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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는 이걸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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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보틱스 이한빈 대표 인터뷰

 

2054년 미래 도시가 배경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사람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행선지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스마트시티. 여러 관련 기술들이 실증 단계에 있지만, 우리가 스마트시티라고 굳이 이름 붙여 불러가며 기대했던 최첨단 도시 인프라는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런데 최근 희한한 뉴스를 봤다. 독일의 BMW 공장에서 갓 조립된 따끈따끈한 자동차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적재 장소로 이동한다는. 아니 그게 말이 돼. 심지어 이 신박(?)한 자율주행 기술을 만든 주인공이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스타트업이란다. 참을 수 없지. 당장에 찾아가 봤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자율주행에서는, 센서와 소프트웨어가 차량 안에 들어갔죠. 저희 자율주행은 차량 단위가 아니라 대규모 공장 단위로 이뤄져요. 모든 시스템이 차량 외부, 즉 인프라에 깔리고요. 인프라에 깔린 컴퓨터가 차량을 원격 조종하는 거예요."

 

최근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 모델 중 다수에는 레벨 2 수준의 '부분적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다. 자동차 안에 컴퓨터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덕분에 차량에 추가적으로 손대지 않아도 충분히 인프라와 연결을 통해 외부에서 제어가 가능하다. 인프라가 자동차를 제어하는, 이른바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이다.

 

"저희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BMW 공장은 그 규모가 거의 조그만 마을 수준이에요. 여기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도시 단위로도 확장할 수 있죠."

 

이러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인프라에 깔린 몇 백대의 센서를 동시에 융합해 실시간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센서 두세 대, 많아야 열 대 정도를 프로세싱하던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보다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컴퓨터 한 대로는 어림도 없고 여러 대의 컴퓨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Distribution Algorithm(분산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자율주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서울로보틱스. 캡모자를 쓰고 크록스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자신을 캡틴이라고 부르는 괴짜(?) 대표가 있다는 것 외에도, BMW, 벤츠, 볼보 등 이름만 들어도 헉할만한 대형 완성차 회사들과 링크되는 스타트업으로 유명해졌다.

 

서울로보틱스의 핵심 기술은 3D 컴퓨터 비전, 그중에서도 라이다 소프트웨어다. 자율주행에서는 라이다 센서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는 '인지'의 영역을 담당한다. 자율주행 성공의 90% 이상이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지는 핵심적인 영역이다.

 


라이다는 카메라, 레이더와 함께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센서로 여겨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서울로보틱스의 기술력은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한 종의 라이다에서만 구동되는 데 반해, 서울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라이다 센서에서 구동된다. 이 압도적인 호환성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라이다 제조사들이 기술을 검증할 목적으로 서울로보틱스에 제품 샘플을 보내온다.


당초 2021년을 목표로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차에 탑재될 라이다 소프트웨어를 준비하던 서울로보틱스는, 라이다 하드웨어 업계의 차량용 라이다 양산 계획이 지연됨에 따라, 완성 단계에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당장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렸다.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서울로보틱스가 해왔던 다양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재밌는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놀이공원이나 내부 보안이 필요한 여러 시설에 저희 기술을 접목할 수 있었거든요. BMW 공장의 경우, 2019년부터 해 온 프로젝트예요."

 

목표였던 자율주행차 양산 시기는 늦춰졌지만, 그럼에도 완성차 회사들은 당장 서울로보틱스의 기술이 필요하다. 공장에서 차가 다 조립된 다음, 유통 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물류, 이른바 '퍼스트-마일(First-miles Logistics)'의 자동화를 위해서다. 이한빈 대표에 따르면, 완성차 회사들은 해마다 이 퍼스트마일 물류에 몇 천억 단위의 돈을 쏟아붓는다. 여기에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면, 효율을 70% 정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당연히 자동차 물류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상품의 퍼스트마일 물류 또한 서울로보틱스가 바라보고 있는 시장이다. 뿐만 아니라 공항, 주차장, 물류센터 등 서울로보틱스의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서울로보틱스의 경쟁사 중 하나는 독일의 한 공항에서 주차장 단위로 자율주행을 적용해 무인발레파킹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공항 입구에 차를 대면 자동으로 빈자리에 주차가 되고, 차를 뺄 때는 차가 탑승자 근처로 와서 사람을 픽업하는 식이다. 서울로보틱스는 차량용 라이다의 양산이 이뤄지는 시기가 올 때까지, 이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이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긴 하지만, 기술이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常用)' 단계에 정착한 사례는 아직 극히 드물다. 더군다나 생짜 스타트업의 기술이 생태계 정점에 있는 대기업 현장에 곧바로 적용되는 경우라니. 'Made in Korea'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그들의 비전은 이미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목표라며 내세운 나스닥 상장의 꿈도 그리 허황돼 보이지 않는 이유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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