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이동재 기자 |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이 국제전기차충전협의체 ‘차린(CharIN)’으로부터 세계 최초 ‘전기차 글로벌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
차린은 배터리로 구동되는 모든 종류의 전기차 충전시스템의 국제 표준 개발을 촉진하고, 적합한 시험인증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국제 민간 기술협의체다. 현재 현대·기아·BMW·폭스바겐·GM 등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제조 대기업뿐만 아니라, 충전기 관련 업체까지 약 216개 기관이 차린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급속충전 시장에서는 통신 및 충전 시퀀스 관련 소프트웨어적 호환성 문제로 인해 충전 과정 중 에러가 다수 발생해 사용자가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다수의 완성차 기업들과 다양한 충전기 기업들이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면서, 제조사별로 표준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충전기 간 상호 운용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국제공인 시험인증 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차린은 3년 4개월간의 준비와 자격 검증을 거쳐 최근 대한민국의 KERI와 독일의 데크라(DEKRA)를 세계 최초 ‘전기차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공동 지정했다.
차린으로부터 적합성 평가기관 자격을 받기 위한 핵심 조건은 인프라, 전문인력, 다양한 시험인증 경험 및 국제무대 활동 보유다.
전력기기에 대한 국제공인 시험인증 기관인 KERI는 높은 수준의 대전력·고전압 시험 설비를 기반으로, 아시아 최초의 차린 전기차 기술분과 팀 리더를 배출하는 등 전문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국내외를 대표하는 전기차 대기업 및 충전기 제조사들을 한자리에 모아 기술적 문제를 점검하는 ‘국제 테스티벌(Test+Festival)’을 개최하는 등 풍부한 시험인증 경험도 가지고 있다.
KERI는 이번 성과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완성차 및 충전기 관련 국내 제조업체들이 비싼 운송비와 시험료를 내면서 해외 시험기관에 갈 필요가 없이 KERI에서 시험을 받을 수 있고,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간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내에 시험인증 기관이 있는지 여부가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등 체감효과가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KERI 스마트그리드시험실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연구원에서 적합성 시험을 받을 경우 전기차 1개 모델 기준 약 1.4억원 비용 절감, 충전기 제조사는 1개 모델 기준 약 1억원의 비용 절감과 약 2개월의 제작기간 단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상필 KERI 스마트그리드시험실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내 제조사의 수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프로세스와 연계해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첫걸음이 바로 이번 KERI의 전기차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 지정”이라고 전했다.
향후 KERI는 ‘전기차 내 인증서를 통한 자동결재 기술’, ‘전력망 연계 충·방전 기술’ 등 다양한 전기차 충전 신기술에 대한 현장 이슈의 확보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험인증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다가올 10월에는 아시아를 대표해서 차린 및 국내외 제조사들이 함께하는 ‘2021 국제 전기차 테스티벌’을 개최하고, 전기차 급속충전 관련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한편 이날 연구원에서 열린 지정식에는 KERI 유동욱 원장 직무대행, 차린 코리아 이민정 이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