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직원이 주식시장 변동성 속에서 업무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진 후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지난 16일, 증권사 직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건은 2021년 5월 11일 한 대형 공모주가 상장된 날 발생했다. 해당 주식은 개장과 동시에 30% 이상 급락하며 변동성이 극심했다. A씨는 주식 주문을 처리해야 했으나, 주식 주문 단말기 고장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이에 상사는 A씨에게 거친 질책과 폭언을 했고, A씨는 “지금 완전히 지친 상태다. 주문 단말기가 뻑이 나서(고장이 나서) 다 난리다”라고 답한 뒤 자리에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결국 다음 날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씨는 2013년 변이형 협심증 진단을 받았으나, 꾸준한 건강관리 속에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이어왔다. 법원은 “공모주 청약이 집중되며 업무량이 평소의 10~20배 증가했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지병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업무 과중과 상사의 폭언이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지급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과로 및 직장 내 스트레스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헬로티 맹운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