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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무선충전 기술에 한국 중소기업의 ‘혼’ 들어있다 [특허라는게 말이야]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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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라는게 말이야]는 '콕스(COX)' 특허법률사무소의 오재언 대표 변리사가 들려주는 특허 이야기입니다.

 

벌써 4편을 업로드하게 됐네요. 이번 4편에서는 한림포스텍의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술에 대한 특허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특허라는게 말이야 - 4편]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술에 한국 중소기업의 ‘혼’ 들어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기업에서 무선충전 기능을 선보였을 때, 우리는 이 기술을 한국의 중소기업이 주도하여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2002년, 한림포스텍이라는 한국의 중소기업은 무선충전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개발된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는 한림포스텍이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했던 과정과, 어떤 특허 전략을 썼는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이번 특허 사례를 통해 중소기업에게 특허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1. 한림포스텍의 무선충전 기술

 

무선충전 기술이 처음 개발된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기존의 유선 충전 케이블을 대체할 정도로 상용화되기는 쉽지 않았다. 낮은 충전효율, 유선대비 오랜 충전시간, 불안정성, 높은 단가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기업인 한림포스텍은 무선충전 기술의 상용화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한림포스텍은 원래 휴대폰의 배터리팩을 제조하던 기업이었는데, 신사업을 찾던 중 기존의 배터리 사업과 ‘에너지’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무선충전사업을 발굴하고 2002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였다.

 

당시만 하여도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던 회사들은 소니, 파나소닉, 산요, 필립스 등 해외 대기업들이었고, 국내에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아마 독자들은 스마트폰 무선충전 표준기술인 ‘Qi’ 마크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Qi(치)는 기(氣)의 중국식 발음으로서, WPC(wireless power consortium)라는 국제민간표준협회에 의해 만들어진 무선충전 표준기술이다.

 

한림포스텍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WPC에도 가입하여 다른 기업들과 함께 Qi 표준을 만드는 표준화 활동을 했고, 가입한지 약 1년만에 정규 멤버로 승격되어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오랜 R&D 끝에 한림포스텍은 2013년 이토스(etoss)라는 브랜드의 무선충전기를 출시하며 제품의 양산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상당기간 동안 스마트폰 시장에 무선충전 기능이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 신사업에 10년 넘게 힘겨운 투자를 해왔던 한림포스텍은 더 이상 무선충전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한림포스텍의 사연은 매우 안타깝지만, 특허 경영 측면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으로서 역사에 기록될만한 업적을 남겼다.

 

 

 2. 무선충전사업의 쇠퇴와 특허의 매각 결정


어느 회사나 사업이 잘 되면 자금 흐름이 좋으니 굳이 특허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 사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그렇다. 특허를 매각한다는 것은 경영상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상 특허를 팔려고 하면 안 팔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기업들, 심지어 일부 변리사들 조차도 초기에 특허를 등록 받는 데에만 몰두할 뿐, 정작 특허의 활용이 필요한 먼 훗날을 고려하여 특허를 설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림포스텍 또한 무선충전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특허의 매각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한림포스텍이 달랐던 점은 특허를 굉장히 잘 매각했다는 점이다. 특허를 잘 매각할 수 있었던 핵심전략은 바로 ‘특허 벨류업(value-up)’이다.

 

특허 벨류업은 이미 출원된 특허의 청구항(발명에 대해 독점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을 보정하거나, 분할출원1) 또는 계속출원2)과 같은 절차를 이용하여 특허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중간과정을 의미한다.

