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장은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예로, 오랜 기간 강자로 군림했던 구글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의 도전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생성형 AI의 발전은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개인화한 결과를 제공한다는 데 강점을 보인다. 검색의 맥락을 잘 이해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관련성 높은 답변을 제안한다. 이처럼 AI 적용이 확대됨에 따라, 주요 기업은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아성에 도전하는 빅테크
빅테크들이 AI 기능을 활용해 구글이 장악 중인 온라인 검색 시장에 연이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 법원이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불법 독점으로 판단하며 제동을 걸게 된 사안도 주요 쟁점이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에 따르면, 9월 기준 구글의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1년 전 91.58%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압도적 수준이다. MS의 빙이 1년 전 3.01%에서 오른 3.96%로 2위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챗GPT를 처음 공개하며, 구글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챗GPT의 주간 활성 이용자 2억5000만 명 수준으로 지난해 1년간 1.5배가 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검색엔진에 생성형 AI를 탑재하는 등 수성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검색 결과와 함께 연관 광고가 노출되던 기존 방식과 달리 ‘AI 오버뷰’ 기능으로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가 요약한 내용을 우선 제공하는 방안을 지난 5월 공개한 바 있다.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AI가 PC 사용자로부터 웹브라우저를 넘겨받아 검색·쇼핑 등 등의 작업을 하도록 하는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CUA)’도 개발 중이다.
이에 오픈AI와 메타플랫폼은 구글과 경쟁하기 위해 AI 검색 강화에 나섰다. 오픈AI는 지난 10월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 내 검색 기능을 공식 출시했다. 챗GPT 검색은 실시간 웹 검색과 뉴스·데이터 제공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얻고자 하는 정보와 함께 최신 스포츠, 주가, 뉴스, 날씨 등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검색엔진을 이용해야 알 수 있던 정보를 이제 챗GPT와 대화로 쉽게 얻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챗GPT는 이용자 질문에 따라 자동으로 웹을 검색하며, 이용자가 웹 검색 아이콘을 클릭해 직접 검색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검색 기능은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인 GPT-4o의 미세 조정 버전으로 구동된다.
메타는 구글·MS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AI에 기반한 자체 검색엔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인포메이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자동화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분류·저장하는 웹 크롤링을 이용, 챗봇이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시사 관련 질문에 대화형으로 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현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자사 플랫폼에서 챗봇인 ‘메타 AI’가 뉴스·주식·스포츠 등과 관련해 이용자 질문에 답할 때 구글 검색 등에 의존하고 있다.
수잔 리 메타 CFO는 해당 보도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으면서도, 메타가 자체 웹 크롤링 기술을 보유하며 메타 AI가 검색형 질문에 더 많이 사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애플도 지난 10월 자사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포함된 아이폰 운영체제를 배포하면서 아이폰 등에서 AI 기능을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 애플은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를 결합해 아이폰 이용자가 검색에 쓰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검색 시장에도 찾아올 변화는?
국내 검색 시장 강자인 네이버 역시 점유율이 최근 9년간 약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57.32%로 1위였으며, 구글이 33.9%로 뒤를 이었다.
2015년에는 같은 기간 네이버의 점유율이 78.06%였으며, 다음(11.74%), 구글(7.31%) 순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 검색 시장 지형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보고서는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AI와 검색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AI 검색엔진이 부상하며 단순 키워드 중심이었던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단순 키워드 중심 검색은 사용자 질문 뉘앙스와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해 실제 의도와 동떨어진 결과를 제시하는 한계가 있는 반면, AI 검색엔진은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맥락을 파악해 정확하고 종합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 AI가 복잡하고 긴 문장을 처리할 수 있고, 음성·이미지·동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점도 장점이다.
이 같은 AI 검색엔진의 부상은 실제 검색 시장 지형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생성형 AI 등장으로 기존 검색 엔진 사용 횟수가 현재 수준 대비 2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국내 AI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뤼튼·라이너·솔트룩스 등 기업이 자체 특화한 서비스로, 향후 AI 검색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월, 네이버는 자사 컨퍼런스 ‘단 24’에서 AI 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 방안을 발표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네이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고, 이후 1년간 테스트 결과 상용화 단계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네이버가 보일 방향성은 전 서비스에 AI를 녹여내는 것이다. 이를 ‘온 서비스 AI’로 부르기로 한다”며 “일상적 체감 혁신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두고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직관적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현재 통합 검색 기능에 AI와 개인화 추천 기술을 결합한 생성형 AI 검색 기능 ‘AI 브리핑’을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SKT)은 ‘SK AI 서밋 2024’에서 AI 비서 서비스 ‘에스터(A*, Aster)’를 공개했다. SKT는 에스터에 대해 ‘에이전틱 AI’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AI 챗봇처럼 단순한 질문에 답하거나 검색 결과를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 요청에 대해 AI가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는 AI 비서라는 설명이다. 사용자와 대화를 통해 의도를 확실히 파악하고 할 일 목록을 작성해 스마트홈용 가전제품 등 다른 기기와 연계된 동작까지 수행한다.
SKT는 에스터가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핵심 가치로 쉽고 간편한 계획 수립, 꼼꼼한 관리, 신속한 응답을 들었다. 또한, 올해 에스터 기능에 대해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거친 뒤 내년 북미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