스크랩의 양도 많아졌다. 비율로 따지면 LCO 배터리가 1, 3원계 배터리가 9 정도.
Q. 구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폐배터리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A. 현재 성일하이텍이 처리하고 있는 배터리 스크랩의 양은 군산 공장에서만 연 1만5000톤에서 2만 톤이다. 해외에도 중국, 말레이시아, 헝가리, 인도 등지에 리사이클링파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음 주에 준공식 후 곧바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터뷰 당시 기준)인 헝가리 제2리사이클링파크까지 전부 합하면 연간 5만 톤 정도의 스크랩을 처리하게 된다.
Q. 다음 주에 준공식이라니, 축하한다. 그나저나 해외에 공장이 꽤 많다.
A. 맞다. 헝가리에 있는 제1리사이클링파크의 경우, 연 1만 톤에서 1만5000톤의 배터리 스크랩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헝가리와 폴란드에 위치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공장에서 나오는 스크랩을 주로 처리했는데, 가동 2년 만에 케파가 꽉 차면서 제2리사이클링파크를 증설하게 됐다.
중국에도 길림성 도문에 위치한 제1리사이클링파크 외에 강소성 쪽에 제2리사이클링파크를 짓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가 있는 서유럽과, 북유럽 시장으로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제3하이드로센터를 설계하는 중이다.
Q. 성일하이텍 뒤에는 ‘국내 최초’, ‘국내 유일’ 등의 수식어가 자주 따라 붙는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습식 제련’을 통해 소재 양산에 성공한 업체로 알려져 있는데, ‘습식 제련’이 어떤 과정인지 설명 부탁한다.
A.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크게 습식 제련(hydrometallurgy)과 건식 제련(pyrometallurgy)으로 나뉜다. 현재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해 소재를 양산하고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 대표적으로 다섯 군데가 있다.
한국의 성일하이텍, 유럽의 UMICORE, 중국의 BRUMP, GEM, HUAYOU가 있다. UMICORE만 건식 제련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네 개 업체들은 습식 제련을 통해 리사이클링을 하고 있다.
먼저 건식 제련은 열을 이용한 제련 방법으로, 용광로 안에 물질을 넣고 온도를 많이 높여서 필요로 하는 금속과 불순물을 분리시키는 정제 방식이다. 습식 제련은 건식 제련과 달리 불을 이용하지 않고 액상을 이용하는데, 황산 등의 ‘산’ 용액에 물질을 녹여서 정제한다.
Q. 장단점이 있나?
A. 건식 제련은 우선 커다란 용광로가 있어야 하고, 가동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등 설비 구축과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들고, 온도를 높이 올려 물질을 정제하다 보니, 중간에 원소를 잃어버려 특정 원소를 회수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의 경우, 특히 리튬 원소의 회수가 어렵다. 다만 대량을 처리하기에는 유리한 부분이 있다.
습식 제련의 장점은 건식 제련에 비해 시설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모든 원소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폐배터리 내 유가 금속을 습식으로 회수한다고 하면, 리튬이온배터리의 6대 원소(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알루미늄)를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회수할 수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주로 3원계 NCM 배터리다. 양극활물질 구성원소인 니켈, 코발트, 망간에 배터리 양극판에 들어가는 알루미늄과 구리, 그리고 리튬까지 리튬이온배터리의 6대 원소다. 성일하이텍은 습식 제련을 통해 6대 유가 금속을 전부 회수하고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