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로 혁신 ‘ON’, 생생한 변화를 목격하다 [TECH온앤오프]
기술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현장 안에서 일어납니다. [TECH온앤오프]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이전’과 ‘이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즈 케이스 기반 스토리텔링 시리즈입니다. 기술 도입 전의 고민과 한계, 도입 과정 그리고 변화 이후의 놀라운 성과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기술이 어떻게 경험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러한 가치를 TECH온앤오프에 담아봤습니다.
[세 줄 요약]
· 로봇, 심해·우주 탐사, 다큐멘터리 촬영 등 인간 한계 뛰어넘는 극한 환경 개척 중
· 인류의 탐험·발견 욕구를 총족시키는 기술로의 확장 기대
· 향후 관련 로보틱스 기술 발전 통해 인류 ‘발견의 한계’ 초월할 것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로봇, 인류의 새로운 눈과 손이 되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지식을 확장하려는 끊임없는 열망을 품어왔다. 그러나 지구의 깊은 해저, 광활하고 냉혹한 우주, 육안으로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미시 세계 등은 인간의 물리적·감각적 한계를 드러내는 상상 속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접근 불가능하거나 극도로 위험한 환경들은 인류의 지적 호기심과 발전을 가로막는 난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센서 등 기술을 등에 업은 로봇 공학의 융합적 발전은 이를 해결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인간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하며,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탐험과 작업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인류의 새로운 눈과 손이 돼,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이해와 통제력을 제공하고 있다.
OFF: 미지의 영역, 인간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다
인간의 신체와 인지 능력은 특정 환경에서 본질적인 한계를 지닌다. 이는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고 고도의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
극단적인 환경 조건은 인간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수천 미터 아래 심해의 수압은 해저 1미터(m)당 약 0.1기압(atm)씩 증가해, 인간 잠수정을 파괴할 정도의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평균 수온이 2~4°C에 불과한 심해의 저온 환경은 인체에 치명적이며, 광원이 전혀 없는 암흑 속에서 시각 정보 획득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주 공간 역시 –150~120°C에 달하는 극한 온도 변화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진공, 우주 방사선 등으로 인해 인간이 장시간 체류하고 활동하기에는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반대로 넓고 광활한 지역을 탐사하거나, 한 번에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하는 것 또한 인간의 감각 기관과 처리 능력으로는 비효율적이거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수개월간 모니터링하거나, 화산 활동의 미세한 변화를 24시간 감지하는 작업은 인간 인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또한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야기하고 오류를 증가시킨다. 장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탐사 장비 조작이나, 위험 물질 처리, 지루하고 반복적인 샘플 채취 등은 인간 작업자에게 높은 스트레스와 작업 효율 저하를 불러온다.
결국 이러한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들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며 고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ON: 경계 허무는 로봇, 현실로 바꾸는 인류의 호기심
인간의 한계에 막혀있던 미지의 영역은 첨단 로봇 기술의 무대가 되고 있다. 내구성·정밀성·자율성을 갖춘 로봇은 인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현실로 만든다. 미지의 탐험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이 그 선두에 선다.
심해 탐사 분야에서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심해저를 탐험하는 로봇들이 활약한다. 한국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개발한 해저 보행 로봇 ‘크랩스터 CR6000(Crabster CR6000)’은 6개의 다리로 해저 지형의 영향을 덜 받으며 유영과 보행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로봇은 수심 6000m급 심해 탐사를 목표로 개발됐다. 실제로 필리핀해 인근 약 4743m의 심해에서 해저 보행 등 핵심 기술 시연에 성공한 바 있다.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심해어 ‘꼼치’ 모방 소프트 로봇도 있다. 유연한 몸체와 지느러미를 이용해 수심 3000m 이상의 심해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로봇은 딱딱한 금속 외피 없이도 극한의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내부 전자 장치와 배터리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관련 연구 결과가 게재돼, 기존 심해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탐사 가능성을 제시했다.
▲ (출처 : 'Science News', 'CGTN' 유튜브 채널)
우주 공간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대표적 예시다. 6개의 바퀴와 견고한 차체로 화성의 험준한 지형을 극복한다. 여기에 로봇 팔(Robot Arm)·드릴을 탑재해, 토양·암석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 광학 카메라와 분광기·분석기는 화성 표면의 지질 및 광물학적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인제뉴어티(Ingenuity)’ 헬리콥터 드론을 통해 화성 대기 비행 가능성을 입증하며, 미래의 행성 탐사 방식을 혁신했다. 이 로봇들은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력과 자율주행 능력으로, 인간 탐사대가 수행하기 어려운 장기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지평을 넓히고 있다.

