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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론] K-제조 산업 신성장 기준과 지속가능한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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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이해가 먼저…유기적 정보공유·협업 필요

AI 혁명에 직면한 K-제조업, 성장 모멘텀 맞이해야

 

지난 5월 12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기술센터에서 스마트제조혁신협회와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2023 독일 하노버메세 INSIGHT WRAP-UP 세미나’가 열렸다. 하노버메세 2023을 리뷰하고, 글로벌 산업의 기술 트렌드와 시장 전망을 짚어보는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와,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K-제조 산업의 신성장 기준과 지속가능한 생존 전략 방안 등이 집중 다뤄졌다. 그 내용을 정리했다.

 

 

■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장 (이하 좌장) : 역사적으로 볼 때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는 시장과 에너지비용, 두 축을 중심으로 발전을 해왔습니다. 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에너지는 늘 비용을 수반하게 되는 거죠. 이에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 나라들은 이 두 가지를 축으로하여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노버메세 2023을 통해서 본 독일도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많이들 느꼈을 텐데요, 중요한 것은 한국도 새로운 자본주의 물결에서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국가 전략으로 해쳐 나가야 할지 모색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인숙 위원장님부터 한 분씩 말씀해주시죠.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 김인숙 위원장 (한국GAIA-X전문가위원회) :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 방식처럼 계획만을 앞세워서는 안 되고 일단 뛰어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주제별로 매달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유스케이스 몇 백 개를 도출하는 등, 이 정도는 해야 뭔가가 되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지금 하노버메세를 보면 모든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우리나라도 중기부를 비롯한 모든 국가 프로젝트는 한 자리에서 공개하고 그것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익 극대화 방법을 고민해야

 

□ 한성식 상무 (SAP코리아) : 저는 이번 하노버메세를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가 이미 다른 나라 기업들이 선점한 영역을 후발주자로 따라가서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만들겠다는 것은 매우 무모하고 가성비 없는 투자라는 거죠. 판이 이미 짜진 건 우리가 잘 활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카테나-X(Catena-X)의 경우 이미 판이 다 짜져 있어요. 우리는 그걸 이용해서 어떻게 돈 벌 것이냐를 고민해야지 ‘한국판 카테나-X를 만들겠다’ 이거는 아니라는 거예요.

 

또 하나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고객을 만나보면 SI 쪽 개발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소프트웨어회사나 소프트웨어 밴더사들은 거의 솔루션 라이선스를 못 받고 인건비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생산성이 전혀 없거든요. 우리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기민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프라’를 갖추자

 

□ 장연재 교수 (KAIST) : 최근에 느낀 몇 가지 이슈를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미국이 제조업에 돌아왔다는 겁니다. 미국의 제조업 리더십 부활이 빠른 물살을 타고 있고, 여기에 미·중 대립의 격화는 미국 기업들의 ‘탈중국과 미국 귀환’을 더욱 촉발시키고 있어요. 미국이 제조업에 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는 강력한 위협이 될 거라고 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가 제조업 경쟁력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정말 제조업 강국인가요? 물론 강국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소기업들의 뼈를 깎고 살을 떠내는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제조업에 그렇게 하라고 하면 일 할 사람이 없겠죠. 더욱이 젊은이들이 중소 제조업을 기피하면서 세대교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젊은이들이 제조업을 이탈하면 미래는 없습니다. 이게 또 하나의 큰 이슈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잘하는 사업은 전략적으로 끌고 가야

 

□ 박정윤 대표 (인터엑스) :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개인적 경험을 좀 말씀드리면, 저는 전공이 기계이고 자동차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한참 일할 때가 1990년대 말이었거든요. 그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는 현대자동차가 어떤 기업인지도 모를 때였는데 지금은 현대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약 한 30년을 일해 오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잘 하는 것들이 매우 많이 있더라는 거죠. 이처럼 디지털 전환을 포함해서 우리가 주력으로 잘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를 잘하니까 이것을 제조기업과 잘 엮으면 독일보다 훨씬 좋은 위치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전환, 이해가 먼저

 

□ 안광현 단장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 디지털 전환을 위해 중소기업에 무엇이 먼저 필요한가,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화두를 던질 수밖에 없는 데요. 이해의 문제가 첫 번째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기술적으로 선도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상당히 많이 투입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3년 동안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에서 사용한 금액이 1조 원이 넘거든요. 그런데 이해의 문제도 같이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산업의 가장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해요.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가 망한다. 그래서 이것을 제대로 해야 되겠다’라고 하는 목적의식을 갖고, 그 안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서도 접목시키려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이해가 먼저라는 거죠. 그 다음에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계몽, 이런 부분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좌장 : 약간 큰 주제에 대해서 패널 분들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한국이 유럽과 손을 잡고 제3의 시장, 또는 제3의 모델을 만들 순 없을까요. 왜냐하면 독일과 한국은 제조업이 강한데, 저는 제조업에서 만큼은 양국이 협력하여 뭔가 제3의 모델을 만든다면 미·중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협력할 땐 협력해야

