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 더벤처스가 국내 VC 업계 최초로 ‘오픈형 투자요청서(Requests for Startups, RFS)’ 제도를 공식 도입하며 창업자 중심의 투자 생태계 혁신에 나섰다.
더벤처스는 지난 10월 결성한 1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K-소비재 펀드의 투자 집중 분야를 창업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시 접수 방식으로 누구나 직접 투자 검토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투자사가 먼저 기준과 관심 분야를 공개하고 창업자가 그에 맞춰 전략적으로 접촉할 수 있도록 한 국내 첫 시도다.
더벤처스는 RFS 도입 배경으로 K-소비재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지목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K-뷰티 수출액은 10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고, K-푸드는 130억 달러로 6.1% 증가했다. 또한 2025년 상반기 라이프스타일 분야 투자액은 1,8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7% 증가하는 등 소비재 전반에서 성장 모멘텀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더벤처스는 창업자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팀을 찾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보다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RFS에서 더벤처스는 네 가지 중점 검토 분야를 공개했다. 첫 번째는 ‘테크 기반 소비재’로, 제품 개발·판매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하는 창업팀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PM·개발자 출신 창업가가 테크 사고방식과 측정 가능한 실행 체계를 소비재에 적용하는 사례를 높게 평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무슬림 여성 타깃 K-브랜드’로, 2026년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 규제 변화, 히잡 착용 환경에서의 두피·피부 관리 니즈 증가 등이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제시됐다. 모디스트 패션, 히잡 메이크업, 두피·헤어 케어 시장은 한국 브랜드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력 영역으로 꼽혔다.
세 번째 분야는 ‘K-두피’이다. 전 세계 성인의 절반이 비듬을 경험하고 탈모 니즈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두피 카테고리는 여전히 단순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더벤처스는 K-뷰티가 강점을 가진 성분·제형 기술이 두피 시장에도 적용될 때 스킨케어와 유사한 루틴화·세분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네 번째는 ‘IRL(In Real Life) 기반 오프라인 경험 설계’다. 탈출 카페 등 한국에서 강세를 보인 오프라인 콘텐츠가 공간 설계·동선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엔터테인먼트·관광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지역·도시 단위 경험 확장 모델을 우선 검토한다.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는 “RFS는 더벤처스가 실제로 집중하고 있는 투자 영역을 먼저 공개함으로써, 창업자가 보다 명확한 기준 속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한 의미 있는 변화”라며 “기술력과 브랜드 철학을 갖춘 팀이라면 분야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12개국 네트워크와 소비재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팀의 글로벌 성장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벤처스는 2014년 설립된 초기 기업 전문 벤처캐피털로 ‘창업자가 창업자를 돕는다(Founders backing founders)’는 철학을 기반으로 창업자 중심의 투자를 펼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걸쳐 약 250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2025년 K-소비재 펀드를 신규 결성해 동남아·북미 중심으로 소비재 스타트업 발굴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주간 배치 투자 프로그램과 단순화된 심사 체계로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