다큐멘터리 촬영 로봇은 인간 촬영팀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환경에서 전례 없는 영상을 포착하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재미를 제공한다. 로봇은 좁은 동굴, 극지방의 혹독한 기후, 야생 동물의 서식지 깊숙한 곳 등 현장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안정적이고 섬세한 촬영이 수행한다.
영국 공영 방송사 BBC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Spy in the Wild’ 제작팀은 초소형 카메라가 탑재된 로봇을 활용해 동물의 시점에서 생생한 영상을 담아낸다. 인간이 숨죽여 기다려야 하는 순간을 장시간 포착하기도 한다.
특정 사례로 ‘고릴라 스파이 로봇’은 실제 고릴라의 모습을 정교하게 모방해 야생 고릴라 무리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다. 인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고릴라의 사회생활과 행동을 근접 거리에서 촬영했다. 새끼 고릴라가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순간까지 포착해, 다큐멘터리의 생생함과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 (출처 : 'BBC' 유튜브 채널)
또한 ‘악어 카메라 로봇’은 악어의 형상을 본떠 제작됐다. 수중·육상을 넘나들며 악어의 은밀한 사냥 방식과 수중 생태계를 근접 촬영하는 데 활용됐다. 특히 물속에서 악어의 시선으로 다른 동물들을 관찰하고, 포식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등 인간의 카메라로는 불가능한 장면들을 담아내 시청자에게 호평받았다.
이 로봇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고품질 영상을 제공했다. 또한 제작진의 안전을 보장하며,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방해하지 않아 다큐멘터리의 진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인류는 이러한 로봇의 활약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들리지 않던 것을 듣는 새로운 경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새로운 발견의 ‘인사이트’와 위기 상황에서의 ‘생존’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로봇의 역할로 이어진다.
로봇 기술의 진화...미지의 세계를 여는 다음 단계
현재 로봇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래에는 로봇이 탐사·기록 작업을 직접 수행하고, 인간의 지적 능력과 물리적 역량을 더욱 심층적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인지 강화’와 ‘적응형 자율성’ 고도화 실현이 관건이다. 현재의 로봇들은 특정 임무에 맞춰 프로그래밍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래 로봇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자율 신경망(Autonomous Neural Networks)’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최적의 행동을 수행할 것이다.
이는 심해의 미로 같은 지형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채취하거나, 화성에서 예상치 못한 지질학적 변화를 즉시 인지해 탐사 계획을 수정하는 등으로 구현된다. 이는 인간 개입 없이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다중·이기종 로봇 협력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단일 로봇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광범위한 탐사나 복잡한 작업은 여러 대의 로봇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십 대의 초소형 수중 로봇들이 벌떼처럼 움직이며 해저 전체를 동시에 스캔하거나, 군집 드론이 대규모 재난 현장의 실시간 3차원(3D) 지도를 구축하며 생존자 수색을 돕는 방식 등이다. 이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하며, 인간의 통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대비 높은 효율성·정밀성을 제공한다.
또한 ‘인간·로봇 인터페이스(HRI)’는 직관적이고 몰입감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 가상 현실 기반 기술이 로봇 제어에 통합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마치 자신이 로봇 안에 들어간 것처럼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햅틱(Haptic) 기술과 결합된다면, 로봇이 느끼는 미세한 질감이나 압력을 인간도 간접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는 원격 조작의 정밀도가 극대화됨을 의미한다. 섬세한 작업에서 로봇을 통해 인간의 감각을 전달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협력, 인류 지평 확장의 청사진
이처럼 앞으로의 로봇은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새로운 발견의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로봇의 활약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에는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본질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영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협력자로 기능할 것이다. 인간의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윤리적 판단력과 로봇의 ▲정밀함 ▲인내력 ▲극한 환경 적응력이 결합된다면, 인류는 지식의 확장과 난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전망이다.
업계는 로봇은 인류가 더 넓고 깊은 세상을 이해하고 탐험하는 데 필수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고, 인간과 로봇의 유기적인 협력 속에서 인류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을 그려낼 것이라고 말한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