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라는게 말이야]는 '콕스(COX)' 특허법률사무소의 오재언 대표 변리사가 들려주는 특허 이야기입니다.
이번 편은 [특허라는게 말이야] 시즌1의 마지막편입니다. 그간 '특허란 무엇인가?'에서부터 팬택과 한림포스텍의 특허이야기, 발명과 특허의 차이 등을 살펴봤습니다. 시즌1 마지막편은 창업할 때 꼭 확인부터 해야 할 특허 정보를 살펴볼까 합니다.
[특허라는게 말이야 - 5편] “이것 모르고 창업하면 큰일난다!” |
1. 약은 약사에게, 창업 아이템은 변리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창업 아이템은 변리사에게’라는 말은 그다지 친숙한 표현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창업 아이템은 변리사에게’여야 할까?
레스토랑을 창업할 때는 자기만의 레시피가 아이템이 되고, 카페를 창업할 때는 좋은 원두커피가 아이템이 된다. 온라인 서비스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는 편리하고 기발한 어플이 아이템이 되고, 의류 쇼핑몰을 창업할 때는 팬시한 의상 디자인이 아이템이 된다. 연예 기획사의 창업 아이템은 멋진 아이돌 그룹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을 한다.
이렇게 아이템을 확정하면,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창업자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걱정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누군가 내 아이템을 따라하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따라서 창업 초기부터 법적으로 아이템을 보호받을 조치를 취하고 싶어한다.
사실 ‘아이템을 보호해달라’는 주문은 모호하고 불확정적이다. 변리사는 이러한 주문을 직업적으로 ‘아이템에 대해 상표권, 디자인권, 특허권, 저작권 중 어떠한 권리가 필요한지 분석하고 권리를 획득해주세요’라고 해석한다.
아이템의 종류에 따라 상표권만 필요할 수도 있고, 상표권과 특허권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상표권과 저작권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때 아이템을 어떻게 해야 빈틈없이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는 변리사가 가장 잘 알며, 변리사의 전문 영역이다.
앞서 ‘창업 아이템은 변리사에게’라는 표어를 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창업 아이템을 보호받을 수 있는 4가지 권리를 좀더 상세히 살펴보고, 기타 특수한 경우에 대해 살펴본다.
2. 아이템의 브랜드가 보호 대상일 때 (상표권)
레스토랑, 커피숍, 어플, 아이돌 그룹, 전문 서비스업, 의류 쇼핑몰. 이러한 아이템들에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 즉 내가 창업한 이 아이템이 다른 것과 구별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을 바로 ‘상표’라 한다. 즉, A 레스토랑, B 커피숍, C 어플, D 아이돌 그룹, E 전문 서비스업, F 의류 쇼핑몰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템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오랜 기간 열심히 만든 브랜드 가치가 타인의 무단 사용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창업할 아이템의 상표나 서비스표는 최대한 빨리 상표출원을 통해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창업 아이템에 대해 상표권을 획득해 놓으면, 적어도 타인이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도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업체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게다가 사업체의 브랜드 가치가 매우 커진다면, 상표권 자체가 또 다른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이용한 프랜차이즈업의 경우, 상표권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한 대가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창업자가 사용하는 상표가 오히려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템에 사용할 상표를 결정했다고 하자. 변리사는 이 상표의 등록 가능성을 미리 조사하는데, 이를 선행상표 조사라고 한다. 이것은 창업자가 사용할 상표가 이미 누군가에 의해 등록되었거나 출원 중인지를 미리 조사하는 과정이다.
조사결과 선행상표가 발견되면 등록 가능성이 낮고, 자칫하면 선행상표권을 침해할 수도 있어 상표를 다시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타인의 상표권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상표의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필자가 담당했던 상표들 중에 헬로비너스(HELLOWVENUS)라는 상표가 있다. 헬로비너스는 국내의 유명 걸그룹의 이름이다. 출원 당시 선행상표를 조사했을 때 속옷 브랜드로 유명한 비너스(VENUS)라는 상표가 발견되었으나 분쟁의 소지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어 상표출원을 진행했고 등록결정까지 받았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비너스 측에서 헬로비너스 상표에 대한 이의신청을 냈다. 이의신청에서 다툰 결과 헬로비너스와 비너스 두 상표는 서로 유사하지 않다는 결정이 내려져 결국 헬로비너스라는 상표를 지킬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상표출원 시에는 나의 상표를 보호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측면들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3. 아이템의 미적 외관이 보호 대상일 때 (디자인권)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디자인이 있고, 디자인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사무실 안을 살펴보면, 책상, 의자, 펜, 데스크탑 PC 케이스, 마우스, 텀블러, 스마트폰, 스탠드, 옷, 신발, 서류가방, 에어컨, 선풍기 등이 보일 것이다.
이 모든 사물들은 심미감을 주기 위한 형상, 모양, 색체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물품의 디자인은 창작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디자인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소위 명품 짝퉁의 경우, 저명한 명품회사의 제품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에, 디자인권의 침해가 된다. 물론 상표도 모방했다면 상표권의 침해에도 해당된다.