 

□ 김인숙 위원장 : 저는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시장을 90% 먹더라도 독일이 5%만 갖고 있으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해요. 협상이 뭐냐 라는 게 되게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죠. 데이터 경제에서 글로벌 포지셔닝 할 때 5%만 가지고 있으면 이 안에서 협상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독일은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나라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두 나라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단 몇 %를 잡아내는 일이예요. 그런 면에서 독일은 한국 기업과 정말 같이 일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한국 기업을 못 찾겠데요. 한국기업을 찾으려면 협회를 가야 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는 협회도 없고 단체도 없고 심지어 정부조차 설득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가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혼자 끙끙거리며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협력할 땐 협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기적 정보 공유와 협업이 필요

 

□ 한성식 상무 : 저는 이번 하노버메세 기간 중 SAP 부스에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저희 솔루션을 소개를 해 드렸는데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SAP 부스에 방문한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이었고 그 다음이 한국이었습니다. 그만큼 한국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기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특히 그날은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김홍균 대사님이 코트라 직원들과 같이 오셨어요. 중소기업들의 유럽 진출을 도와드리기 위해 관심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많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경학상 주변 환경이 녹록치 않아요. 독일의 경우는 EU라는 배경이 있고 나름 경제 규모와 주변의 우호적인 국가들이 포진해 있어요. 또 주변국들의 수준이 균질하잖아요. 반면 한국은 이웃하는 중국과는 다소 적대적이고 일본과는 협력하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또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은 경제적인 규모나 정치·외교적인 면에서 우리와 레벨이 다릅니다. 우리나라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카테나-X든 매뉴팩처링-X든 이를 활용해서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하지 않게 조용히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 레퍼런스 잘 활용하면 글로벌 진출 초석

 

□ 장연재 교수 : 카이스트 연구실에 독일에서 온 학생들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독일은 제조 강국이지만 자동차를 제외한 반도체, 전자부품, 배터리 분야는 한국에서 배울 게 많다. 특히 공장을 많이 짓는 나라로는 한국만한 게 없다.” 이 말 한 마디에 정신 번쩍 들더라고요. 우리가 보지 못한 기회를 독일에서는 보고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사실 공장을 짓는 기술과 노하우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동안 중소기업은 대기업 밑에서 일한다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보니 마치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만 하는 일을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자동화 기업이나 로봇 관련 기업들이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서 레퍼런스를 쌓고 있어요.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레퍼런스를 잘만 활용하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틈새를 공략하면 협업의 길 열려

 

□ 박정윤 대표 : 독일이 제조 산업에서 십년 넘게 디지털 전환을 해오면서 많이 부딪치는 것 중의 하나가 소프트웨어 기술입니다. 사실 제조 데이터를 위해 독일 업체가 2년 해도 될까 말까 한 솔루션 구축을 저희는 3개월 만에 끝낸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경험치가 있고 센서가 어디서 쓰이고 어떻게 필요한 건지 알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만들 수 있죠. 이처럼 독일이나 미국이 겪고 있는 틈새에 우리 전략이 들어간다면 협업의 길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유럽과 미국보다 아시아 문화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게 되면 상당히 유리한 글로벌 포니셔닝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력 위해선 표준·기술·경영 부분 지원 필요

 

□ 안광현 단장 : 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입장에서 독일과의 협력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표준과 관련된 독일의 삼각편대는 PI, SCI, LNI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PI는 전체를 총괄하는 기구고요, SCI와 LNI는 정관에 중소기업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PI, SCI, LNI와 지속적으로 협력을 하고 중소기업에 표준이나 기술적인 부분, 경영적인 부분을 지원한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고요.

 

대기업 입장에서의 독일과의 협력 부분은 이런 제안을 좀 가미 해봅니다. 현대나 삼성처럼 우리나라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표준들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품질표준이라고 하면 현대차에는 3정 5S나 SQ인증이 있는데 이런 기준을 가지고 카테나-X로 역수출을 하는 거죠. 다시 말해 현대자동차가 SQ 기준을 카테나-X의 표준으로 삼아버리면 카테나-X 아래 유수케이스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이미 SQ인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SQ가 표준으로 등재되는 순간 상당히 유리하게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과 독일의 협력을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AI 혁명에 직면한 제조업, 신성장 모멘텀 맞이해야

 

