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과 로봇 서비스는 서로 다른 기술처럼 보이지만, 사용자가 체감하는 실제 현장에서는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사람의 이동·대기, 제품 주문·수령, 기술의 판단·개입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행 알고리즘, 운영 자동화, 사용자 경험(UX) 최적화가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소재 복합 리조트 제주신화월드에서 열린 ‘제13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International e-Mobility Expo 2026)’ 현장에는 이 같은 변화를 예고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위에서 소프트웨어 실력을 겨룬 ‘자율주행 레이스 대회’와 차량 환경에 맞춘 ‘무인 커피 인프라’가 나란히 등장하면서,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의 무게중심 이동이 감지됐다. 이는 모빌리티 영역이 주행 검증, 인재 양성, 서비스 자동화로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제5회 국제 대학생 EV 자율주행 경진대회(The 5th International University Students Autonomous EV Driving Competition)’는 모빌리티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10분의 1, 5분의 1, 2분의 1 등으로 자율주행 차량의 크기가 세분화된 경기 체계를 통해 참가팀이 수준별로 기술을 검증했다. 국내 예비 모빌리티 산업 역군으로 낙점된 이들은 실제 차량 주행과 안전 대응 역량까지 경험했다.
특히 2분의 1 부문에는 국민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영남대학교·가천대학교·세종대학교·홍익대학교 등 대학생으로 구성된 6개 팀이 참가했다. 각 팀의 차량이 동시에 출발한 뒤 20바퀴를 도는 방식으로 승부를 가렸다. 차량 옆을 따라 뛰던 참가 학생들은 비상 상황이 생기면 즉시 정지 명령을 내려야 하는 안전 담당자로 활약했다.
같은 자율주행 플랫폼, 다른 소프트웨어 역량...진짜 인재 키운다
이 대회의 중심에는 문희창 홍익대학교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부교수가 개발한 자율주행 오버레이스 플랫폼이 있다. 대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문 부교수는 “플랫폼과 센서 규격은 공통이며, 이는 팀마다 차체를 제각기 만들면 같은 조건에서 성능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안한 방식”이라며 “모빌리티 하드웨어는 통일하고, 주행 로직과 센서 운용 그리고 사고 방지 알고리즘은 팀별로 다르게 가져가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겉으로 보면 차량이 동일해 보여도, 실제 코스에서는 팀마다 다른 주행 전략과 기술을 선보였다. 인코스를 타는 팀, 아웃코스로 빠지는 팀, 멈추는 팀, 회피하는 팀 등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때 대회의 초점은 누가 더 안정적인 판단 체계를 구현했느냐에 맞춰져 있었다.



▲ 각 학교의 학생들이 각자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겨루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문희창 부교수는 이 대회의 차별점으로 동시 출발 방식을 꼽았다. 일반적인 자율주행 대회가 한 팀씩 순차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구조라면, 이 대회는 같은 시간에 출발해 같은 시간 안에 끝내는 방식이다. 이 동시 출발 규칙은 차별화된 경기 운영 모델로 주목받았다.
운영 시간도 1시간으로 제한해 순서와 시간대에 따른 유불리를 줄였다. 학생들은 자율주행 코드만 짜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하드웨어 고장도 직접 진단하고, 소프트웨어 문제와 기계적 문제를 함께 구분하며 대응해야 한다. 문 부교수는 이런 경험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재는 모였지만 테스트 공간은 없었다
이번 대회가 던진 더 큰 메시지는 인재 양성의 빈틈이다. 문 부교수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 생산 대수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검증·개발·운영 등에 인력도 상당수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학, 전문대학, 대학 저학년, 고학년, 대학원 수준에 맞춰 플랫폼을 가다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한 문제는 인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자유롭게 시험하고 실패를 경험할 공간이 없다는 데 있다. 문 부교수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만 약 300명의 학생이 모였지만, 정작 자율주행을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는 놀이터는 없었다.


▲ 문희창 부교수 팀이 자율주행 플랫폼 앞에서 기념 촬영 중이다(좌). 문 부교수(왼쪽 사진 맨 오른쪽)는 자율주행 분야 미래 인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른쪽 사진은 문희창 교수가 제공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그는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이 상당히 빠르게 시작한 축에 속하지만, 제도 정비와 전문 인력 기반이 산업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신산업 규제 혁신 체계, 즉 규제 샌드박스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그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수준별로 접근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장소와 상시 대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학생들 스스로 유기적인 기술 교류를 경험하고, 자기 수준을 확인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회 운영 현실도 우려했다. 부교수는 “이 대회는 외부 후원을 계기로 출발해 초기에 10개 대학에 플랫폼을 무상 기증하는 방식으로 저변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교수진과 연구실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을 이어오고 있고, 이날 현장에서도 대학원생과 학부생 약 20명이 자원해 대회 진행을 도왔다.