 

즉, 벨류업은 본래 발명 자체는 좋으나 특허로서 활용되기 어려운 상태인 것을 활용 가능하도록 가공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거친 자연 상태의 원석을 찾아 세공작업을 하고 아름다운 보석을 만듦으로써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다행히 한림포스텍은 WPC 표준화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특허들을 가공만 잘 하면 활용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1 분할출원(Divisional Application) 하나의 특허출원에 2이상의 발명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그 중 일부 발명을 별개의 특허출원으로 분리하여 새로이 출원하는 것
2 계속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 이미 출원된 선행출원의 발명에 대해 권리범위를 재설계하여 추가적으로 출원하는 것 (미국의 특허제도)

 

필자는 한림포스텍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약 3년간 1차 벨류업을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 1차 벨류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벨류업된 한림포스텍의 국내외 특허 약 60여건이 인텔에 상당한 가격으로 매각되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해외 대기업에 특허를 그정도 가격으로 판 사례가 거의 없다고 들었다. 벨류업에 대한 한림포스텍 회장님과 임원진들의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 그리고 필자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림포스텍은 어떻게 벨류업을 진행하였을까?

 

지난 [특허라는게 말이야] 보기

1편 - “그때, 특허라도 낼 걸 그랬어♬”(feat. 특허비용 얼마?)

2편 - “팬택의 3700개 특허는 어떻게 됐을까?”

3편 - “발명과 특허는 어떻게 다른가요?”

 

3. 한림포스텍의 벨류업 전략


 (1) 1차 벨류업 전략 – Qi 표준특허 중심


먼저 ‘표준기술’과 ‘표준특허(standard patent)’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표준기술은 이를 테면 WiFi 표준, 4G 통신 표준, RFID 표준, NFC 표준, 동영상 코덱 표준, JPEG 표준 등 각 기술분야에서 표준으로 제정된 기술들로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쓰고 있다.

 

Qi 무선충전표준 또한 이러한 표준기술들 중 하나이며, 요즘은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Qi 표준의 무선충전을 지원한다.

 


다음으로 표준특허다. 표준특허를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독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설명해보겠다. 어떤 기술이 표준화 기구에서 표준으로 제정되었고 이 기술이 특허청에서 특허로도 등록되었다면, 이 특허를 ‘표준특허’라 칭한다.

 

특정 기술에 대한 표준(i.e. LTE 표준)을 제정할 때에는 여러 국가 또는 업체들이 세부기술(i.e. 멀티 안테나 기술, 핸드오버 기술, 초기 접속 기술 등)을 제안하고 협의를 한다. 이렇게 여러 업체들이 제안한 수십, 수백가지의 세부기술들이 모여서 하나의 표준이 완성된다.

 

따라서 하나의 표준기술에 대해 표준특허권자들이 다수 존재할 수 있다. 표준특허는 매우 강력하며, 특허시장에서도 활용도가 가장 높다. 왜냐하면 기업들은 호환성을 목적으로 표준기술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필연적으로 표준특허들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면 그 기술을 쓰지 못하며, 기업의 경우 그 기술을 이용한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삼성과 애플의 유명한 스마트폰 특허 분쟁에도 3G 표준특허가 사용되었다.


한림포스텍의 주요한 특허 경영 전략은 이러한 표준특허의 활용을 극대화한 것이다. 한림포스텍은 일찍이 Qi 표준을 만드는 WPC라는 표준단체에 가입하여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자사 기술들을 Qi 표준에 채택시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즉, Qi 표준을 구성하는 많은 기술들 중에 한림포스텍이 제안한 멀티코일 충전기술, 이물질 감지 기술 등도 포함되어 있다. WPC에서 표준화 활동을 하면서 한림포스텍은 꾸준히 특허를 출원하였다.

 


필자가 2012년 한림포스텍을 처음 만났을 때 중소기업이 정말 많은 양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서 놀랐는데, 그중 정작 Qi 표준특허는 1건도 없다는 것에 더욱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림포스텍이 분명히 Qi 표준에 넣은 기술들인데, 특허는 Qi 표준과 다르게 작성되어서 표준특허라 할 수 없었다.

