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챗GPT는 컴퓨터, 인터넷 다음으로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기술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챗GPT를 필두로 등장하기 시작한 생성형 AI는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높은 기술 수준을 달성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인간의 일상 곳곳에 생성형 AI가 함께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까지는 생성형 AI 고도화에 집중됐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기술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중화 코앞에 둔 생성형 AI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공개한 발표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년 동안 세계 과학계에 화제가 된 인물을 선정하는 ‘네이처 10’에 10명의 과학자와 생성형 AI인 챗GPT가 뽑힌 것이다. 네이처 10에 도구가 선정된 사례는 처음이었다.
네이처 수석 피처 편집자인 리처드 모나스터스키에 따르면, 챗GPT의 기술력을 포함해 세계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챗GPT를 위시한 생성형 AI의 위상은 단순히 신기한 기술의 탄생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생성형 AI는 전문가들로부터 사회, 경제, 문화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생성형 AI는 나아가 개인화한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8월 승현준 삼성리서치 글로벌 연구개발(R&D) 협력담당 사장으로부터 언급된 바 있다. 승현준 사장은 “생성형 AI는 AI가 대중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AI는 개인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툴로 변화한다”며, “퍼스널 AI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이 변화는 인터넷, 휴대전화가 가져온 파급력과 같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챗GPT만 봐도 일상적인 질문부터 학교 과제, 보고서 작성, 여행 일정, 코딩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생성형 AI는 가공할 기술력을 기반으로 이미 일상 속에 파고들었다.
성능 개선에 대한 여지가 있으나, 시간 문제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챗GPT 등장 이전부터 현재까지 AI 성능 개선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왔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올해부터는 성능이 아닌 대중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측한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AI 연구를 주도해온 주요 빅테크 역시 체감하는 사실이다. 빅테크 입장에서 대중화란, 안정적인 수익창출 달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애플, 메타플랫폼, 아마존, 테슬라 등 소위 ‘매그니피센트 7’이 AI 잠재력에 힘입어 S&P500지수 상승의 4분의 3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그니피센트 7의 시장가치는 6592조 원에 달한다. 그렇다 보니 가치평가가 높아질대로 높아진 이 기업들은 기대 실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AI 헤게모니 위한 경쟁 구도 만들어졌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MS는 2019년부터 오픈AI에 130억 달러(17조 원)를 투자해왔으며, 현재 오픈AI 지분율 4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든든한 협력사다.
이 같은 배경에서 지난해 11월, 오픈AI가 개최한 첫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GPTs’와 ‘GPT 스토어’가 발표된 후, AI 주도권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에 넘어갔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지배적이었다. GPT 스토어는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처럼 개발자가 오픈AI의 GPT를 활용해 개발된 다양한 챗봇을 이용하는 장이다. 이뿐 아니라 오픈AI가 MS는 ‘GPT-4’에 이어 ‘GPT-4 터보’를 선보이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승승장구하던 오픈AI는 최근 내홍을 겪으며 주춤했다. 오픈AI는 공개 서한에서 “GPT 스토어를 2023년 11월에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우리는 몇 가지 예상치 못한 일로 바빠졌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는 샘 올트먼 CEO 재선임에 대한 업무와 결과 새로운 이사회 구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샘 올트먼 CEO는 이사회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으나, 5일 만에 복귀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샘 올트먼을 축출했던 이사회 구성원은 대부분은 자리를 내려놨고,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 중이다. 지난 12월, 오픈AI는 자사의 AI가 초래할 수 있 위험을 막고자 내부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구글은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미나이는 2023년 4분기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다가 늦어지면서 올해로 미뤄질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구글은 울트라와 프로, 나노 등 3개 모델 중 최상위 버전인 울트라를 2024년 초에 출시한다고 밝히며 제미나이 공개를 결정했다. 다만 공개 이후, 제미나이 성능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CNBC 방송에 따르면, 구글이 제미나이 공개와 함께 선보인 시연 영상이 화근이었다. 이 영상은 라이브가 아닌 편집본이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구글은 미리 제작됐음을 시인하며 “영상은 제미니가 멀티모달 기능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묘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제미나이가 특정 질문에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논란거리에 대해 답변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픈AI와 MS, 구글에 대항하는 또 다른 동맹도 결성돼 화제가 됐다. 그 주축은 메타와 IBM이다. 메타와 IBM은 양사를 포함한 50개 이상 AI 관련 기업 및 기관과 ‘AI 동맹(Alliance)’을 출범했다. AI 동맹에는 인텔, AMD, 오라클 등 기업과 스타트업 사일로 AI, 스태빌리티 AI 등도 참여했다. 예일대학교, 코넬대학교 등 대학과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등 미국 정부 기관도 이름을 올렸다.
이 동맹은 AI 분야의 개방형 혁신과 개방형 과학을 지지하는 자원을 모으고, 기술을 무료로 공유하는 오픈소스를 지원한다. 나아가 LLM을 오픈소스로 제공해 챗GPT를 따라잡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규제와 안전 등 6개 분야에 집중하며, AI 안전 및 모델 검증을 위한 도구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