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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속 방산 기업으로 변신한 배터리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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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한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시장 부진 속에 방위 산업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 시온파워(Sion Power)는 최근 이란 전쟁과 전기차 시장 부진 속에서 차세대 드론용 리튬메탈 배터리를 앞세워 방위산업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회사는 전기차 등 다른 분야용 배터리 개발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방산이 핵심 성장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온파워(Sion Power)가 계획 중인 ‘라이세리온 에이치이(Licerion HE)’ 리튬메탈 배터리 셀은 1회 사용에 해당하는 단일 방전(1차전지)과 재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 응용 분야를 모두 지원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 제품을 통해 기존 전기차 중심에서 탈피해 군사용 무인기와 자율 시스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파멜라 플레처(Pamela Fletcher) 최고경영자(CEO)는 이 배터리 셀이 차세대 드론과 자율 시스템, 그리고 가장 작은 크기와 가장 가벼운 무게에서 최대 에너지를 요구하는 기타 임무 필수(platform) 장비를 위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설계가 군사 감시와 정찰, 표적 타격 등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고에너지·경량화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플레처 CEO는 “우리가 개발한 리튬메탈 기술은 중량 에너지가 높다”며 “이는 가벼운 배터리 팩에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은 특히 드론처럼 비행하는 물체에 매우 잘 맞는다”며 공중 플랫폼에 최적화된 특성을 강조했다.

 

플레처 CEO에 따르면 시온파워의 리튬메탈 셀은 1킬로그램당 500와트시(Wh/kg)를 웃도는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그는 현재 가장 앞선 리튬이온 기술이 약 300~350Wh/kg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자사 기술이 현 세대 배터리보다 크게 높은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고에너지 배터리는 드론이나 미사일과 같은 주요 무기 시스템 자체를 구동할 수 있다. 동시에 전투와 감시 임무 수행에 필요한 카메라, 각종 센서, 프로세서 등 기내 탑재 전자 장비에도 전력을 공급해 복합적인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시온파워는 애리조나주 투손에 11만제곱피트 규모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파일럿 수준의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해당 시설을 통해 양산 전 단계에서 다양한 군사용 배터리의 설계 검증과 시범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플레처 CEO는 현재 이 투손 공장에서 방산용 라이세리온 에이치이 셀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기존 자동차용 배터리 셀 생산 라인을, 크기가 더 작은 방산용 제품 생산에 맞게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처 CEO는 과거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에서 전기차와 성장 사업을 담당했던 경영자로, 2022년에 GM을 떠난 뒤 시온파워를 이끌고 있다. 그는 자동차 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저장 기술이 자동차를 넘어 군사와 데이터 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레처 CEO는 시온파워가 전기차를 비롯한 다른 세그먼트용 배터리 셀 개발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회사의 현재 주요 초점과 성장 기회는 방위산업에 있으며, 이는 시온파워가 과거 전기차에 집중하기 이전부터 이미 추진해 온 사업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산 부문의 사업 기회가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저장 수요가 급증하는 흐름에 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군사용 에너지 저장 시장이 단순 특수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대규모 성장을 앞두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플레처 CEO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시온파워는 미국 정부에 직접 제품을 공급할 계획은 없다. 대신 미국 국방성에 이미 등록돼 있는 인증 방산 계약업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CNBC는 이러한 움직임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국방부가 미국산 저비용 무인 전투 항공 시스템(Low‑Cost Uncrewed Combat Aerial System, LUCAS) 드론의 생산 확대를 검토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LUCAS 프로그램 확장을 모색하면서, 고에너지·저비용 배터리에 대한 군의 수요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LUCAS 드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CNBC는 이 드론이 최근 이란 전쟁에서도 핵심적인 무인 전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온파워 최고사업책임자(CCO) 미치 우르티엔느(Mitch Hourtienne)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 3~4년 동안 (무인 시스템 분야가) 매우 빠르게 진화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란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더 변하고 있다”며, “불행히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제 이란 전쟁에서 많은 신규 응용 분야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온파워는 라이세리온 리튬메탈 배터리 셀을 포함한 맞춤형 방산용 배터리 팩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드론뿐 아니라 다양한 군사용 플랫폼에 적합한 통합 전원 솔루션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시온파워 외에도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 등 여러 기업이 수년 동안 차량용 리튬메탈 배터리를 연구·개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NBC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이 실제 자동차 부문에서 대량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리튬메탈 배터리 셀이 현재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셀과 작동 원리는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리튬메탈 셀은 에너지 밀도가 더 높고, 잠재적으로는 더 낮은 비용으로 제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리튬메탈 셀은 안정성 측면에서 더 휘발성이 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자동차용으로는 현재 등장 초기 단계에 있는 전고체 배터리보다 상용화 시점이 더 먼 기술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컨설팅 회사 텔레메트리(Telemetry)의 시장조사 부문 부사장인 샘 아불사미드(Sam Abuelsamid)는 리튬메탈 셀이 여러 산업과 다양한 사용 사례에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지니어이자 배터리 전문가로, 리튬메탈 기술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불사미드 부사장은 리튬메탈 셀이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더 우수하고, 비용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드론과 같이 비행하는 물체를 포함해, 더 작은 기기에서도 똑같이 효과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위산업과 자동차용 배터리의 가장 큰 차이로 저장 수명과 충·방전 수명(사이클 수명)을 꼽았다. 이 구분은 각 산업이 요구하는 배터리 성능의 기준이 크게 다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불사미드 부사장은 자동차용 배터리는 통상 수백 회의 충·방전 사이클을 견뎌야 하는 반면, 방위산업용 배터리는 보통 1~20회 정도의 제한된 사이클만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신 방산용 배터리는 3~8년의 긴 저장 수명, 즉 장기간 보관 상태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온파워는 리튬메탈 셀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2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회사는 이 자금을 통해 소재 개발과 셀 설계, 제조 공정 최적화 등 전 분야에 걸친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투자자에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LG Energy Solution)이 포함돼 있다. 또한 전 구글(Google)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의 가족 사무소인 힐스파이어(Hillspire)와,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루크해번 국립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에서 1989년에 분사해 설립된 시온파워는 향후 사업 확대를 위해 추가 자본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자사 제품이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에 걸쳐 출시되고 생산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맞춰 생산 능력 확충과 시장 진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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