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을 움직이는 단어 하나, 그 안에 숨은 거대한 흐름을 짚습니다. ‘키워드픽’은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그 정의와 배경, 기술 흐름, 기업 전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기술의 흐름 속에서, 키워드 하나에 집중해 그 안에 담긴 구조와 방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LoRA, 원하는 목적에 맞춰 AI를 튜닝하다
생성형 AI는 대중화한 도구가 됐다. 챗GPT로 보고서를 쓰고, 번역기를 대신하는 건 이제 일상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 기술을 자사 환경에 맞게 바꾸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예로, 거대언어모델에 한 기업이 가진 고유한 데이터를 입히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 방식은 모델 전체를 새로 학습시키는 것이었다. 마치 초거대 AI 모델이라는 건물을 통째로 다시 지어 올리는 셈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여기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LoRA(Low-Rank Adaptation)'다. LoRA는 건물을 다시 짓지 않고, 필요한 방 하나만 개조하는 방식이다. 기본 구조는 그대로 두고, 필요한 부분만 덧붙이는 방법으로 AI를 바꾸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LoRA를 활용해 빠르고 가볍게, 원하는 목적에 맞춰 AI를 튜닝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LoRA는 가장 많이 쓰이는 AI 파인튜닝 기법 중 하나가 됐다.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LoRA를 활용해 각각의 맞춤형 생성형 AI를 만들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에 고유한 AI를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인 셈이다.
LoRA는 기존 LLM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일부 파라미터에만 저차원 어댑터를 추가해 미세조정하는 기법이다. 전체 모델을 새로 학습하지 않아도 되기에, 연산량과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예컨대 기존 파인튜닝이 수억 개의 파라미터를 조정했다면, LoRA는 수십만 개 수준의 추가 파라미터만 학습하면 된다. 이는 파인튜닝 속도와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모델의 성능도 그대로 유지하거나 상황에 따라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게 만든다.
기술적 장점은 곧 도입 확산으로 이어졌다. 허깅페이스, 데이터브릭스, 스테빌리티AI 등 주요 AI 플랫폼은 이미 LoRA 지원을 기본 탑재했으며, 오픈소스 생태계에서도 LoRA 기반의 커스터마이징 모델이 활발히 공유된다. 특히 의료, 금융, 제조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에서는 모델 전체를 재학습하는 대신,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LoRA를 활용해 자체 특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대중화하는 기술로 자리잡은 LoRA
글로벌 대형 기업의 도입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타는 LLaMA 3 모델을 공개하며 LoRA 기반 파인튜닝을 공식 지원하며, 허깅페이스와 협업해 LoRA로 튜닝한 다양한 응용 모델이 공유되고 있다. 데이터브릭스 역시 Dolly 2.0을 LoRA 기반으로 튜닝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고객의 데이터 레이크하우스에 바로 적용하는 구조를 제공한다.
미스트랄 AI의 모델은 아예 경량화·병렬 처리를 전제로 설계된 만큼, LoRA와의 궁합이 뛰어나며, 깃허브에서 제공하는 공식 튜닝 가이드도 LoR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XGen-7B 모델과 BLIP2 모델 등에서 LoRA 기반 파인튜닝을 지원하면서, 자사 CRM 서비스에 특화된 응답 생성이나 문서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AI 서비스는 GPT 계열 모델에 대한 커스터마이징 옵션 중 하나로 LoRA 기반 파인튜닝을 공식 지원하기 시작했다. 고객은 애저 AI 스튜디오를 통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GPT를 미세 조정하며, 이는 GPU 사용량을 절감하고 모델 보안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LoRA는 단순히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 테크 기업이 선택한 실용적 파인튜닝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적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 업무 효율화를 위해 GPT 모델을 사내 데이터와 연동해 커스터마이징하며, 이 과정에서 LoRA 기반 파인튜닝이 실험적으로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 특성상 엔지니어링 용어, 장비 이력 등 복잡한 도메인을 반영할 때, LoRA는 GPU 리소스를 아끼면서도 정밀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도 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은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AI 기반 고객상담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스타트업 A사는 콜센터 상담 데이터를 기반으로 LoRA 파인튜닝을 적용해 자사 특화 응답이 가능한 경량 챗봇을 구축했다. 전체 모델을 직접 재학습하지 않고도, 기업 내부 FAQ와 응답 패턴을 반영한 챗봇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엔 LoRA의 경량화 전략이 있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LoRA는 기존 모델의 구조를 전제로 하기에, 아예 새로운 구조나 대규모 리팩토링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용이 어렵다. 또한, LoRA로 학습한 어댑터가 특정 도메인에 과도하게 최적화하면, 범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여러 도메인의 LoRA 어댑터를 조합하거나, 합성 LoRA 방식으로 유연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프롬프트 조합 방식이나, 다양한 LoRA 체크포인트를 동적으로 불러오는 메커니즘도 함께 주목받는다.
LoRA는 단순한 경량화 기술을 넘어, AI를 나만의 도구로 만드는 파인튜닝 전략의 전환점이다. 특히 기업이 자산화한 데이터와 AI 모델을 연결하는 실용적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생성형 AI의 내재화를 앞당기는 기반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복잡한 모델을 통째로 바꾸지 않고도, 정밀하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시대며, 그 중심에 LoRA가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