■ 좌장 : 이번 질문은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데, 챗GPT 관련해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빙’과 구글의 ‘바드’가 전쟁 중입니다. 그리고 최근 아마존이 생성형 AI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국내에서도 네이버를 필두로 카카오, LG, SKT, KT 등이 생성형 AI의 기반인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생성형 AI와 검색 서비스의 시너지를 통해 사업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지요. 또한 챗GPT가 등장하면서 인간이 질문하고 AI가 답하는 소위 질문의 시대가 됐어요. 특히 GPT-4는 멀티모달 AI로 진화해 이미지는 물론 사운드, 모션, 각종 센서 정보를 이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며, 이는 곧 생성형 AI와 로봇의 만남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AI와 로봇이 결합하면 제조업에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결국은 누가 비즈니스 주도권을 잡느냐인데, 우리가 이런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영재 교수님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 장연재 교수 : 너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하노버메세에서 다룬 라지 랭귀지 모델 이슈를 보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분명히 이게 새로운 인더스트리 기회가 되겠구나 라고요. 사실 이런 거죠. 1990년대 IT혁신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서 소통이 됐죠. 그리고 디지털 시대, 앞으로의 기술은 기계와 기계, 기계와 사람의 소통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서 계속 기술적으로 나오는 말이 Machine to Machine(M2M), Machine to Human 그리고 IoT 관련된 이슈들입니다. 디지털 트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라지 랭귀지 모델에 대해 독일에서 본 것과 비슷한 생각이 든 것 중에 하나가 로봇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자 보세요. 자동화 로봇을 리사이클링 하는 로봇으로 만들었다고 가정하면 로봇은 리사이클링을 하라는 명령 자체를 다시 재해석해야 됩니다. 로봇이 물건을 픽업하고 그 픽업한 것을 리사이클링 빈이라는 곳에 가서 통에 집어넣는다 라는 이런 모든 명령어를 우리가 다 해줘야 돼요. 그런데 챗GPT를 한 번 해보세요. 로봇한테 “명령어를 줘봐” 하면 그 명령어를 내가 줄 필요 없이 바로 쫙 나와요. “코드로 변환해봐”하면 코드로 바로 변환이 되어 나오거든요. 이게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보틱스와 라지 랭귀지 모델의 결합은 공장이나 제조에서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죠.

 

□ 박정윤 대표 : 라지 랭귀지 모델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웹사이트상에 많은 텍스트 데이터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제조로 오게 되면 제조업은 텍스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테크 데이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테크 데이터들을 해석하지 못하면 라지 랭귀지 모델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기계학습을 할 수 있게 좋은 언어 데이터들로 모아야 하겠죠. 예를 들면 저희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상당히 많아요. 품질검사를 할 때 러닝방식을 사용해왔는데, 이러지 말고 라지 테크 모델을 만들어서 온갖 플라스틱 종류에 관련된 것들을 학습시키고 그것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하면 모델 확산이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봐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개발하면 산업 분야에 임팩트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협업과 융합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

 

■ 좌장 :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인더스트리4.0이라는 게 결국은 사람 문제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요. 하노버메세 2023에서 보여준 메시지도 교육과 일자리 부분을 매우 강조를 하고 있어요.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과제라고 볼 수 있는데, 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존 근로자들의 재교육과 대학 교육, 그리고 일자리 창출까지 이런 부분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김인숙 위원장 : 우리가 교육하면 가르칠 생각부터 하잖아요. 이제 그런 식의 방법은 끝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인정해야 할 거는 “나는 모른다” 예요. 이걸 다 인정하자는 거죠. 모르면 가르칠 것도 없잖아요. 그럼 나는 모르고 가르칠 것도 없는데 뭘 해야 하죠? 실전의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유스케이스를 만드는 거죠. 이렇게 문화를 바꿔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한성식 상무 :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를 얻기란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희 SAP도 중소기업과 함께해서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누구나 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면 SAP나 SAP의 파트너사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지원한 교육 수료자들의 취업률이 90%가 넘어요. 우리는 그렇게 사람을 키우고 있습니다. AI나 머신러닝 또는 로보틱스 분야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보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인력양성 프로그램 등이 많이 만들어져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장연재 교수 : 제조 산업의 교육 관련해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저는 이 세 가지라고 보는데, 첫 번째는 테크니션(현장 기술자), 두 번째는 엔지니어, 그리고 세 번째는 리서처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테크니션이 하는 일은 엔지니어가 모르고 엔지니어가 하는 일은 테크니션이 모른다는 거예요. 또 리서처가 하는 일은 엔지니어와 테크니션이 더더욱 모르고 서로서로 다 몰라요.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 교육 자체가 기형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실 저도 학생들을 가르칠 때 레고로 미니어처 공장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제조를 가르치려면 직접 제조 현장에 가서 살게 하면 더 좋은데 그렇게 했다가는 난리가 나겠죠. 그래서 레고로 공장을 만들어서 교육하게 됐는데 이것도 처음엔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게 중요하거든요. 과거 모방할 때는 기술자, 엔지니어, 리서처 각자 하는 일에 대해서만 그대로 베끼면 되었는데 이제는 탐험을 해야 돼요. 그러려면 리서처도 테크니처가 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엔지니어도 리서처를 알아야 합니다. 결국 협업과 융합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좌장 : 오늘 패널 토론회는 하노버메세 2023을 리뷰하고 K-제조 산업 신성장 기준과 지속가능한 생존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논의한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나온 귀중한 의견들이 필요한 제도를 수립하고 사업을 계획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긴 시간 토론과 도움 말씀 주신 패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토론회를 마치겠습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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