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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AI 전장 속 ‘압도하려는 美, 반격하려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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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치열한 AI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두 나라를 보고 있으면, 과거 냉전시대, 달에 먼저 발을 내딛기 원했던 우주 경쟁이 떠오른다. AI는 21세기의 새로운 우주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은 최첨단의 AI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두 나라의 경쟁은 단순히 속도뿐 아니라, 각국의 산업 기반, 정책, 투자 환경에 따라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는 곧 세계 AI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첫 번째 전장, 투자와 논문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AI 기술을 가진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AI 경쟁력을 논할 때 표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분야는 투자 규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글로벌 정부·민간 분야 AI 투자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미국 정부·민간의 AI 투자액은 874억1000만 달러(약 120조7800억 원)에 달했다.

 

동년 전 세계 정부·민간 AI 투자액이 1419억 달러 규모로 추정될 때, 미국 투자액이 전체에서 62%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다. 뒤이어 유럽연합(EU)가 8%로 2위, 중국이 7%로 3위를 차지해 미국과는 다소 큰 격차를 보였다. 각국마다 투자 방식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민간투자에서 강점을 보였고, 중국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한편 일본은 민관 연계 투자가 활발했다. 

 

투자에 이어 논문 숫자도 나라의 AI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다. 지난 7월, 중국과학기술정보연구소(ISTIC)는 2023 글로벌 AI 혁신 지수 보고를 발표했는데, 해당 내용에서 공개된 종합적 AI 수준은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상위급 학술지 논문 숫자는 중국이 1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순위는 기초 지원, 자원·환경, 과학기술 연구·개발, 산업·응용, 국제 협력·교류 다섯 가지 항목으로 매겨졌으며, 미국과 중국만이 유일한 1급 단계 국가로 선별됐다. 이 지수는 올해로 5년째를 맞았는데, 미국은 줄곧 1위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2020년부터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두 번째 전장, 생성형 AI 모델

 

생성형 AI 시대를 활짝 연 오픈AI의 챗GPT는 최근까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 대중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오픈AI는 최신 AI 모델인 ‘GPT-4o’ 소형 버전으로 ‘GPT-4o 미니’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비용 효율에 초점을 맞춘 이 모델 이용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15달러, 출력 토큰 100만 개당 0.60달러로 측정됐다. GPT-3.5 터보와 비교했을 때 60%가량 저렴하다. 오픈AI는 GPT-4o 미니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이용자의 챗봇과 대화 선호도, 대규모 다중작업 언어 이해 등의 지표에서 개선된 성능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오픈AI는 자사 AI 모델의 추론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스트로베리’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AI가 사용자를 위한 답변 생성을 포함해 미리 계획을 세워 안정적인 인터넷 탐색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와 함께 해당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장기과업(LHT)’ 수행에 있다. 이는 AI가 장기간에 걸친 일련의 행동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제를 해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은 자국 내 국한된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가치를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문샷, 01.AI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각사 AI 모델을 대상으로 한 정부 의무 평가에 참여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의무 평가에는 특정 질문에 대해 LLM이 생성하는 답변을 확인하며, 그 질문은 자국 내 정치, 역사, 시진핑 국가주석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부터 중국은 사회주의 가치에 위배되는 예민한 키워드나 질문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기업들에 매주 업데이트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바이두 어니봇, 알리바바 퉁이첸원 등 자국의 생성형 AI 모델들이 포함됐다. 

 

한편, 중국은 오픈AI가 지난 6월부터 중국과 홍콩에 내린 API 추가 차단 조처에 애먹고 있다. 중국 대다수의 개발자가 VPN 등을 통해 오픈AI의 AI 모델을 이용했으나, 오픈AI는 이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개발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제3자 서비스를 통해 GPT 모델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허가되지 않은 VPN 사용은 불법이기에 오픈AI에 대한 접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SCMP는 “많은 개발자가 오픈AI 경쟁사인 앤스로픽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자체 시험 결과 앤스로픽 역시 중국에서 자사 API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전장, AI 반도체

 

AI 반도체는 AI 개발과 성능 개선에 있어 핵심 요소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수출규제로 인해 가장 민감한 분야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며, 그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해외 데이터 센터로 중국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엔비디아 AI 칩을 이용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이러한 서비스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사실상 중국 기업이 미국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디인포메이션은 MS와 구글뿐 아니라 유럽 및 아시아 다수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도 중국에 흡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엔비디아 AI 칩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자국 기업의 AI 칩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자국에서 열린 ‘2024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일루바타 코어엑스, 엔플레임, 화웨이, 무어 스레드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모습을 드러냈다. WAIC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각사의 제품과 차별점을 강조하며 고객사 유치에 열을 올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엔비디아 AI 반도체가 갖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한 예로, 중국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저사양 AI 반도체 ‘H20’을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컨설팅 회사 세미어낼리시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20 GPU를 올해 100만 개 이상 중국에 인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미어낼리시스는 H20이 화웨이의 ‘어센드 910B’보다 나은 성능을 갖췄으며, 판매량에서도 두 배가량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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