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은 산업 내에서 뜨거운 이슈몰이 중이다. 전 세계 각국은 양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분류하고, 기술 육성을 위해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오픈에이아이(OpenAI)가 론칭한 2세대 AI 로봇 ‘달리(DALL·E)’가 이 현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우리나라는 로봇·AI 분야 선도국으로 인식되는 만큼 이 양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AI·로봇연구소’를 통해 범국가 차원에서의 스텝업을 노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양 기술을 활용해 로봇 산업에 성장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523억을 투입했다. 방위사업청도 지난 2013년 신설된 ‘국방로봇사업팀’에 AI를 녹여 재편한 ‘인공지능로봇사업팀’을 배치해 국방 혁신을 도모하는 중이다.
두 기술은 각각으로도 산업 고도화를 이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함께 접목됐을 때 더욱 큰 시너지와 가치를 발휘하기 때문에 융합에 대한 로드맵이 절실하다. 로봇 분야 끝판왕이 될 것이라고 기대받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를 대변한다.
이러한 형국에서 산업용 컴퓨팅 솔루션 업체 어드밴텍이 ‘2024 어드밴텍 Robot+AI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엔비디아(NVIDIA), 퀄컴(Qualcomm), 인티그리트, 슈퍼브에이아이 등 업체와 어드밴텍의 파트너십을 통한 로봇·AI 고도화 방안을 제시했다.
어드밴텍 관계자는 “어드밴텍은 로봇에 이식되는 에지 AI(Edge AI) 개발을 위한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솔루션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며 “세미나에서 주로 다룬 ‘AI를 품은 로봇’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드밴텍의 AI 로봇 생태계 구현에 힘 보탤 지원군은?
엔비디아(NVIDIA)는 이날 세미나에서 차세대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 아이작(Isaac)을 소개했다. 발표 연사로 나선 변경원 상무는 “로봇은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숙련 기술자 부족, 협업 고도화 측면에서 새로운 방향성으로 산업을 이끄는 잠재력을 갖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작은 AI 기반 로보틱스 플랫폼이다. 해당 플랫폼은 AI 생성,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로봇 제작 툴, 로봇 관리 등 기능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한다. 기존 엔비디아 개발 플랫폼 ‘엔비디아 옴니버스(NVIDIA Omniverse)’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가상 세계에서 로봇의 물리적인 가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애플리케이션 ‘아이작 심(Issac SIM)’은 옴니버스를 기반으로 한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요구되는 프로세스를 ESP 포맷을 기반으로 수행한다. ESP 포맷은 각종 3D 엔진 플랫폼이 활용하는 포맷을 단일화한다는 점에서 포맷으로 인한 플랫폼 간 충돌을 방지해 호환성을 높인다.
아울러 아이작은 데이터 수집부터 훈련·활용까지 로봇에 이식되는 AI를 다루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프로세스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로봇에 탑재된 각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과 AI가 연동되는 것을 지향한다. 한 마디로 로봇의 모든 요소와 AI가 최적화되는 것인데, 아이작은 이러한 프로세스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툴을 제공한다.
변경원 상무는 이 가운데 실제 수집한 데이터가 아닌 가상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에 활용되는 AI를 훈련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 데이터와 실제로 수집하기 어려운 가상 데이터가 적절하게 혼합된다면, 구축이 쉬우면서도 완성도 높은 AI 모델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이작은 가상 데이터 수집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변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모델 구축을 지원한다.
이러한 가상 데이터는 데이터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특정한 데이터를 원하는 분야에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변 상무는 “AI 모델 구축 관점에서 시나리오 기반 시뮬레이션은 AI 로봇 개발에 시행착오를 줄일 뿐 아니라, 로봇 시스템 설계 시 요구되는 각종 요소에 대응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인간과 로봇의 상생을 목표로 로보틱스 산업의 성장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드밴텍은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솔루션 아이작을 비롯해 ‘엔비디아 젯슨(NVIDIA Jetson)’ 기반 솔루션을 통해 AI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이어 조경민 퀄컴(Qualcomm Technologies, Inc.) 프로젝트 마케팅 부문 부장과 이창석 인티그리트 대표가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반 로봇 혁신에 대해 소개했다. 온디바이스 AI는 외부를 통하지 않고 AI 모델 내부에서 각종 데이터를 처리하는 환경이다.
조경민 부장은 “연결성(Connectivity)이 산업 내 주요 화두로 떠오른 지금 시점에서 로봇은 이 트렌드에서 빠질 수 없는 영역”이라며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로봇 내 요소와 주변기기 간 연동을 비롯해, 로봇에 탑재되는 거대언어모델(LLM) 처리 용량 및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퀄컴 솔루션은 온디바이스 AI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 AI까지 폭넓은 AI 인프라를 지원한다”며 “이를 통해 경량화 AI부터 복잡한 AI까지 소화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형태는 사용자 요구에 따라 데이터를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티그리트는 퀄컴과 손잡고 개방형 로보틱스 데이터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로봇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표준을 만들겠다는 전략적 협력체계다. 인티그리트는 최근 퀄컴 온디바이스 기반 솔루션을 탑재한 에지 시스템 ‘에어패스 V3(AirPath V3)’를 출시한 바 있다.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대표는 제조 영역에서의 온디바이스 기반 AI 모델 배포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 제조업은 제조 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AI 역량을 합치시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데이터 표준화를 통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법론을 강조했다.
이는 AI 모델 설계 전, 직관적이고 유연한 데이터 통로부터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보유량이 부족한 제조 현장에 데이터 역량을 제공하는 기반부터 마련하자는 것이 그가 말한 정의의 핵심이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전문적인 데이터·AI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AI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안했다. 이현동 대표에 따르면,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현장 내 노하우를 보유한 숙련 기술자를 보존함과 동시에 인프라 내 AI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온디바이스·클라우드·온프레미스(On-Premiss) 에지 등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보유했다.
어드밴텍은 앞선 다수의 업체와 에지 AI 관련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토대로 AI 인프라 및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분야에 시스템통합(SI)을 돕고 있다. 조준형 어드밴텍 책임은 “어드밴텍은 AI 애플리케이션 개발부터 구현까지 전주기 AI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 요구에 따라 세분화된 AI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AI 구축·활용 측면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어드밴텍은 자율주행로봇(AMR) 업체와 협력해, AMR 소프트웨어에 산업용 PC 등 자사 하드웨어를 접목한 AI 로봇 혁신 레퍼런스를 보유했다. 이러한 임베디드 기반 사례는 여러 파트너사와의 협력 생태계를 통해 지속되고 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코클·아고스비전·써로마인드 등 어드밴텍 파트너사 관계자가 각각 사운드 AI, 3D 비전 AI, 초거대 AI 기술 등을 통한 AI 로봇 실현 방안을 공개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