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목표로 하는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장벽 두터워
메타플랫폼(이하 메타)과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등 20여개 기업과 관련 단체 등은 유럽연합(EU)의 기술 규제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이 인공지능(AI)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 기업 등은 메타가 주도한 공개서한에서 "유럽이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과 혁신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일관성 없는 의사결정으로 AI 시대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EU의 규제로 유럽 기업들이 개방형 AI 모델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을 결합할 수 있는 최신 모델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어 EU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아 AI 모델을 학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종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기업 등이 유럽 시민들을 위한 생성형 AI 구축을 위해 수백억 유로를 투자하려면 유럽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적용되는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개서한에 서명한 기업에는 명품업체 프라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독일 소프트웨어업체 SAP 등도 포함됐다.
이 공개서한은 메타와 애플이 새로 출시한 AI 기능을 EU의 규제로 인해 유로존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애플은 지난 6월 새 규제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유럽 국가에 새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제공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메타도 지난 7월 유럽 규제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가까운 시일 내 EU에서는 이미지 이해 기능을 가진 멀티모달 AI 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앞서 아일랜드 규제 당국의 우려 제기 이후 유럽에서 성인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공개 게시물 데이터를 사용해 AI 모델을 학습하려는 계획을 연기했다고 발표했었다.
4억5000만 명의 소비자를 보유해 대형 기술기업의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인 EU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던 선도적인 글로벌 규제기관으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를 목표로 하는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일부 국가의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디지털 경쟁과 온라인 콘텐츠와 AI 관련 EU의 법안들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글로벌 기술기업 가운데 일부는 유로존내 기업 운영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EU 의원들과 관리들은 이러한 EU의 규정들이 대형 기술기업들의 독점적인 행태를 막고 허위 정보와 가학적인 온라인 콘텐츠의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