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프트웨어 개발시장 “상황 바뀌었다”
로봇 등 개발시장 “인력수급이 여전히 주요 난제”
지난 2020년,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로나바이러스는 취업시장에도 변화의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이른바 IT 전문인력, 개발자 수급 광풍이 불었다. 개발자들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됐고 기업들은 높은 비용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IT 개발 파트 강화를 위해 인력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렇다면 현재 개발자 인력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IT 전문인력에 대한 수급은 여전히 코로나 때처럼 뜨거울까? 한 편에서는 개발인력 시장의 상황이 코로나때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여전히 전문적인 개발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한다. 업계에서 말하는 ‘개발자의 難(어지러울 난)’은 이제 정말 끝난 것일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개발 인력 공급이 수요를 추월한 시기…주도권은 이제 기업으로
흔히 ‘개발자’라고 하면 웹 등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솔루션을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을 떠올린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IT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기 위해 개발인력 수급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정반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개발인력 광풍의 기저에는 창업열풍이 있었다. 셧다운 등 예상할 수 없었던 외부요건으로 오갈 데 없어진 시장 내 자금은 창업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이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탄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장에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존재는 분명 더 건강한 시장경쟁을 위해서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너무나도 많은 업체들이 우후죽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따르는 법. 많은 업체의 시장 진입은 자연스레 개발 인력의 공급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스타트업이나 IT기업들의 창업·투자 열풍은 거짓말처럼 정말 한 순간에 사라졌다. 약속된 투자를 믿고 외연을 확장해가던 이들은 갑작스럽게 막힌 자금줄에 살길을 찾아야 했고 결국 값비싼 개발자들부터 정리하는 선택을 했다. 이렇게 시장에는 갑자기 많은 숫자의 개발인력이 쏟아져나왔다. 기업들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개발자의 난’이 이제 정반대의 방향으로 개발자들이 취업하기 쉽지 않은 ‘개발자의 난’으로 바뀐 시점이 바로 이때다.
취재를 위해 만난 한 해운물류 IT 업체 관계자는 현재 개발인력 시장에 대해 공급이 수요를 추월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개발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올리자마자 5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을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면서 “코로나 때는 개발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그림이었다면 이제 반대로 기업들이 더 성향이 맞거나 역량있는 개발 인력을 선택하는 상황으로 역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4~5년 차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팀장급 개발자의 경우 여전히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더 이상 기업에서도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선택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인력 공급이 수요를 역전한 상황이니만큼 앞으로 경력 확보를 위한 개발인력들의 취업시장 내 경쟁이 오히려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전문적 개발파트는 어려움 여전…‘인력수급난·대기업 접근’ 이중고로 한숨
이와 달리 로봇 등 더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을 필요로 하는 시장에서는 개발인력 수급이 여전히 큰 난제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일수록 이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국내 한 로봇개발기업 관계자는 “로봇 개발의 경우 단순한 교육과정을 이수한다고 해서 역량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시장과 비교해 인력풀 자체가 좁을 수밖에 없다”고 기본 인력시장 구조의 차이를 설명하며 “적은 숫자의 개발인력을 두고 여러 기업이 영입전쟁을 펼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력수급이 큰 숙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견·중소 로봇개발기업의 경우 여기에 대기업이라는 큰 벽까지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겨우 개발인력을 확보해 키워놓으면 대기업이 이들에게 접근해 영입해가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문적인 파트이니만큼 개발인력이 본격적인 역량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겨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을 쌓으면 대기업이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며 이들을 빼가는 것을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뚜렷한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 이 숙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 답은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최근에는 작은 규모의 기업으로 오히려 대기업 출신의 전문가들이 합류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며 “절대적인 규모는 작지만, 개발파트에서는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자체 경쟁력을 쌓아올리는 것이 개발인력시장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