끝으로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와 로봇의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만큼, 제도와 지원 체계도 이런 융합 흐름을 더 세밀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장 수요에 비해 행정적 기준과 분류 체계는 아직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고, 기술 특성에 맞는 지원 기반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믿고 탈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게요”
이번 2분의 1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천대학교 팀의 목소리도 또렷했다. 박성호 팀장은 “대회 3개월 전부터 시뮬레이터로 가상 환경 테스트를 반복했고, 학교 근처 테스트 공간에서도 실주행 검증을 이어갔다”며 대회 준비 과정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주말과 개인 시간을 반납하고 밤늦게까지 팀원들이 매달린 끝에 결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개선할 부분은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5월 열리는 2차 대회에서는 더 완성도 높은 주행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어 박 팀장은 대회마다 환경이 바뀌고 그에 따른 어려움이 이어졌다고도 말하면서, 사용자가 믿고 탈 수 있는 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택시와 버스, 개인 차량에서 이동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휴식과 여가에 쓸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는 게 박성호 팀장의 부연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그들의 배울 점은 받아들이고 우리만의 특징과 장점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도 학생 입장에서 밝혔다. 끝으로 지원이 늘고 있는 흐름은 긍정적으로 체감하지만, 자율주행이 아직 신생 분야인 만큼 더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함께 덧붙였다.
"안녕 바리스, 커피 줘" 제주 전역 누빌 24시간 '로봇 드라이브스루' 시대
이 밖에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 로봇 인공지능(AI) 기술 업체 ‘엑스와이지’는 모빌리티와 로보틱스의 융합 방법론을 제시했다. 자사 최신 기술인 승차 구매(Drive-thru) 솔루션 ‘바리스 DT(Baris DT)’가 그 주인공이다.
정봉민 엑스와이지 사원은 “바리스 DT는 기존 드라이브스루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해보자는 발상에서 출발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제주에 30개 거점을 두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제주시 소재 공항·시내권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제주올레길 인접 권역을 두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광 동선 가용 영역 80%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실제로 이들은 가파도·마라도·우도 등 제주 근교섬을 1차 실증(Pilot) 구역으로 활용한 뒤, 제주 본섬으로 무인 서비스 네트워크를 넓히는 2단계 전략도 공론화했다. 이러한 엑스와이지는 바리스 DT를 앞세워 ‘2026 국제 e-모빌리티 혁신상(IEVE 2026 Innovation Awards)’ 소프트웨어·AI 부문을 석권했다.
기자는 엑스와이지 전시 현장을 방문해 바리스 DT를 경험했다. 여기에는 직립형 무인 단말기(Kiosk)와 차량 구조물이 배치됐고, 참관객이 차 안에서 주문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 시스템은 키오스크에 탑재된 엑스와이지 AI 음성 주문 기능 ‘보이스오더(Voice Order)’와 바리스타 로봇 플랫폼 ‘바리스브루(Baris Brew)’가 융합된 형태다. 사용자는 키오스크와 대화하며 메뉴를 고르고, 바리스브루 픽업 존에서 로봇 팔(Robot Arm)이 전달하는 음료를 받는다.
이 가운데 보이스오더는 음성 인식 AI 기반 멀티모달(Multi-modal) 주문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자연어(Natural Language) 요청을 받아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메뉴 추천, 주문 수정, 장바구니 정리, 결제 단계 안내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엑스와이지는 이를 자연어처리(NLP)와 언어·행동 모델(Language·Action Model)을 차용한 주문 인터페이스로 설명하며, 음성 대화와 실시간 화면 전환을 결합한 기능을 강조했다. 회사는 이를 메뉴 추천과 주문 수정, 다국어 응대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포용형 음성 주문(Barrier-free Voice Order)’ 메커니즘을 통해 고령자, 장애인, 디지털 취약 계층 등 누구나 제약 없이 음성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설계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이 보여준 핵심은 음성 기반 주문의 확장성이었다. 이채웅 엑스와이지 선임은 “바리스 DT는 완성된 드라이브스루 상용 설비라기보다, 음성 주문으로 드라이브스루 모델이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차량 인식, 결제 포인트, 픽업 동선 등이 모두 최적화된 구축형 플랫폼을 론칭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말로 시작하고 손끝으로 끝내는 '무인 드라이브스루' 경험...직접 경험해보니
이날 기자가 “안녕 바리스”로 시스템을 호출한 뒤 “카페인 없는 음료를 추천해줘”라고 하자, 바리스 DT는 허니 자몽티와 복숭아 아이스티를 제안했다. 이후 기자가 음성으로 선택한 복숭아 아이스티를 장바구니에 담은 후, 결제 단계로 자동으로 넘어갔다.
