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Ⅰ] 말 많은 중국산 LFP 배터리, 글로벌 시장 잠식?
[기획연재 Ⅲ] 겨울철 LFP 배터리 들어간 전기차 타도 될까?
LFP 배터리 특허의 역사
리튬인산철(LFP) 양극 물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존 구디너프 교수다. 구디너프 교수가 1995년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에서 LFP 양극 물질을 처음 발견하고 특허를 등록한 이후 프랑스의 배터리 과학자인 미셸 아르망(Michel Armand)이 하이드로 퀘벡, 몬트리올 대학교의 과학자들과 함께 LFP에 탄소 코팅을 하면 전도성이 향상된다는 점을 발견하고 후속 특허를 등록했다.
2003년 하이드로퀘벡과 몬트리올대학이 일반 기업에 LFP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최초로 부여했고, 하이드로퀘벡은 전 세계 국가에 특허를 등록한다. 중국에는 2003년 특허 신청을 냈고 중국의 지적재산권국은 2008년 9월 특허 신청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2010년 중국배터리공업협회가 국가특허국 재심위원회에 LFP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 재심위원회가 무효 판결을 내린다. 자국 내에서 해당 특허를 무효화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비야디(BYD), CATL 등 신흥 중국 기업들은 이미 한국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삼원계(NCM) 배터리가 아닌 LFP 배터리에 눈을 돌렸다.
LFP 배터리는 원재료 자체가 저렴한데다 자국 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한해 특허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가격 경쟁력 면에서 월등해졌다. 신에너지차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중국은 이를 발판으로 삼아 자국 전기차 산업을 부흥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CATL은 팽창하는 내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전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고, BYD 역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 글로벌 2위 자리까지 올라갔다.
중국 특허국의 LFP 특허 무효 판결은 중국 내에서만 해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여전히 중국 기업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LFP 특허에 대한 유효 기간이 끝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LFP 양극재의 핵심 특허는 크게 LFP 양극 물질 조성, LFP 탄소 코팅, LFP 탄소코팅 공정 3가지로 구성된다. 구디너프 교수가 보유한 원료 조성에 관한 내용은 2017년 만료됐고, LFP 특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탄소 코팅 기술은 2022년 만료됐다. LFP 탄소코팅 공정 기술은 2024년 만료 예정이나 중국 기업들도 10여 년간 LFP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다양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사업에 걸림돌이 되었던 특허 문제가 해결되면서 중국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의 길이 열린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CATL의 LFP 배터리는 테슬라를 비롯해 BMW, MG, 메르세데스, 볼보 등 메이저 완성차 OEM 차량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최근 현대의 신형 코나와 기아 레이 전기차 모델에도 CATL의 배터리가 탑재돼 국내 시장 또한 중국 업체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성장률보다 비(非)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CATL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87.8GWh를 기록하며 88.6GWh를 기록한 중국 외 시장 1위 LG에너지솔루션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전기차에 대한 수요 둔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업계에서는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고급 전기차 출시 위주의 사업 방향을 수정,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 모델 출시라는 카드로 부침 상황을 타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 기술이 사회에 보급될 때 얼리어답터와 대중 사이에 골짜기가 있다는 캐즘이론에 따라, 초기 얼리어답터들의 전기차 구매는 대부분 이뤄졌다고 판단,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가격, 실용성에 무게를 옮기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LFP 기술에 대한 특허가 풀린 만큼, 우리 기업들도 해당 배터리 개발에 뒤늦게 따라나섰지만,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에겐 대량 양산이 중요한 만큼, 해당 배터리 분야에서 이미 공급망과 제조 라인을 탄탄히 갖추고 점유율을 확보해가고 있는 중국 기업의 양산성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주류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안정적인 삼원계 배터리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에 대한 검증을 이미 끝낸 만큼, 성능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가격을 대폭 낮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함량을 40~60%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겼다. 삼성SDI(006400)는 각형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신제품인 P6 양산에 돌입했고, SK온도 주력이었던 파우치형 하이니켈 NCM 배터리에서 각형, 원통형으로 폼팩터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