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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즈업] AI×예술 포럼, 인간과 기술의 ‘창작 공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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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예술 생태계의 변화와 대응 과제 논의

·예술가·연구자·기업가가 창작과 정책의 방향 제시

·AI는 동료로, 책임은 인간이 지켜야 할 영역으로

 


 

AI 시대 예술 생태계의 변화와 대응 과제를 모색하는 ‘AI×예술 포럼’이 지난달 26일 서울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예술인, 연구자, 기업가가 한자리에 모여 인공지능(AI)이 예술계에 가져온 변화와 현장의 대응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개회사를 맡은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AI를 비롯한 기술은 이미 예술 활동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AI가 문학 작품을 집필하고 미술 작품을 창작하는 시대가 열린 만큼 기술 활용과 저작권, 데이터 이용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 예술 활동과 정책 대응을 함께 논의하는 오늘 자리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변지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국내외 예술계의 AI 인식과 수용’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변 연구원은 937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예술계 응답자의 56.1%가 AI를 활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40대가 가장 높은 활용률을 보였고 장르별로는 다원예술과 공연예술 분야가 두드러졌다. 그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인식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지만, 창작 효율과 결과물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며 “AI 리터러시 교육과 윤리 지침, 활용 가이드 마련이 예술계의 주요 정책 수요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관 조사에서는 네덜란드 데드앤드 갤러리, 독일 엑스페레멘타, 대만 시랩(S-Lab) 등 6개 기관의 사례가 소개됐다. 변 연구원은 “기관별로 입장은 달랐지만 전문가 양성과 데이터 관리 체계의 중요성, 협력적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박억 식스도파민 대표 겸 예술감독은 ‘AI가 갖지 못한 단 하나, 이 나라 도움 아이디’라는 제목으로 창작자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예술가가 창작을 하려면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 나라 도움’이라는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며 “귀찮고 불편한 시스템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예술가에게 안전벨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무대에 오를 수 있지만 제도 속 책임 주체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AI를 ‘도구’가 아닌 ‘동료’로 인식해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AI에게 명령하듯 말하기보다 AI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합의해야 한다”며 “AI와의 협업은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식스도파민이 제작한 VR 공연 ‘노스텔지아’와 ‘심청인 성수’ 사례도 공개했다. 그는 “AI 기술을 통해 천 명의 관객에게 천 가지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며 “관객의 대화 내용에 따라 맞춤형 공연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는 무대에 오를 수 있어도 제도와 책임의 영역은 인간의 몫”이라며 “AI가 예술의 감동을 만들 수 있어도 ‘이 나라 도움 아이디’만큼은 인간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김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 ‘AI로 인한 예술계의 변화와 정책적 도전 과제’를 발표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활동 이론(Activity Theory)을 기반으로 AI 예술 생태계를 분석하며 “AI 시대 예술 생태계는 창작 주체, 도구, 결과물, 분업, 커뮤니티, 제도 등 여섯 축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도입으로 창작 주체 간 역할이 복잡해지고, 데이터 윤리, 저작권, 기여도 분배 문제 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과제의 방향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술계 AI 데이터 구축과 보상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며 “국립 AI 예술 데이터센터 설립을 통해 고품질의 예술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술과 기술을 함께 이해하는 하이브리드형 인재 양성, AI 리터러시 교육, 매개 기관과 전문 인력의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며 “단기 프로젝트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연구와 실패를 포용하는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예술가 신승백, 조영각, 후니다 킴 등이 패널로 참여해 AI와 예술의 관계를 논의했다. 패널들은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작 과정의 공동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며 “AI가 인간의 감수성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예술적 사고를 확장시키는 협업 파트너가 되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저작권 귀속 문제, 데이터 편향성, 그리고 AI 예술 작품의 비평 기준 등 구체적인 쟁점이 제기됐다. 예술가들은 기술을 수용하되 윤리적 경계와 창작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포럼은 AI 기술이 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현실 속에서 예술계가 직면한 제도적 과제와 정책적 대응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최종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11월 열리는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 기간에 세 번째 연속 포럼을 이어갈 예정이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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