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그리고 순환 경제와 같은 구조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ESG는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를 식별하고 대응 역량을 점검하는 핵심 프레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몇 년간 글로벌 규제 환경은 ESG를 더 이상 ‘권고’가 아닌 ‘요구’의 영역으로 빠르게 전환시키고 있으며, 기업의 대응 여부는 기업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생존가능성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2025년을 전후로 부상하는 ESG 메가 트렌드를 통해 향후 기업 경영의 방향성을 가늠하며, 각 산업 내 기업들이 어떤 배경 속에서 대응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받는 기업 마케팅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맞춤형 광고, 비교 광고와 같이 마케팅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소비자 선택을 돕는 수단으로 자리 잡음과 동시에 소비자 오인과 정보 비대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은 기업의 홍보 활동을 넘어 ESG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 공정성(Digital Fairness Act, DFA)이다. 해당 법안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맞춤형 광고를 제한하고, 광고 노출 기준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광고의 내용을 비롯하여 전달 대상과 방식 자체가 기업의 책임 범위에 포함됨을 의미한다. 카카오는 AI 기반 이미지 필터링과 이미지 광학 문자 인식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해 이미지 노출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단시간 내 유해 이미지 차단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지속적인 AI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 중이며, 성인(스팸) 이미지 추천 시스템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속가능한 마케팅 정책을 수립하여 광고 메시지의 적절성과 정보 제공 기준을 관리하고 있다. 해당 정책에는 아동, 노인, 경제적 빈곤층 등 취약 고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광고 표현 방식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 및 광고를 방지하고 바르고 유용한 정보의 제공을 촉진한다. 제일기획은 임직원들이 표시·광고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소비자 보호 관점을 반영한 부당 표시·광고 관련 가이드를 시스템 내에 운영하며, 광고 제작 전 단계에 걸쳐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광고 제작사가 단순한 제작 주체를 넘어, 소비자 보호를 고려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친환경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EU 그린클레임 지침을 통해 그 기준을 살펴볼 수 있다. 해당 지침은 친환경 주장이 널리 인정되는 과학적 증거를 통해 입증이 필요함을 요구하며,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노션은 친환경 광고물 제작 시 사전 점검 프로세스를 운영하여 사전 점검 체계를 마련하였으며, 실무자 대상 사내 가이드와 교육을 통해 그린 워싱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있다.
책임 있는 마케팅은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영국의 주류 회사 Diageo는 무알코올 음료 포트폴리오 확대 및 절주 캠페인 실시 등 건강한 음주 문화를 장려하는 마케팅을 통해 과도한 소비를 지양하고 있다. 스위스 식품 기업 네슬레는 어린이를 주요 소비자층으로 고려해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지원하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책임 있는 마케팅은 단순한 소비 증진 전략을 넘어, 정보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기업 책임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보 접근성과 디지털 포용성을 통한 디지털 사각지대 해소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서비스와 온라인 기반 업무 환경을 빠르게 확산시키며 디지털 전환을 촉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모든 계층에게 동등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의 격차가 더욱 커졌으며, 장애인과 정보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 역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맞물리며, 최근 정보 접근성과 디지털 포용성은 기술 도입의 문제를 넘어 기업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유럽연합은 유럽 접근성 법(European Accessibility Act)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대한 접근성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법은 사회적 통합과 평등을 촉진하도록 기업이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는 디지털 접근성이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법적·제도적 책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포용법 제정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대안 반영 폐기 과정을 거치며 제도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움직임은 자발적인 기업 참여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국제 정세를 반영하여 디지털 포용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역량을 활용해 장애인 삶의 편의를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돕는 ‘Barrier Free AI’를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AI 상담사가 고객에게 전화하여 요금 안내를 제공하는 ‘말로 하는 AI요금안내서’로, AI와 고객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고령자에게 조금 더 편리한 통신 라이프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제품과 서비스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편 및 접근성 관련 리스크를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각·청각·지체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고객층 대상의 맞춤형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이를 접근성 보조 액세서리인 컴포트 키트 개발 시 적극 반영하고 있다. 또한 고객 접근성 강화를 위한 ‘가전학교 원데이 클래스’ 등 운영을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이용자 접근성 수준을 높이고 있다.
해외 기업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Spotify는 난독증, ADHD 등을 가진 직원들의 신경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를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내부 구성원의 디지털 접근성과 근무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포용성이 외부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과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 분야에서도 접근성 강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주요 금융 취약계층인 고령자, 청소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느린 말 서비스, 청소년 전용 금융 플랫폼 설립 등을 통해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의 정보 격차를 완화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이 금융 접근성과 직결되는 영역임을 시사한다.
사업 연속성, 위기 대응을 설명하는 기업의 역량
국내외에서 발생한 대규모 디지털 장애 및 재난 사례는 사업 연속성(Business Continuity)이 더 이상 기업 내부에서 형식적으로만 관리되는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2022년 국내 메신저 서비스 장애 사태와 2025년 국가정보관리원 데이터센터 화재 등은 전 국민의 일상에 혼란을 초래하며, 디지털 인프라 장애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사업 연속성은 단순한 계획 수립 여부를 넘어, 재난과 장애 가능성을 전제로 한 대응 체계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로 작동 가능한 수준으로 구축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유형을 세분화하고 대응 절차를 고도화 하는 방향으로 사업 연속성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비즈니스 운영 위협을 지정학적 리스크, 전환 리스크 등으로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고려한 단계별 대응 절차를 수립하였다. 현대모비스는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 상태에 대비해 정보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재해복구 모의 훈련을 통해 비상시 백업 가용성을 점검하고 있다.
자연재해와 디지털 장애에 대한 대응 역량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일본의 다국적 복합기업인 Sony Group Corporation은 화재와 홍수 등 자연재해를 고려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반도체 제조 공장인 나가사키 기술 센터의 경우 내진 구조를 적용해 제품 공급 복원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최대 IT 기업 SoftBank Group Corp.는 비지상 네트워크(NTN)와 지상 이동 네트워크를 결합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재난 상황에서도 통신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동식 전력 공급 차량 배치 등 재난 대응과 관련한 거버넌스와 전략도 체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마치며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사회 구조 변화가 맞물리는 환경 속에서 ESG는 더 이상 별도의 관리 항목이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책임 있는 마케팅, 디지털 포용성, 사업 연속성 관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업의 대응 수준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각종 리스크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는지를 통해 평가받고 있다.
최근 ESG는 규제 대응이나 사회적 요구에 대한 사후적 대응을 넘어, 기업 스스로 리스크를 식별하고 전략과 운영에 반영하는 역량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을 전후로 각 산업과 기업의 특성에 맞는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일관된 경영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향후 기업 경영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더와이 주식회사는 청년실업해소 목적의 소셜벤처로 시작하여 현재 교육, ESG 컨설팅 및 교육 전문기관으로써 ESG 전략 및 운영체계 구축, ESG 보고서 및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개발, 공급망 ESG 컨설팅 및 실사 운영, MSCI, RBA 및 EcoVadis 등 ESG 평가 대응, 교육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