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율주행 화물열차 기술이 트럭에 실리던 화물을 철도로 전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물류 전문매체 프레이트웨이브스(FreightWaves)는 20일(현지 시간) 일리노이주 쇼엄버그에서 열린 미드웨스트 철도화주협회(Midwest Association of Rail Shippers, MARS) 동계 회의에서, 트럭 화물을 철도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자율주행 철도 기술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프레이트웨이브스에 따르면 유니온 퍼시픽(Union Pacific)과 노퍽 서던(Norfolk Southern)의 합병에서도 핵심 화두는 트럭에서 철도로 화물을 전환하는 것이지만, 캐나다 내셔널(Canadian National)의 최고상업책임자(CCO) 재닛 드라이스데일(Janet Drysdale)은 철도 산업에서 지난 30년 동안 ‘트럭-철도 전환’이 가장 많이 약속됐지만 가장 적게 성과를 낸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미시간주의 한 광산에서 자율주행 화차를 활용하는 사례가 이번 회의에서 소개됐다. 카르뮈즈 아메리카스(Carmeuse Americas)의 선임 디지털 엔지니어 케이티 클룬트루프(Katie Kloentrup)와 기술 스타트업 인트라모테브(Intramotev)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알렉스 파이퍼(Alex Peiffer)는 이 광산 운영이 세계 최초의 상업적 자율주행 화차 적용 사례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시간주 어퍼 페닌슐라(Upper Peninsula)에 있는 시더빌(Cedarville)의 카르뮈즈 석회석 광산에서, 인트라모테브의 자가 구동 화차 ‘턱볼트(TugVolt)’를 여섯 량 편성으로 구성해 광산에서 항만까지 석회석을 운송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에 발표됐으며, 클룬트루프와 파이퍼에 따르면 당장 카르뮈즈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동시에 향후 트럭-철도 전환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파이퍼 COO는 짧은 편성의 열차 운행을 수익성 있게 만드는 것이 트럭 화물을 철도로 끌어들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지역 열차 서비스 개선과 체선(dwell) 시간 감소, 궁극적으로는 단거리·소량 운송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이퍼 COO는 또 단선 철도나 1급 대형 철도회사가 특정 산업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주 2~3일만 운행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기존에는 열차 한 편성에 충분한 물량을 모아야 수익이 났지만, 턱볼트를 활용하면 화차 한 량만으로도 안전하고 수익성 있게 운행할 수 있어, 매일 운행하는 ‘트럭과 유사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화주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더빌 광산 운영에서는 기존 디프코(Difco) 측면 덤프 화차를 개조해 배터리 전기 모터와 관련 기술을 장착함으로써, 별도의 기관차 없이도 여섯 량 편성(세 량은 동력, 세 량은 무동력)으로 광산과 항만을 오가도록 했다. 항만에서는 원격 조종자가 화물을 하역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클룬트루프 선임 엔지니어는 이 운영 방식을 ‘감독 하의 자율주행(supervised autonomy)’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업자가 로더나 픽업트럭의 운전석에서 열차를 덤프 지점까지 보낸 뒤, 태블릿을 이용해 각 화차를 선택하고 석회석을 투입할 포켓을 지정해 하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작업자는 선로를 따라 걸어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작업 편의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파이퍼 COO는 이 화차들이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더를 조합한 인지(perception)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주변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에 대한 정지 등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 노선은 미국 본선 철도망과 연결되지 않은 사설 노선이어서 미국 연방철도청(FRA)의 직접 규제를 받지 않지만, 건널목이 포함돼 있어 미국철도협회(AAR) 기준에 따른 조명, 경적 등 각종 안전 장비를 갖추고 있다. 광산은 하루 16시간 가동하며, 나머지 8시간 동안 화차는 일반 자동차용 충전기와 유사한 충전 설비를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어퍼 페닌슐라의 혹독한 겨울철 운영 문제를 피하기 위해 광산은 겨울에는 조업을 중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율주행 화차는 연간 100만 톤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속도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룬트루프 선임 엔지니어는 카르뮈즈가 현재 여섯 량인 편성을 확대하는 방안과, 일부 구간을 현재 자율주행 노선과 공유하는 기존 기관차 견인 노선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 또는 다른 카르뮈즈 사업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런 자가 구동 화차가 기존의 입환용 기관차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파이퍼 COO는 이러한 입환 대체 가능성이 턱볼트 시스템이 화주들에게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물 운송의 시작점과 종점은 대부분 화주와 공장이라며, 제철소와 같은 공장 내 이동이나 특정 구간에 한정된 ‘캡티브(captive) 이동’ 등에서 턱볼트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퍼 COO는 턱볼트가 기존 기관차처럼 연결기(coupler), 공기제동, 압축기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열차 편성 내에서 다른 화차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입환용 장비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이트웨이브스에 따르면, 자율주행 화물열차 기술은 다른 지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광산 대기업 BHP가 서호주 원격 광산에서 항만까지 이어지는 자율주행 광석열차 운영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철도 경영진들이 이러한 신기술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패럴렐 시스템즈(Parallel Systems)가 조지아주의 ‘하트 오브 조지아 철도(Heart of Georgia Railroad)’에서 자율주행 인터모달 화차를 시험 중이다. 이 자가 구동 배터리 전기 플랫폼은 향후 해운 터미널과 내륙 터미널 간 컨테이너 셔틀 운송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시더빌 광산이 턱볼트의 유일한 상용 운영 사례이지만, 인트라모테브는 미국 철도 운영사 왓코(Watco)와 일리노이주 우드리버(Wood River)에 있는 왓코 환적 터미널에서 턱볼트 장비를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또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사업장에서는 인트라모테브의 또 다른 동력 화차 제품인 ‘리볼트(ReVolt)’가 열차 편성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추가 적용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RJ 코먼 철도 그룹(R.J. Corman Railroad Group)의 최고경영자(CEO) 저스틴 브로일스(Justin Broyles)는 MARS 회의에서 자사가 인트라모테브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브로일스 CEO는 자사가 이 기술을 시험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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