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기획특집

배너

[8월 반도체 동향 ①] 미·중, 깊어진 갈등 관계 속 아이러니한 협력 구도

URL복사
[선착순 마감 임박] AI분야 특급 전문가들과 함께 AI로 우리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AI 비즈니스 개발 융합 컨퍼런스에서 확인하세요 (5/3, 코엑스3층 E홀)


미국과 중국 간 깊어가던 갈등 관계에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핵심은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완화)로의 전환이다. 미중 관계는 양국간 정치·외교·국방·경제 분야에서 강하게 얽혀 있기에 주고 받을 수 있는 혜택과 규제가 다수 존재한다. 특히 반도체는 두 나라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주 전장이다.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앞세운 미국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도 반도체 국산화 정책과 원재료 공급망을 무기로 대응하기에 나섰다. 



디커플링 NO 디리스킹 YES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미중의 주요 인사들의 만남은 양국 간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이에 미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급 인사 두 명의 방중 일정은 화제를 모았는데, 그 주인공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다. 두 사람은 각각 지난 6월과 7월에 방중 일정을 수행했다.

 

블링컨 장관과 재닛 옐런 장관 방중 이후 사실상 양국 외교·경제 채널은 이미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목표하는 바가 다르기에 상황에 따라 대화 채널이 강화 혹은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예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방중 일정에서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 조치에 우려를 표했으며,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도 강조했다. 

 

미국은 대 중국 수출에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도입해왔다. 반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 중국이라는 사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중 기업 간 관계는 굳건하다고 언급했다.

 

한 예로, 중국의 제재를 당한 마이크론은 지난 6월 중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6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도은 베이징에서 AI 반도체 ‘가우디2’를 홍보하는 언론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중국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자동차, PC 등 반도체 수요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이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며, 일부 반도체 기업은 매출의 약 70%가 중국에서 나온다고 추정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도 중국에서 최종 조립이나 테스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규제, 이제는 멈춰야 할 때?

 

미국 현지에서는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반도체 규제가 오히려 자국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반도체협회(SIA) 존 노이퍼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통제 확대가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SIA 측은 “수출 규제에 대한 반복적 조치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상당한 시장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중국의 보복 조치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IA에는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이 회원사로 있다. 이처럼 SIA가 공개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허용을 요구함으로써 미 정부의 추가 조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SIA의 성명은 미 정부가 추가적인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표됐다. SIA는 중국이 미국의 조치에 반발해 마이크론을 제재한 데 이어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 등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기로 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추가 조치를 발표할 경우 시장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움직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체의 CEO들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 등과 회동했다 전했다. CEO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핀펫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장비 및 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대 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올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중국에서의 시설 확장 자제를 조건으로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AI 등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 업체의 접근 제한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던 일부 미국 반도체 제조사에 대해 수출 허가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다. 


지난 상반기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전년 대비 18.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수입 금액의 경우 총 1626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22.4% 하락했다. SCMP는 이 같은 결과가 미국의 막강한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유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상반기  기준 한국, 일본, 대만을 대상으로 한 전체 수입에서도 전년 대비 19.6%, 11.1%, 18.9%가 줄었다.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자국 내 반도체 시장은 부정적인 여파를 맞고 있다.

 

한 예로, 서버 제조 기업인 인스퍼의 주가가 선전 증시에서 약 10% 하락했다. 인스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AI용 서버 제조 기업으로, 중국 서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다. 미 정부는 지난 3월 중국군 현대화와 대 이란 제재 위반 등을 이유로 인스퍼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인스퍼 주가 하락은 미 정부 규제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때 아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앞서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인 KLM과 램리서치 등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한 직원을 철수하고 새 장비 설치와 이미 설치한 장비 관리 등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SCMP는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인해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예로, 반도체 식각 장비를 제조하는 베이팡화창은 상반기 이익이 전년 대비 155.8% 증가한 16억7000만 위안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반도체 장비 깅업인 AMEC도 상반기 이익이 120.2% 증가한 9800만 위안을 예상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배너









주요파트너/추천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