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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FA] 끓어오르는 폭염 속 도시...‘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숨통 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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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도시, 쾌적성을 다시 설계해야”

 

올여름, 전 세계 대도시들은 유례없는 폭염과 씨름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는 도시열섬(UHI) 현상은 시민들의 체감 온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며 일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글로벌 주요 도시들은 이러한 미세 기후 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에서는 심지어 새벽에도 기온이 30°C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일수 또한 매년 경신되고 있다.

 

한반도 또한 최근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 7월 8일 최고 기온 37.1°C를 기록하며, 지난 1908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상순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광명·파주 등 경기도 일부 지역도 최고 기온이 40°C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국민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7월 초 기준으로 전국에서 1200명 이상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올해 폭염의 강도와 지속성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에 지자체들은 도심 녹지 확대, 쿨루프(Cool Roof) 도입, 안개 분사형 쿨링 포그(Cooling Fog) 설치 등 다양한 폭염 완화 수단을 시도해왔지만, 공간 확보의 어려움이나 높은 유지보수 비용, 그리고 제한적인 효과로 인해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기온 데이터를 사후 분석하거나, 단편적인 조치로 대응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폭염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이는 도시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열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공기 흐름, 건축 자재 특성, 건물 밀도 및 그림자 효과, 기후 변화. 이 모든 요소에 따른 열 분포 시나리오를 설계 초기부터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반 도시 설계가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쾌적성은 더 이상 자연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 열 지도를 그리는 기술, 보이지 않는 열을 시뮬레이션하다

 

이처럼 도시의 복합적인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던 선진 설계 기술을 도입한 정밀 분석·예측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가상 환경에서 실제와 같은 조건을 구현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은 폭염 완화와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를 위한 핵심적인 도구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쏘시스템 시뮬레이션 브랜드 ‘시뮬리아(SIMULIA)’는 도시의 복잡한 열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뮬리아는 컴퓨터응용해석(Computer-Aided Engineering, CAE) 솔루션 브랜드다. 구조 역학, 유체 역학, 전자기장 등 다양한 물리 현상을 아우르는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다쏘시스템의 가상 환경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플랫폼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에 통합돼 활약한다. 도시 계획가나 건축가들이 가상 환경에서 버추얼 트윈 환경을 구축하고, 모델링·시뮬레이션을 동시에 병렬적으로 개발하는 동시 공학(Concurrent Engineering) 환경을 제공한다.

 

 

도시 열을 식히는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시뮬리아 브랜드 내 열 해석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PowerTHERM’ 등 전문 툴이 활용된다. 해당 솔루션은 태양 복사열, 대류, 전도 등 도시 내 복합적인 열 현상을 정밀 분석한다. 이를 통해 건물 외벽, 창호 시스템 등의 열 전달 효율, 건축 자재의 열 흡수 및 방출 특성, 도시 구조에 따른 열 성능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와 송파구의 체감 기온이 37°C를 넘어서는 반면, 성북구나 종로구는 3~4°C 낮게 기록되는 것과 같은 도시 내 지역별 기온 편차를 들 수 있다. 시뮬리아는 바람의 흐름, 건물 간 거리·높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 효과, UHI 현상 발생 가능 지역 등을 가상 공간에서 분석·예측·최적화한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 없이 가장 효과적인 열환경 관리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이처럼 시뮬리아는 ▲도시를 숨 쉬게 만드는 바람길 유도 설계 ▲일사량을 최소화하는 건물 배치 ▲열 축적을 줄이는 도로 포장재 선택 등 도시의 쾌적성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지원한다.

 

 

로봇과 시뮬레이션의 결합...‘도시 기후 피드백 루프’ 구축하는 新 방법론

 

이 모든 시뮬레이션의 핵심이자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데이터’다. 매일·매시간 변화하는 도시의 환경·건축물·자재 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는 것은 실측 데이터다.

