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라는게 말이야]는 '콕스(COX)' 특허법률사무소의 오재언 대표 변리사가 들려주는 특허 이야기입니다.
지난 2편에서는 "팬택의 3700개 특허는 어떻게 됐을까?" 라는 제목으로 팬택 기업의 특허 이야기를 다뤄보았습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이지만 특허만큼은 여전히 통신 시장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발명과 특허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특허 받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어떻게 하면 특허받을만한 발명을 할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특허라는게 말이야 - 3편] “발명과 특허는 어떻게 다른가요?” |
한국 특허청 통계를 보면 2020년 한 해에만 특허출원은 22만여 건이고, 특허등록은 13만여 건이다. 2020년의 특허출원은 2019년 대비 약 3.6% 증가한 수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매년 발명특허가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을까? 만약 하늘 아래 새로운 것, 뭔가 대단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만이 특허를 받을 수 있다면, 이렇게 많은 특허출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발명이고, 어떤 발명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지난 1편에는 특허출원에 관한 절차, 비용 등의 정보를 소개했다면, 3편에는 발명과 특허가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발명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특허법에서는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핵심만 얘기하면, 중요 키워드는 발명이 ‘자연법칙을 이용’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자연법칙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물체는 항상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중력의 법칙), 물체를 한 방향으로 계속 밀면 속도가 증가하는 현상(=가속도의 법칙)과 같이 누구나 경험에 의해 당연히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 결론적으로, 기본 상식을 잘 활용한다면 누구나 ‘발명’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쉽게 발명하는 방법은 이미 알려진 발명을 개량하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 모든 발명들은 이미 알려진 발명을 개량한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개량의 방법은 다양한데, 기존 발명에 수정을 가하는 방법, 기존 발명에 새로운 구성을 추가하는 방법, 기존의 발명들을 잘 결합하는 방법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발명들을 결합한 발명의 대표적인 예는 지우개가 달린 연필이다. 본래 연필과 지우개는 각각 따로 존재하던 발명인데, 편의성을 증대하고자 이 둘을 결합하여 ‘개량된 연필 발명’이 탄생하였다.
이쯤되면 독자들은 발명이 에디슨과 같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넘사벽’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발명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일상적인 행위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증명하는 ‘발명왕’이라는 유튜브 방송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유튜브 방송의 MC는 발명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유명 아이돌 가수였다. 그런데 이 MC는 예상과 다르게 실제 특허를 낸 경험이 있을 정도로 발명에 관심이 많았다.
MC는 인트로에서 평소에 느낀 일상의 불편함을 소개한다. 예컨대 삼겹살을 구울 때 냄새 연기가 옷에 베이는 불편함, 치킨무의 용기를 뜯을 때 무국물이 터져나오는 불편함 등이 그것이다.
발명의 동기는 바로 이러한 일상의 불편함을 인지하면서 시작한다. 이후 MC는 불편함을 해결해 줄 발명 고수를 만난다. MC는 발명품들로 가득찬 고수들의 작업실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발명품들을 보며 질문을 하고 직접 체험도 하며 때로는 천진난만하게 발명품의 허점을 지적하며 팩트폭격을 날리기도 한다.
MC와 발명 고수는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재료들을 준비한 뒤 실제 발명품을 만든다.
이 콘텐츠에는 나름의 룰이 있다. MC를 포함한 출연자 누구든 발명을 해 나갈 때 ‘근데’, ‘없다’, ‘그냥’ 이라는 부정적인 말은 사용하면 안된다. 그러나, 막상 MC 스스로도 아이디어가 막히는 등의 다급한 상황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금기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웃픈 상황이 연출된다.
천신만고 끝에 MC와 발명 고수가 발명품을 완성하면, 영상의 마지막에 변리사가 그 발명의 특허 가능성을 평가해주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0%로 평가된다.
‘발명’이라는 어렵고 비주류인 분야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이 콘텐츠의 목적이고, 촬영 시간의 한계도 있다보니 발명이 급조되는 측면도 있지만, 이 콘텐츠는 ‘발명’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본업이 연예인이고 기술에 대해 문외한인 MC도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발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역력히 보여준다.
독자들이 꼭 이과에서 공학을 전공해야만 발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일상을 잘 관찰하고 불편함을 발견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든 그 불편함을 개선할 아이디어를 내고 발명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발명이 특허가 될 수 있나?
‘발명’과 ‘특허’는 다르다.
쉽게 말해 발명은 발명자의 행위이고, 특허는 국가에서 그 발명에 대해 공적인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절차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독자들이 발명을 하였으면, 특허출원이라는 절차를 통해 특허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이에 관하여는 연재 1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참조> [특허라는게 말이야] 1편 “그때, 특허라도 낼 걸 그랬어♬”
그러면 특허청은 발명이 특허 요건을 만족하는지를 심사하고, 특허 요건을 만족하면 특허를 허여한다. 이때부터 발명자는 국가로부터 공인된 특허권자로서 그 발명에 대한 소유권을 얻고,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특허청이 어떤 발명을 특허로 등록시켜주냐는 것이다. 여러가지 요건들이 있지만, 실무상 가장 문제되는 2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내 발명이 기존 발명과 ‘달라야’ 한다(이를 ‘신규성’이라 함).
