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에서 자동화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무인지게차와 AGV, 자동창고가 늘어났음에도 공장이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는 이유는 ‘장비’가 아니라 ‘흐름’에 있다. 미라콤아이앤씨 김이루 상무는 제조 현장 최적화를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물류 흐름의 단절을 지목하며, 제조 물류 자동화의 해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통합 제어 전략을 제시했다. 생산 공정은 고도화됐지만, 공정 간 이동과 반송이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 공장 전체 최적화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AGV와 자동창고, 컨베이어를 개별 장비가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MCS·WCS, 그리고 MES 연계를 통해 생산과 물류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 물류 자동화는 이제 인력 대체를 넘어, 공장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자동화된 공장이 멈추는 이유
제조 현장은 이미 상당 부분 자동화됐다. 생산 설비는 고속화·지능화됐고, 검사 공정은 데이터 기반으로 품질 편차를 줄여왔다. 하지만 많은 현장에서 공정 전체의 체감 생산성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 미라콤아이앤씨 김이루 상무는 이 지점을 제조 물류에서 찾는다. 그는 “설비는 자동화됐지만, 설비와 설비 사이의 이동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개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구간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이 공장 전체 효율을 잠식한다”고 지적한다. 숙련 인력 이탈, 중량물 취급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 공정 간 재공재고 증가는 단순 현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병목이라는 설명이다.
생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자재와 반제품은 더 자주, 더 빠르게 이동해야 하지만, 물류 흐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동화는 오히려 비효율로 전환된다. 지금 제조업이 직면한 질문은 단순하다. 자동화된 공장은 왜 여전히 멈추는가.
‘도입된’ 물류 자동화와 ‘작동하는’ 물류 자동화의 차이
현재 제조 현장에는 무인지게차, AGV·AMR, 자동창고, 컨베이어 등 다양한 물류 자동화 설비가 도입돼 있다. 김이루 상무는 이를 두고 “장비는 많아졌지만, 흐름은 자동화되지 않았다”고 표현한다. 각 설비는 자동으로 움직이지만, 입고·보관·반송·출하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MES에는 생산 계획과 공정 정보가 있지만, 물류 장비는 별도의 판단 체계로 움직이면서 실시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공정 간 대기, 불필요한 이동, 병목이 반복된다. 김 상무는 “과거 물류 자동화는 사람이 하던 반복 업무를 기계로 대체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공장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단순 도입을 넘어, 작동하는 자동화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하드웨어 중심 자동화가 가진 구조적 한계
하드웨어 중심 물류 자동화의 한계는 공장 규모가 커질수록 명확해진다. 자동창고는 대형화됐고, AGV는 수십 대에서 수백 대로 늘어났다. 컨베이어 역시 단순 직선 구조를 넘어 복합 교차로와 가변 속도를 갖는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문제는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조율할 ‘두뇌’가 없었다는 점이다. 김이루 상무는 “개별 설비 제어는 고도화됐지만, 설비 간 의사결정은 여전히 사람에게 맡겨져 있었다”고 말한다.
MES에는 생산·설비·재고 데이터가 존재하지만, 물류 흐름과 실시간으로 맞물리지 않으면서 정보는 사후 관리에 그쳤다. 이 구조에서는 생산 설비 효율이 높아질수록 물류 병목이 더 크게 드러난다. 하드웨어 자동화만으로는 공장 전체 최적화에 도달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해진 것이다.
미라콤아이앤씨가 제시한 해법, ‘통합 제어’라는 관점
미라콤아이앤씨는 이 문제의 해법을 ‘소프트웨어 중심 물류 자동화’에서 찾는다. 핵심은 MCS(물류통합제어시스템)다. 김이루 상무는 “입고부터 반송, 보관, 출하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판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MCS는 다수의 AGV·자동창고·컨베이어를 통합 관제하며, 실시간 상황에 따라 최적의 장비와 경로를 산정한다. 가장 빠르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AGV를 선택하고, 이동 중에도 혼잡이나 충돌 위험을 반영해 경로를 재계산한다. 그는 이를 택시 호출 서비스에 비유한다. “가장 가까운 차량을 배차하고, 이동 중 교통 상황에 따라 경로를 바꾸는 것처럼 물류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배터리 관리, 임무 재할당, 트래픽 제어까지 더해지며 다수 장비의 군집 운용이 가능해진다.
보관 자동화, 설비가 아닌 알고리즘의 경쟁
자동창고 영역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김이루 상무는 “보관 효율은 더 이상 설비 스펙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형 자동창고에서는 보관 위치에 따라 입출고 시간이 수십 초 이상 차이 나고, 이는 하루 전체 처리량에 직결된다.
미라콤아이앤씨는 과거 입출고 이력, 출하 예정 정보, 재고 회전율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보관 위치를 산정한다. 야간 무인 운영 시간에는 다음 날 출고 물량을 전면으로 재배치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장기 재고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은 위치로 이동시킨다. 다수의 원자재·반제품·완제품 창고가 존재하는 대규모 공장에서는 창고 간 재배치까지 고려한 통합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보관 자동화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수렴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소프트웨어 디파인드 팩토리’
미라콤아이앤씨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소프트웨어 디파인드 팩토리(SDF)’다. 이는 MES를 중심으로 생산 설비, 검사 설비, 물류 설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기화되는 공장이다. 김이루 상무는 “생산 설비의 언로딩 요청이 곧바로 물류 반송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다시 다음 공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계주에 비유한다. 멈춰 서서 바통을 주고받는 공정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미 MES와 AMHS 연계를 통해 이러한 구조를 구현했고, 전기·전자와 식음료 산업에서도 재고 감소와 출고 속도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 상무는 “하드웨어를 더 늘리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시스템을 연결하는 역량이 제조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제조 물류 자동화의 다음 표준은, 이미 소프트웨어로 정의되기 시작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