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순위권을 형성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내노라하는 배터리 강자다. 이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초격차 전략이 배터리 산업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원자재값 상승, 차량용 반도체 부족, 중국 상하이 봉쇄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가 있었으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배터리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략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LG, 기능과 친환경 모두 잡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3억 달러(약 39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녹색채권)’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그린본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국제 채권으로, 발행대금의 용도가 기후변화·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 및 인프라 투자에 한정된다.
LG화학은 그린본드로 확보한 자금을 양극재, 분리막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 분야에 전액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당시 구주 매출을 통해 확보한 2조5000억 원을 포함해 이번 그린본드 발행, 시설대금 차입 등으로 올해에만 총 3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앞서 지난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년 4조 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집행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달러(USD)로 발행되는 이번 그린본드는 3년 만기 3억 달러의 단일 채권이고, 금리는 고정금리 4.436%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서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공급망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광물업체 컴퍼스 미네랄과 탄산 수산화리튬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리튬 생산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MOU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7년간 컴퍼스 미네랄이 생산하는 친환경 탄산 수산화리튬의 40%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공급 물량은 향후 본 계약에서 확정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탄산 수산화리튬은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양극재를 구성하는 필수 원료다. 글로벌 광물업체인 컴퍼스 미네랄은 친환경적 방법으로 리튬을 생산해 기존 리튬 생산 업체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구매센터장 김동수 전무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북미 배터리공장의 안정적인 친환경 원재료 공급망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배터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만큼 앞으로 이를 강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유럽, 남미 등 지역별 원재료 공급망 체계를 공고히 하며 배터리 핵심 소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SK온, 포드와 합작해 배터리 생산하다
SK온과 포드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공식 출범했다. SK온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합작법인 설립에 필요한 내·외부 검토를 최근 마무리하고 합작사 블루오벌SK를 공식 설립했다. 합작사 지분은 양사가 절반씩 보유한다.
이사진은 양사 3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되며, 공동경영 정신에 따라 모든 이사회 안건은 만장일치로 의결하기로 했다. 합작법인 본사는 당분간 SK온의 미국 배터리 생산시설이 있는 조지아주에 있다가 향후 블루오벌SK의 배터리 공장 및 포드 전기차 조립공장이 들어서는 테네시주 스탠턴으로 옮길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양사는 5조1000억 원씩 총 10조20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고, 배터리 공장을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테네시 공장은 1554만㎡(470만 평) 부지에 포드의 전기차 생산공장과 함께 건립된다.
켄터키 공장 부지 면적은 총 628만㎡(190만 평) 규모다. 3개 공장 완공 시 연간 배터리 셀 생산능력은 총 129기가와트시다. 블루오벌SK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는 SK온 함창우 부사장이, 최고재무경영자(CFO)는 포드의 지엠 크래니가 맡는다. 약 3년 후에는 양사가 해당 직책을 교차해 맡기로 했다.
함 신임 대표는 법률·금융 전문가로, 구겐하임 파트너스,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2009년 SK이노베이션 법무실에 합류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기획, 경영관리 등 업무를 두루 맡았고, 2016년부터는 투자·인수합병 등을 담당하며 포드와의 합작법인 설립 업무를 총괄했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 설립과 더불어 자체 투자를 통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SK온은 미국과 헝가리, 중국 등에서 꾸준한 투자를 통해 2017년 1.6GWh에 불과했던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말까지 77GWh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는 500GWh 이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함창우 대표는 “하이니켈 등 배터리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SK온과 미국 국민차로 불리는 포드가 손을 잡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초격차 기술 경쟁력 강조한 삼성SDI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52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이해 “글로벌 탑 티어가 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등 세 가지 경영방침은 중요해졌고, 보다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지난 7월 1일 기흥사업장에서 최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약 120 명이 참석한 가운데 ‘52주년 창립기념식’을 개최했다. 최 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 위기를 설명하며 세가지 경영방침 중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특히 강조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바탕돼야 품질 확보와 질적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윤호 사장은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 극대화 기술,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신규 소재 개발 기술 등을 언급하며, “대외 네트워크와 기술 협력을 강화해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했다.
다음으로 최 사장은 글로벌 탑 티어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핵심요소로 최고의 품질을 꼽았다. 최 사장은 “품질 리스크는 회사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사업을 존폐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만큼 임직원들의 의식 개선과 동참이 필요하다”며, “하나의 운영 플랫폼으로 표준화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최고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또한 최 사장은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조인트 벤처 계약, 고성장이 예상되는 대용량 원형 및 전고체 배터리 등을 언급하며 “조기 양산을 통해 차세대 제품 시장을 선점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가자”고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최 사장은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구축과 상생, 선제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ESG 경영 강화, 준법 경영 실천을 강조했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 인재 확보와 육성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