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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전략 ‘해답은 오직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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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나라 반도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내에서는 반도체산업지원법 보조금의 변화에 따른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요동치는 불확실성, 반도체 전략 어떻게?


지난 11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서울 대한상의에서 미국 통상 현안 대응을 위한 산업부 부내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 다수당이 된 만큼 우리나라의 전반적 대외 환경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미국 정치 환경 변화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미 정부에서 비롯되는 통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열린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주요 성과 및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사업 환경 유지에 대한 의견이 언급됐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미국 차기 정부와의 협력 강화, 반도체 다자회의 개최 등으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불확실성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대응에 이어 국내 기업의 반도체 기술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반도체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해 2031년까지 39건의 반도체 관련 국제표준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반도체 패키징, 전력반도체, 뉴로모픽 반도체, 바이오 반도체 등 최신 반도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국표원이 공개한 ‘차세대 반도체 표준화 로드맵’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의 한 분야인 차세대 반도체 표준화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국표원은 2027년까지 차세대 반도체 분야 신규 국제 표준 15종 이상을 개발하고, 2031년까지 39종 개발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기술의 세계시장 선점 지원을 위한 표준 개발 분야로는 첨단 패키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력반도체, 뉴로모픽 반도체, 바이오 반도체 등이 꼽혔다.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는 반도체 수직 적층을 위한 3차원 패키징, 칩렛 기반의 EMC/EMI 평가, 재배선층 유전체 소재 특성 평가 방법 등 5건의 표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소부장 분야에서는 펨토초 레이저 다이싱,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및 마스크 등 소재, 이종 집적 방열 소재, 초미세 공정용 원자층증착법(ALD) 등 15건의 표준 개발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발전에 따라 초고전압, 초고주파에서 작동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도 SiC(실리콘 카바이드), GaN(갈륨나이트라이드) 등 화합물 전력반조체 등 4건의 표준화가 추진된다. 

 

SK·삼성이 추진하는 투자 및 기술 전략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만 4조5000억 원 이상의 시설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하이닉스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설비투자액은 10조5300억 원으로, 지난 상반기(5조9670억 원)와 비교해 4조5630억 원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HBM, DDR5 등 첨단 메모리 수요 증가에 맞춰 충북 청주 M15X와 용인 클러스터에 수조 원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R&D 비용 역시 전년 동기 대비(3조1356억 원)보다 4000억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3분기 중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 LLC) 법인을 신설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70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투자하고, 퍼듀대학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법인 신설은 미국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을 짓기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벨라루스에 있던 동유럽 법인을 청산하고, 폴란드에 R&D 법인을 신설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SK하이닉스는 ASML의 최신 노광장비인 ‘하이(High) 뉴메리컬애퍼처(NA) EUV’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 담당 부사장은 지난 11월 네덜란드 펠트호번에서 열린 ‘ASML 투자자의 날 2024’ 행사에서 상영된 사전 녹화영상을 통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 NA EUV는 반도체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는 ASML 차세대 장비로 AI 응용프로그램과 첨단 소비재 전자제품용 칩 제조에 쓰인다. 장비 중량이 150t으로 에어버스 A320 여객기 2대와 같은 무게와 맞먹고 장비 가격은 4억 달러에 육박한다. 

 

한편, 지난 10월 삼성전자가 10만9000㎡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공개하면서 반도체 역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1월,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K)’의 설비 반입식을 가졌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 중인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로 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의 기술 연구 및 제품 개발이 모두 이뤄진다. 설비 반입식이 이뤄진 ‘NRD-K Ph.1(가명)’는 설비 세팅과 웨이퍼 반입 등의 작업을 마친 뒤 2025년 중순부터 본격적인 R&D 라인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는 NRD Ph.2·Ph.3도 순차적으로 지을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천안에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를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천안 제3일반산업단지 삼성디스플레이 28만㎡ 부지 안에 있는 건물을 임대해 다음 달부터 2027년 12월까지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를 설치한다. 이후 이곳에서 HBM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충청남도는 삼성전자가 천안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에서 HBM을 생산하며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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