 

표준특허 업무는 매우 전문화되어 있어, 국내에서도 소수의 변리사들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 따라서 표준특허 경험이 없는 변리사에게 표준특허를 맡기게 되면 쓸모 없는 특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한림포스텍의 전체 특허들을 진단하고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Qi 표준특허로 만들어 볼 만한 14개 정도의 패밀리 특허들을 발굴하였고, Qi 표준특허로 만드는 벨류업을 추진하였다.

 

한림포스텍의 국내 및 해외 특허 중에서 아직 미등록된 특허들은 청구항의 보정을 통해 등록을 받는 방법으로 Qi 표준특허를 확보해 나갔다. 등록결정된 미국특허들은 계속출원제도를 활용하여 특허의 개수를 늘려나갔고, Qi 표준뿐만 아니라 A4WP라는 다른 무선충전 표준에도 활용할 수 있는 표준특허도 만들었다.

 

이미 등록된 미국 특허는 재발행(reissue) 출원을 통해 새로운 특허권을 확보하였다. 표준특허임을 입증할 수 있도록, 표준기술과 청구항을 대비한 클레임 차트를 수십 건 작성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약 3년에 걸쳐 1차 벨류업을 추진한 결과, 인텔에 높은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었다.

 

 

 (2) 2차 벨류업 전략 – 무선충전 상용기술까지 확장


1차 벨류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무선충전사업을 철수하기 보다는 일부 특허 매각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3년 후인 인텔에 특허를 매각할 시점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 시점에 한림포스텍은 무선충전사업의 완전 철수를 결정하고, 인텔에 매각하고 남은 260여건의 무선충전특허들을 전량 매각하기로 하였다. 이미 1차 벨류업의 성공적인 결과로 자신감을 얻은 터라, 한림포스텍 회장님은 고민 없이 남은 특허들에 대해 2차 벨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2차 벨류업은 Qi 표준기술뿐만 아니라, 자동차 무선충전 표준기술, 무선충전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상용기술들에 대한 침해증거를 입수하고 그에 맞추어 각 특허의 청구항을 재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즉, 2차 벨류업은 1차 벨류업 보다 훨씬 광범위한 규모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2차 벨류업을 약 2년 정도하였을 무렵, 여러 관심업체으로부터 특허 매입에 대한 러브콜이 들어 왔다. 전체 매각이라 규모가 커서 시간이 약 1년이 넘게 걸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인 GE가 인텔보다 더 큰 금액으로 매입하였다.

 

이렇게 한림포스텍은 2회에 걸친 특허 매각으로 상당한 금액을 회수하였고, 사업을 잘 정리할 수 있었다.

 

 

4. 한림포스텍의 특허 경영 전략 정리

 

한림포스텍의 첫 번째 특허 경영 전략은 해외특허의 적극적 확보이다.

한림포스텍의 회장님은 유난히 해외특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배터리팩을 해외 다국적 기업에 납품하면서 대기업에 의한 기술편취를 당한 경험이 있었고,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 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외 특허의 확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림포스텍의 두 번째 특허 경영 전략은 특허 벨류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이다.

좋은 특허를 만들려면 초반에 특허 명세서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특허라는게 말이야 1편 참조>, 중간단계와 등록단계에서 후속관리를 잘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출원 시에 청구항이 특허로서 활용 가능성이 없게 기재되어 있다면, 이를 중간단계에서 잘 보정하여 활용 가능한 특허로 만들 기회를 살려야 한다.


한림포스텍의 세 번째 특허 경영 전략은 표준특허의 중요성 인식이다.

요즘은 모든 기술들이 IT와 융합되면서 기술의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림포스텍은 중소기업이지만 일찍부터 표준화 활동을 하면서 조기에 관련 특허들을 확보한 것이 벨류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한림포스텍의 무선충전사업은 스마트폰 무선충전시장의 늦은 개화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림포스텍이 중소기업으로서 쉽지 않은 선구자적인 길을 택하였었고, Qi 무선충전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허 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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