 

이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여름의 열기를 시뮬레이션으로 형상화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 모든 시간·장소에서 도시의 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반응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뮬리아가 구축한 ‘분석 가능한 도시 설계 패턴’과 ‘로봇이 수집한 신뢰성 높은 실측 데이터’가 결합된다면, 도시는 이전과는 다른 ‘회복 탄력적인 도시’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도시 기후 피드백 루프(Urban Climate Feedback Loop)’를 통해 구현된다. 자율주행로봇(AMR), 무인항공기(Drone), 수중 로봇, 고정형 로봇 등이 이 루프의 시작점인 데이터 수집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

 

호주 캔버라에서 활용되는 ‘MaRTy(Mean Radiant Temperature robot)’는 기온·복사온도·풍속·습도·일사량 등 다양한 열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지상 로봇이다.

 

또 유럽의 연구팀들은 3차원(3D) 점군(Point Cloud)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술을 접목한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열화상 및 식생 지수(NDVI)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3D 데이터로 통합해, 도시 녹지 공간이 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미국 퍼시픽 대학(University of the Pacific)에서는 AMR이 태양광 차양 아래 주차장 등 특정 구역에서 높이별 온도 분포를 정밀 측정해, 태양광 패널 설치의 냉각 효과를 실증하는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로봇들이 수집한 복사열·열환경 데이터는 시간 변화에 따라 체계적으로 취합되고, 즉시 3D익스피리언스 내 시뮬리아 환경으로 전송된다. 시뮬리아는 이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의 디지털 트윈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열 분포 시뮬레이션을 보정하며, 최적의 설계 변경안 및 운영 전략을 도출한다.

 

결과적으로 ▲건축 설계 ▲실측 데이터 수집 ▲데이터 분석 ▲설계 수정 및 조정 ▲재측정 등의 순환 시스템이 도시 관리 과정에 자동적으로 대입되는 것이다.

 

이 순환 루프는 실시간 열환경 모니터링·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정 시간·지역의 온도·바람·습도 등 복합적인 환경 요소를 지속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시 열 취약 지역을 식별하고 관리함으로써, UHI 현상이 심화되거나 특정 시간대에 고온 노출이 심한 지역을 파악한 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로봇 기반 데이터 수집 방식과 시뮬리아의 분석 기술은 도시 설계 요소를 지속 가능하게 조정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예컨대 건물 배치, 녹지 면적, 재료 선택 등이 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폭염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잠재적인 열 관련 사고 가능성을 검토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폭염 재난 예측 및 대비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후 위기 속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 첨단 기술이 만드는 미래형 도시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이미 시뮬레이션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예측을 넘어 실제 도시의 열환경을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데, 가상 환경 기술과 로봇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3D익스피리언스 시티(3DEXPERIENCE City)' 플랫폼을 기반으로, 도시의 버추얼 트윈을 구현하는 ‘버추얼 싱가프로 프로젝트(Virtual Singapore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교통량, 인구 밀도, 환경 데이터 등 도시 내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도시 운영·계획을 최적화한다.

 

향후 로봇 기반 실시간 열 데이터와 통합돼, 도시의 열환경 시뮬레이션 및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기후 탄력성을 중요 요소로 고려하며, 버추얼 트윈 기술을 통해 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복잡한 도시 지형과 잦은 기후 변화로 인해 UHI 현상에 노출된 도시다. 이 도시는 독일 기상청(Deutscher Wetterdienst)과 협력해, 고해상도 도시 기후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특정 건축물이나 도시 계획 변경이 바람의 흐름과 열 분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이는 시뮬리아가 갖춘 유체 역학 기술과 유사한 접근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미기후를 예측한다. 또 녹지 공간 배치, 건물 높이·형태 조정 등 최적의 설계를 통해 열섬 효과를 완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로봇을 통한 실시간 데이터 연동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뮬레이션 기반의 도시 설계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핵심 사례다.

 

끝으로, 미국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는 사막 기후에 근접해 극한의 폭염을 겪는 도시다. 피닉스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쿨 페이브먼드 프로젝트(Cool Pavement Project)'를 대규모로 진행하는 중이다. 이때 도시 전역에 설치된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지면 온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시뮬리아의 재료 시뮬레이션 기능과 결합해, 다양한 도로 포장재의 열 반사율과 열 축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도시 전체의 열 예산을 관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시뮬리아와 다양한 첨단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도시 설계 초기 단계부터 지속 가능한 열환경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같은 도시 열환경 자율 관리 플랫폼 구축은 디지털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기술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차세대 융합 기술은 기후 위기 속에서, 더욱 쾌적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선제적인 설계 도구가 되고 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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