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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이 스스로 숨 쉬는 시대”...존슨콘트롤즈, 자율 운영의 문 ‘활짝’ [헬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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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빌딩, 넷제로·전력망·AI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지난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이른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넷제로(Net Zero)’라는 새로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낳았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흡수·제거되는 양을 균형시켜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상태를 뜻한다.

 

산업·수송·건물 등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숲·토양 등 자연적 흡수원이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로 상쇄해 달성한다는 의미다. 지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2050년 전후 넷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이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ESG 경영의 최종 목표로 ‘2050 넷제로(2050 Net Zero)’를 채택하며 사실상 국제사회 공통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건물은 오늘도 전 세계 최종 에너지의 큰 몫을 소비하고, 도시 배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강화된 실내공기질(IAQ) 기준과 건강·생산성 논의는 사무공간의 운영 철학을 바꿨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급증, AI 워크로드 확장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는 지역 전력망을 압박하며 빌딩 단위의 수요관리·유연성 확보를 ‘전력 인프라 과제’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연말부터 민간 신축에 제로에너지빌딩(ZEB) 5등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축물 에너지 자립도 인증제도’의 등급 가운데 하나다. 최소 20% 이상을 자체적인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건물 설계 단계로, 친환경·스마트 빌딩 구축을 앞당기는 제도적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국내 건축·부동산 시장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하는 신호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건물의 고효율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운영 구간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읽고 해석한 후, 에너지·쾌적성·보안·안전·유지보수·규정준수 등을 동시에 최적화해야 과제와 맞닿아 있다. 핵심은 기존의 관제·리포트를 넘어 권고·실행이 자동으로 닫히는 자율 운영이다. 시장도 그쪽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이를 방증하듯, 통상적으로 활용된 빌딩관리시스템(BMS)은 클라우드·에지(Edge)·인공지능(AI)을 전제로 한 시스템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일 화면에서 포트폴리오 전체의 KPI를 관리하는 플랫폼형 운영이 표준이 되고 있다. 이제 빌딩 분야의 다음 질문은 어떻게 스스로 최적화하고 학습하게 하느냐다.

 

‘모니터링을 넘어 자율로’ 생애주기를 관통하는 AI, 자율 빌딩 현실화되나

 

“최근 건물은 복잡한 설계와 다각적 보안, 에너지 혁신 기술이 융합된 혁신 인프라다.” 이달 23일 김한준 존슨콘트롤즈인터내셔널 코리아(이하 존슨콘트롤즈) 대표가 언급한 말이다. 채광, 외기 순환, 공조·보안·조명이 상호작용하고 연결돼, 건물 자체가 하나의 환경을 만들도록 설계·운영돼야 한다는 방법론이다.

 

 

그런 그는 “민간 ZEB 5등급 의무화가 시작되며 AI와 자율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못 박고, 국내 기업의 에너지 절감과 규제 준수 동시 달성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존슨콘트롤즈는 약 9200건 이상의 특허와 150여 개국에서 이어지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건물 에너지·운영비 72억 달러(약 10조 원) 절감이라는 숫자를 도출했다. 이 회사는 빌딩자동화시스템(Building Automation System, BAS)을 경쟁력 토대로 삼는다.

 

BAS 플랫폼 ‘메타시스(Metasys)’는 공조·조명·보안·화재 등 이질적 설비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해 제어·최적화한다. 이 기반 위에서 상위 플랫폼인 ‘오픈블루(OpenBlue)’가 빌딩의 지능화에 기여하는 중이다.

 

지난 2020년 첫 등장한 오픈블루는 지난해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술을 입고 새롭게 단장했다. 플랫폼의 구조는 크게 세 층으로 나뉜다. 현장의 BMS·설비·센서·IT 시스템은 ‘오픈블루 브리지(OpenBlue Bridge)’라는 지 게이트웨이에서 흡수돼 ‘오픈블루 클라우드(OpenBlue Cloud)’로 집적된다.

 

이 데이터는 ‘오픈블루 트윈(OpenBlue Twin)’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인사이트와 실행으로 번역된다. 운영자의 접점에서는 ▲플레이스&스페이스(Place&Space) ▲오픈블루 컨트롤(OpenBlue Control) ▲오픈블루 앱스(OpenBlue Apps)로 세분화돼, 단순 관제·보고에 쓰이던 시간을 전략과 성과 관리로 바꿔준다.

 

 

이 같은 토대 위에서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탑재되며 변곡점을 맞았다. 새롭게 진화한 오픈블루는 자연어(Natural Language) 기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운영자가 질문하거나 지시하면 즉시 시스템이 응답·실행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또한 보고서, 전략 문서 자동 생성 예지정비 대시보드 통합, 에너지 최적화 시나리오 및 워크플로·작업지시 자동화, 지속 학습 기능 탑재 등 변화를 꾀하며 고도화됐다.

 

존슨콘트롤즈 기술 부문을 맡고 있는 김대현 팀장은 “이전까지 오픈블루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권고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관찰·진단·권고·자동실행 등 절차로 이어지는 완전한 자율 운영 단계로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즉, 단순한 요청·응답의 수동형 관리에서 벗어나, 시스템이 스스로 환경을 읽고 최적의 실행까지 닫아주는 자율 빌딩 플랫폼으로 변신한 셈이다.

 

이때 생성형 AI는 생애주기 전 단계에 걸쳐 활약한다. 설계·건설 단계에서는 프로젝트 보고서, 계약서, 규정 문서, 일정·공정 등을 자동 작성한다. 시운전(Commissioning)에서는 자산·센서 자동 분류·등록과 제어·이상감지 룰을 자동 생성해 초기 안정화를 단축한다.