둘째, 내 발명이 기존 발명보다 ‘진보해야’ 한다(이를 ‘진보성’이라 함).
즉, 내 발명이 신규성과 진보성이라는 2가지 요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앞서 기존의 발명을 개량하면 쉽게 발명을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기존 발명에 수정을 가하거나, 구성을 추가하면 적어도 그 기존 발명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우개가 달린 연필 사례의 경우, 기존에 지우개 따로 연필 따로는 있었지만 지우개가 결합된 연필과 똑같은 것은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적어도 신규성은 만족한다. 이렇게 하면 중요한 2가지 요건 중 신규성은 만족하기 때문에 특허등록까지 50% 능선은 넘은 것이다.
나머지 50% 능선도 넘어 특허를 받으려면, 개량의 정도가 기존 발명 대비 진보성을 갖추어야 한다. 지우개가 달린 연필 사례를 보면, 연필에 지우개를 결합한 방식이 과연 ‘진보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만약 지우개 달린 연필이 지우개와 연필의 단순한 결합에 불과하여 진보성이 낮은 발명으로 여겨진다면, 지우개 달린 연필을 좀더 개량한 2차 개량 발명을 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우개를 연필에 영구 접착식이 아닌 탈부착식으로 변형해본다던지, 지우개를 비빌 때 연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지우개와 연필의 결합부위를 견고하게 하는 특별한 구조를 추가하는 발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필자가 실제로 처리했던 사례로 스마트 젖병에 관한 발명이 있었다.
(특허권자 : 리틀원, 특허 등록번호 제10-2153578호)
아기가 하루에 섭취하는 분유량을 자동으로 측정하여 스마트폰에 기록하고 통계를 보여줌으로써, 아기가 성장단계에 따라 알맞은 양의 분유를 섭취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하는 발명이다.
기존의 발명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젖병 하단부에 무게 측정센서를 구비하여 수유량을 알아내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게측정 방식의 젖병은 수직으로 놓여야만 측정이 잘 되는데, 실제 육아를 하다보면 정신이 없어 젖병을 제대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수유량 측정을 부정확하게 하는 단점이 있었다.
발명자는 기존의 무게측정 센서에 기울기 센서, 정전용량센서 등을 더 결합한 개량 발명을 하였다. 이 발명은 기존 발명의 단점을 개선하고 수유량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효과를 제공하며, 결국 신규성 및 진보성을 인정받아 무난히 등록이 되었다. 이 스마트 젖병 발명은 실제 제품으로도 출시되었다.
이렇게 조금만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발명을 개량해 나간다면 남은 50%의 진보성 능선을 넘어 특허를 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생각한 단순한 아이디어라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고민하면서 살을 붙여 나아가면 예상치 못한 괜찮은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특허를 받을 수 있다.
한 번 뿐인 인생, 발명에 도전해서 특허증 받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추가해 보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의 경쟁력 : 발명과 특허
4차 산업 혁명 시대로 접어드는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창조적(Creative), 혁신적(Innovative)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사실 이 덕목들은 발명 행위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발명은 내 주변에 대한 불편함을 발견하는 ‘관찰력’ 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집중력’, ‘문제 해결력’을 길러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독자들의 자녀들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기를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발명 교실 등 발명 관련 활동에 접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가 주변에서 종종 듣는 질문은 ‘이런 것도 특허가 되나요?’이다.
만약 독자들이 이러한 질문을 하는 단계라면, 독자들은 이미 주변의 개선해야 할 불편한 점, 문제점들의 ‘관찰’을 모두 끝낸 후이고, ‘창조적, 혁신적’ 마인드로 발명 행위를 시작한 매우 바람직한 상태이다.
설사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기존에 있는 발명과 유사한 것이라 하더라도, 열정만 있다면 기존 발명을 얼마든지 개량해나갈 수 있다. 사실 세상은 기존의 특허들에서 개선된 새로운 특허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혁신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지, 이미 동일한 특허가 있다고 멈췄다면 혁신과 발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 지식재산 5대국(이를 Intellectual Property 5 (IP5)라 한다) 중 하나로 인정받아 이미 지식재산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단점을 지식재산과 수출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IP5에 걸맞게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는 지식재산에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들을 적극 지원받으면 수월하게 특허를 낼 수 있다. 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 정책에 관하여는 추후 다른 연재에서 더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독자들이 관심만 있다면 새로운 특허를 만들 기회와 함께, 충분한 정책적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