만약 창업 아이템의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상품이라면, 창업자는 디자인출원을 통해 해당 상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획득해야 한다. 앞서 예로 들었던 의류 쇼핑몰의 경우, 자신이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여 만든 옷을 누군가 모방하여 판매하면 사업상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행위를 금지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권이 필요하다.
특허를 받고 싶지만 특허성이 부족한 아이템이 있다면, 물품의 디자인이라도 보호받기 위해 디자인권을 획득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립감을 높이는 기능성 텀블러가 있는데, 만약 그립 부분의 기능성이 특허 받을 수준이 안된다면, 그립 부분의 디자인을 디자인권으로 등록받을 수 있다.
디자인은 약간만 변형해도 침해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디자인권을 가진 것이 경쟁업체에게 여전히 위협적인 점, 타인이 그 디자인권에 대한 침해 여부를 검토하는데 비용이 소요되는 점, 특허가 안될 때 디자인권으로라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디자인 출원 비용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생각된다.
4. 아이템의 기술적 아이디어가 보호 대상일 때 (특허권)
독창적인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창업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창업하여 성공하기 쉽지 않다. 특히 레드 오션인 업종에서는 독창성이 없다면 결국 가격 경쟁 밖에 할 것이 없고,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일 경우에는 특허권은 생명줄과도 같다.
따라서, 아이템의 독창성 자체를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리인 특허권을 획득해야 한다. 특허에 대한 이야기는 앞선 연재들에서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본 연재에서는 특허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생략한다.
5. 아이템에서 표현된 창작적 사상 또는 감정이 보호 대상일 때 (저작권)
창업 아이템이 저작물과 관련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저작물에는 어문저작물(소설, 시, 논문, 강연 등), 음악저작물, 연극저작물, 미술저작물,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 영상저작물, 도형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등이 있다.
저작권은 디자인권과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디자인권은 반드시 디자인이 입혀진 ‘물품’이 있어야 하나, 저작권은 물품성을 불문하고 적용된다. 뽀로로 캐릭터를 예로 들면, ‘뽀로로’는 캐릭터의 이름, 즉 상표이고, 뽀로로의 ‘이미지’는 캐릭터저작물이며, 뽀로로 인형은 ‘인형’이라는 물품에 입혀진 캐릭터 디자인이다.
저작권은 상표권, 디자인권, 특허권과 달리 등록되어야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며, 등록, 납본, 기탁 등 일체의 절차나 방식을 요하지 않는다(저작권법 제10조 제2항). 따라서 저작권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을 등록 받지 않아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물의 창작 시점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 별도로 등록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책을 출판하였다고 하면, 그 책의 내용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유의할 것은 책의 제목은 저작권이 아닌, 상표법상 상표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상표는 어떤 상품에 대한 이름이다. 즉, 서적의 제호는 서적에 대한 이름으로서 상표권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며, 서적의 내용을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것과는 별개이다.
6. 특수한 경우 1 : 아이템의 사업 모델이 독창적인 영업 방법일 때 (BM 특허)
아이템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법, 영업하는 방법 또는 아이템에 관련된 플랫폼과 같은 사업 모델(business model : BM)이 매우 독창적일 경우, 창업자는 그러한 것들까지 보호받고 싶어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원칙적으로 사업 모델 자체는 특허의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잘 판매하는 나름의 영업 방법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신박하여 특허를 받아서 자신만 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 상품 판매 방법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우리 특허법은 예외적인 경우에 사업 모델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고 있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라 한다. 이는 사업 모델을 컴퓨터,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구현하였을 경우에 인정된다.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와 같은 서비스는 택시 기사와 탑승자를 연결하는 중개 영업이지만, 이 영업 방법이 네트워크, 통신망,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영업 방법은 어차피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노하우로 보유해야 한다. 노하우와 특허에 관한 차이점에 관하여는 다음 목차에서 다룬다.
7. 특수한 경우 2 : 아이템이 노하우일 때 (특허 or 노하우)
앞서 예로 든 요리사의 레시피 또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특허출원을 하면 그 발명의 내용은 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 이후에 공개된다. 즉, 누구나 그 발명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템을 비밀 노하우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할지, 공개되더라도 특허권을 획득하여 독점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유리할지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요리사의 레시피가 원재료 A, B, C, D를 각각 10%, 20%, 40%, 30%의 비율로 섞어서 제조하는 것인데, 침해자가 완성한 요리가 실제 위 레시피에 의해 제조되었는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특허를 받으면 침해자가 그 레시피를 도용하더라도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게 되며 오히려 비밀 레시피를 공개해서 남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특허를 내기 보다는 비밀 레시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8. 결어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창업 아이템이 적절하게 잘 보호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미리 해놓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때 아이템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를 전략적으로 잘 구축해야 하는데, 간단한 아이템의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내용들을 참고하여 독자들이 직접 진행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생각지도 못한 허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것을 추천한다. 창업 아이템은 변리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