 

이어 운영(Operation)단에서는 챗봇 인터페이스로 맞춤 설정과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상태 보고서를 자동 작성한다. 제어(Control)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최적화를 수행하며, 가상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이상탐지 성능을 키운다.

 

유지보수(Maintenance)에 이르러서는 기술 지원 챗봇과 냉동기·보일러·펌프·변압기·발전기 등 핵심 장비의 진단 리포트를 자동화해 선제 정비를 돕는다. 끝으로 건물·시스템을 최신 인프라로 변환하는 리트로핏(Retrofit) 과정에서는 포트폴리오 단위의 탈탄소 계획을 자동화한다. 또한 에너지 절감, 탄소 감축 시나리오를 추천기도 한다. 이 가운데 모니터링·제어·유지는 실제 운영의 핵심부로 규정된다.

 

기술 위에 쌓는 신뢰, AI를 넘어 윤리와 지속가능성으로

 

오픈블루는 최근 요구사항이 폭발하고 있는 보안 및 데이터 거버넌스를 충족하기 위한 설계도 함께 강조한다. 시스템 접근 주체에게 매번 검증을 요구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를 비롯해, 시스템·서비스 설계 초기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 원칙으로 내장하는 접근법인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bD)’을 전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존슨콘트롤즈는 SOC 2 Type II, ISO/IEC 27001, ISA/IEC 62443, NIST SSDF, GDPR, APEC CBPR, BCR 등 국제 표준을 폭넓게 따른다.

 

사측은 이 가운데 제품 개발 과정 전반에 7대 AI 윤리 원칙을 내장한다고 내세웠다. ▲경험·역량 강화 ▲공정성·포용성, ▲프라이버시 중심 설계 ▲견고함·안전성·보안 ▲책임 ▲투명성 ▲지속가능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철학과 원칙은 오픈블루가 지향하는 네 갈래 가치로 구체화된다.

 

첫째, 에너지 효율과 지속가능성 영역에서는 ‘넷 제로 어드바이저(Net Zero Advisor·Plus)’와 ‘중앙 유틸리티 플랜트 최적화(CUPO)’를 통해 KPI를 시각화하고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둘째, 공간·웰빙·생산성 부문에서는 ‘워크플레이스 어드바이저 스페이스(Workplace Advisor Space)’, ‘워크플레이스 어드바이저 IAQ(워크플레이스 어드바이저 IAQ(Workplace Advisor IAQ))’, ‘크리티컬 인바이런먼트 어드바이저(Critical Environments Advisor)’가 공간 활용도와 실내 공기질, 규정 준수 리포팅을 정밀하게 끌어올린다.

 

셋째, 운영 효율과 장비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이큅먼트 퍼포먼스 어드바이저(Equipment Performance Advisor)’와 ‘이큅먼트 퍼포먼스 어드바이저 플러스(Equipment Performance Advisor Plus)’ 버전이 장비 문제를 진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수명을 연장한다. 여기에 유지보수 비용 또한 줄인다.

 

마지막으로, 보안·안전·편의성 영역에서는 상황인지 기반 체계가 재난과 보안 위협에 선제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이 네 축은 약 1000여 개의 ‘결함 탐지 및 진단(FDD)’ 룰과 예측 제어가 엔진 역할을 하면서 돌아간다. 냉동기·보일러·펌프·쿨링타워 등 열원 설비에 대한 부하 예측, 날씨 데이터, 일정과 정비 이력과 결합해 최적 제어하는 것이다.

 

아울러 초기 설정 대비 효율이 이탈하는 ‘에너지 드리프트(Energy Drift)’를 억제하는 임무도 맡는다. 여기에 상황 인지 매니지먼트와 3차원(3D)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관제가 더해진다. 이로써 운영자는 KPI, 트렌드, 비용 분석, 보고서, 워크오더까지 하나의 화면에서 매끄럽게 관리할 수 있다.

 

“에너지 절감 10%, 냉각기 비용 67% 절감”...성과가 보여준 빌딩 자율화

 

김한준 대표는 “오픈블루의 효과는 이미 수치로 입증됐다”며 “분석 결과, 공간·부동산 관리 소프트웨어와의 결합 시 고객은 3년 투자수익률(ROI) 155%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회수는 8개월에 불과했고, 에너지 절감은 최대 10%, 냉각기 유지보수 비용은 최대 67% 절감됐다”고 덧붙여 언급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한 글로벌 본사 건물이 공간 활용 최적화와 에너지 개선으로 쾌적성과 비용을 동시에 잡았다고 소개했다.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의 초대형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 Center)는 8개월 만에 7만 달러(약 1억 원)와 100만 kWh 절감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에 따르면, 북미의 한 병원은 까다로운 온도·습도·음압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보고서 자동화로 운영 부담을 줄인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선 국내 ZEB 5등급 의무화와 직결된다. 이제는 수십만 개 데이터 포인트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실행까지 닫아내는 단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존슨콘트롤즈 측은 이와 관련해, BMS 내부에서 모듈식 AI 애플리케이션을 호출해 자동 최적화를 구현하는 방식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초기 설비투자(CAPEX)는 불가피하게 크지만, 운영 과정에서 누적되는 최적화 효과로 장기적 운영비용(OPEX)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확장성도 강조됐다. 스마트시티 에너지 관리와 같은 포트폴리오 단위뿐 아니라, 데이터센터·헬스케어·물류 등 개별 도메인 단위에서도 동시에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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