이어 다른 참관객이 “모닝커피 하러 왔어”라는 요청에 바리스 DT가 메뉴를 추천하고, 주문을 바꾸거나 장바구니 구성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까지 자연어로 처리했다. 이 밖에 오늘 날씨에 맞는 음료 추천, 알레르기 제외 요청, 저칼로리 메뉴 추천, 장바구니에 담긴 아메리카노 두 잔 중 한 잔을 라떼로 바꾸는 수준까지 구현했다.


▲ 엑스와이지의 완전 무인·자동화 드라이브스루 기법은 모든 과정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정봉민 사원은 “현재 일부 메뉴는 국가대표 바리스타와 협업해 음료 레시피를 만들었고, AI가 이를 정밀 조정해 매장별 맛 편차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채웅 선임은 “바리스 DT 안에 주문을 받는 보이스오더 AI와 제조를 관장하는 AI가 각각 작동한다”며 “주문 AI가 사용자 대화를 정리해 넘기면 제조 AI가 이를 바탕으로 실제 음료 제조를 수행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이며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바리스브루는 소형 플랫폼인 ‘바리스브루 엑스(Baris Brew X)’가 배치됐다. 현재 바리스브루는 4세대 모델인 ‘바리스브루 4.0(Baris Brew 4.0)’까지 고도화된 상태다. 엑스와이지는 기존 바리스브루 라인업에서 병렬 제조 알고리즘, 오픈형 서비스 스테이션, 다중 픽업 구조, AI 카메라 기반 픽업 관리 등 핵심 기능을 먼저 다듬었다.
제공 메뉴는 파우더와 시럽 조합을 확장해 최대 60종으로 기존 대비 약 2배 확대됐고, 국내 최초 티백 음료 제조 기능도 추가됐다. 회사에 따르면, 클라우드 기반 레시피 운영 기능과 전 음료 동시 제조 기능이 적용되면서 평균 제조 속도는 20% 이상 향상되기도 했다. 여기에 55인치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가 더해지며 접근성도 강화됐다.
현재 엑스와이지는 무인 로봇 카페 자회사 ‘라운지엑스(LoungeX)’를 통해 바리스브루를 알리고 있다. 현재 성수·서울숲·용산 등 서울 소재에서 운영 중이고, 다음 달 안에 6곳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해당 카페는 자체 직영 로스터리를 운영하고 있고, 일부 매장에서는 제빵사가 함께 일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 이날 기자가 바리스 X를 사용하는 모습.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정봉민 사원은 “무인 로봇 카페가 자판기형 인식에 갇히기 쉬운 만큼, 칸막이 없는 상호작용 구조와 원두·커피머신 투자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특히 커피머신은 로봇 원가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맛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경험한 바리스 DT와 바리스브루 엑스 기반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는 인상적이었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기자 입장에서 커피 맛도 취향에 맞았다. 특히 기술 시연 특유의 어색함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의 주문이 구현된다면 재밌고 효율적이겠다’라는 인상이 남았다. 음성 기반 주문과 로봇 기반 제조가 결합한 서비스가 이동 환경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체감하게 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엑스와이지는 로봇 지능 플랫폼 ‘브레인엑스(BrainX)’, 데이터 수집 디바이스 ‘글러브엑스(GloveX)’,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트윈엑스(TwinX)’ 등 기술을 통해 자체 피지컬 AI(Physical AI)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이 체계를 바탕으로 데이터 수집·학습, 지능 모델 개발, 실매장 피드백까지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채웅 선임은 오는 4월 공개 예정인 양팔형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듀스(DUES)’를 언급하며, 브레인엑스를 사람의 행동을 시뮬레이션과 실환경에서 반복 학습시키는 ‘시뮬레이션·현실 전이(Sim2Real)’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이 가운데 전시부스에 타사 휴머노이드에 이 같은 메커니즘을 적용한 데모도 출품했다.


▲ 로봇이 사전에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로봇이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 등장하는 배경음악 ‘골든(Golden)’의 안무에 맞춰 춤추고 있다. 정봉민 사원에 따르면, 이 동작은 실제 영화에서 나온 모습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끝으로 이 선임은 “타사 휴머노이드로 균형과 움직임을 먼저 검증한 뒤, 듀스로 이를 확장하는 과정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을 실제 주행과 안전 대응 속에서 검증한 것. 그리고 음성 주문과 로봇 제조가 이동 이후의 경험을 끌어안은 것. 모빌리티 산업은 이제 탈것 자체를 넘어 판단·운영·서비스가 한데 맞물리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 모빌리티 영역이 정의하는 다음을 주목하자.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