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획특집

배너

굳어지는 HBM 1강 구도, 역전 계기 마련할 구간은 어디?

URL복사

HBM(High Bandwidth Memory) 기술력이 고도화함에 따라, HBM 시장의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HBM 상용화 과정을 살펴보면, HBM 5세대인 HBM3에서 HBM3E 8단 그리고 HBM3E 12단까지 도달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를 선두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삼파전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HBM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

 

HBM은 최신 AI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작업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와 처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BM은 기존 D램 메모리와 비교할 때 현저하게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며,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고속 데이터 처리를 수행한다.

 

특히 AI 칩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거 탑재되면서, HBM은 상한가를 누리고 있다. 또한, 일반 D램에 비해 가격이 약 4배가량 높은 고부가 제품이이기에,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됐다. 욜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41억 달러(약 19조 원)에서 2029년 377억 달러(약 52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HBM 생산력을 갖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HBM 시장 점유율은 세 기업이 나눠가진 형국을 띄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각각 점유했다. 세 기업은 높은 수요를 보이는 HBM 생산량을 늘리며, 이에 따라 매출 규모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매출 79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38.7%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HBM3E 인증 및 대량 출하로 비트 출하량이 20% 이상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주요 D램 제조 기업 가운데 2분기 시장 점유율이 전 분기보다 높아진 것은 SK하이닉스가 유일했다.

 

이처럼, HBM이 높은 수요를 기록하게 된 요인으로는 엔비디아를 빼놓을 수 없다. 엔비디아는 자사가 개발하는 GPU에 핵심요소로 손꼽히는 HBM을 결합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AI 가속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점유율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HBM 개발 기업 입장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 구축은 시장 확보를 위한 필수 관문이 됐다. 한 예로, 지난 3월 엔비디아에 첫 번째로 HBM3E 8단을 공급한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역시 엔비디아로부터 HBM 품질 인증 과정을 거치며,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 수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HBM 개발 가속화하는 주요 기업들

 

현재 시장에서는 HBM3와 HBM3E 8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HBM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200에 탑재된다. 다만 엔비디아는 후속 제품에서 12단 제품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H200의 출하로 올해 HBM3E 소비점유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지고, 향후 엔비디아가 선보일 블랙웰 울트라는 8개의 HBM3E 12단 스택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2025년부터는 HBM3E에서 12단 제품 비중이 40% 수준에 이르고, 이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음을 점쳤다. 업계 전문가들은 HBM3E 8단을 비롯해 12단 제품에서도 SK하이닉스가 당분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찍이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 SK하이닉스는 자사의 HBM3E 12단을 이미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36GB 용량을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양산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렸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을 넘어 HBM4까지의 로드맵도 공개하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담당 사장은 지난 9월 대만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HBM4를 고객 요구에 맞춰 적기에 공급하도록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10나노 6세대(1c) 기술 개발 성공도 HBM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c 기술을 적용한 DDR5의 동작 속도는 8Gbps로 이전 세대인 1b DDR5보다 11% 빨라졌으며, 전력 효율은 9% 이상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개발이 예상되는 7세대 HBM인 HBM4E부터 1c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8단에 이어 12단 제품 인증, 양산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비해 다소 출발이 늦었지만, 최근 HBM3E 인증을 완료하고 H200향 HBM3E 8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했다”며 “블랙웰 시리즈 인증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HBM3E 8단이 출하를 시작했을 경우 HBM3E 12단 제품의 퀄테스트 통과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HBM을 비롯해 AI 개발 인프라를 개선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세미콘 타이완 기조연설에서 “현 시점에서는 HBM을 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대용량 스토리지 등 다양한 제품군이 필요하다”고 자사의 강점을 어필했다. 

 

마이크론 최근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36GB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 중이라고 공개했다. 마이크론은 “자사의 HBM3E 12단 제품은 경쟁사의 24GB HBM3E 8단 제품보다 더 낮은 소비전력을 제공한다”며 “현재 HBM3E 12단 샘플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고,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인증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올해 2월 말 HBM3E 8단 양산 소식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 H200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이 고객사와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배너










주요파트너/추천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