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이 체감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술이 부족하다기 보다 운영 구조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AI가 일하기 좋은 형태로 정리돼 있지 않은 경우다. 데이터는 이미 충분히 쌓이지만, 그 데이터가 한 번의 판단과 한 번의 조치로 이어지기까지 ‘연결(Connectivity)’과 ‘정합(Alignment)’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길어지면 공장은 빨라지지 않는다.
공장 운영의 본질은 위기 대응 속도에 있다. 시스템은 이상 상황 발생 시 설비 변동 이력, 피해 확산 범위, 조치 우선순위, 정상 복구 여부 등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 AI는 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운영자의 판단 시간을 단축하는 엔진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어, 데이터, 안전, 전력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통합돼야 한다.
따라서 제조 운영의 핵심은 공장 가동 흐름을 ‘순서대로 정리’하는 데 있다. 설계 자산은 재사용이 용이해야 하고, 운영 화면은 작업자의 판단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통합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한다.
또한 현장 단말의 표준화는 물론, 설비 가동을 유지하는 가용성과 비상시 확실한 차단을 보장하는 안전 체계가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특히 전력과 에너지 운영이 제어 시스템과 하나의 좌표계로 통합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야 현장 전체를 실시간으로 가시화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측 시뮬레이션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반복 설계의 굴레를 벗다...효율적인 공장 운영을 위한 데이터 이식 프로세스
글로벌 에너지 관리 및 산업·공장 자동화(FA) 솔루션 업체 ‘슈나이더일렉트릭(이하 슈나이더)’은 이러한 운영 병목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설계 자산을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표준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 재사용성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설계·배포·이력 등 관리가 한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흐름을 통합하는 플랫폼이 슈나이더의 ‘에코스트럭처(EcoStruxure)’다. 이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에코스트럭처 오토메이션 엑스퍼트(EcoStruxure Automation Expert(이하 EAE)’는 설계 라이브러리, 협업, 배포, 이력 관리 등 파편화된 작업을 단일 흐름으로 통합한다.
설비가 추가되거나 라인이 변경될 때마다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는 방식은 운영 시간을 늘리고 데이터 최적화 효과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설계의 반복을 줄여 운영 가동 속도를 높이는 것이 슈나이더가 제안하는 첫 번째 프로세스 혁신이다.
이때 데이터 통합의 목적은 판단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같은 데이터라도 어디서 나왔고, 정상 범주는 무엇이며, 과거와 뭐가 달라졌는지가 한 번에 파악돼야 조치가 빨라진다. 감시 제어 및 데이터 수집 시스템(SCADA)은 현장 내 데이터를 판단 가능한 정보로 바꾸는 운영 인터페이스다.


▲ 슈나이더는 ‘운영 체계’ 관점의 구성을 제시했다. EAE는 설계 자산 재사용과 배포·이력 관리 흐름을 강조한다.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 역할을 수행하는 SCADA가 바로 '아비바 인터치(AVEVA InTouch)'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 수집하는 솔루션에서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사용자가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최적화해 제공하는 것.
이때 핵심은 데이터의 단순 취합이 아닌 '맥락(Context)' 확보다. 특정 데이터가 발생한 설비 위치, 정상 범주와의 비교, 과거 이력과의 차이점 등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해야 현장의 조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 개발 솔루션 ‘블루 오픈 스튜디오(BLUE Open Studio 이하 BOS)’는 이러한 시각화 화면을 구성하고 상위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개발 기반이 된다. 특히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 환경에서는 데이터의 기록뿐만 아니라, 승인 주체와 시점을 관리하는 '책임의 소재'가 필수적이다.
BOS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전자 기록 규정 ‘21 CFR Part 11’을 준수하는 프로젝트 생성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데이터의 투명성·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결국 데이터 통합은 운영상의 책임까지 투명하게 관리될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공장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가 운영 화면이라면,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FMS(Factory Monitoring System)’는 개별 설비군을 단일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보조축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사용자가 분산된 설비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현장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지능형 공정, 조작의 직관성을 더하는 방법
앞서 설계와 데이터로 구축된 운영 구조는 결국 현장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현장 조작의 핵심은 설비 앞에서 조치에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슈나이더 HMI(Human Machine Interface) 브랜드 ‘프로페이스(Pro-face)’의 ‘PSA6000 시리즈’는 고해상도 운영 화면을 제공하며 현장 제어의 기반을 형성한다. 여기에 이동성을 극대화한 휴대형 HMI 솔루션을 결합하면, 작업자는 설비 점검과 조작을 동선 낭비 없이 실시간으로 이어갈 수 있다. 운영자가 어떤 위치에서도 즉각적인 조치 절차를 밟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현장의 대응 속도를 최적화하는 프로세스를 실현한 것이다.
이러한 현장의 조작이 실제 설비의 가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설비와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주는 ‘운영기술(OT) 연결’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단계에서의 연결은 복잡한 통신 규격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운영 단순화’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공장의 두뇌 역할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가 현장의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상위 시스템에 전달하느냐가 운영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슈나이더 PLC 라인업 ‘모디콘(Modicon)’은 냉난방공조(HVAC),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구동 제어(Motion Control) 등 적용 영역별로 최적화된 역할을 수행하며 운영의 복잡도를 낮춘다.
특히 상위 시스템과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수록 사용자의 판단과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이를 위한 IIoT 연결형 제어 솔루션이 ‘모디콘 M262(Modicon M262)’다. 현장 제어기가 상위 시스템과 데이터를 더 쉽고 빠르게 주고받게 함으로써, 운영자가 화면을 보고 판단한 뒤 조치를 내리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한다. 또한 연결이 늘어날수록 중요해지는 사이버 보안 기능을 내장해, 보안을 별개의 과제가 아닌 운영의 필수 조건으로 통합 관리한다.
특히 설비 특성에 맞춘 전용 솔루션인 '모디콘 M171·172·173 시리즈'는 HVAC 및 빌딩 제어에 특화된 전용 컨트롤러다. 일반적인 제어 로직과 입출력 구성이 다른 공조 설비의 특성을 반영해, 전용 컨트롤러만으로도 운영 흐름을 단순화할 수 있게 돕는다.
마지막으로 현장 배선의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작업은 리모트 I/O(Remote I/O)가 담당한다. 이 기술 접근법은 공장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센서·모터 등을 PLC에 연결할 때 활용하는 '멀티탭' 같은 장치다.
슈나이더 ‘모디콘 에지 I/O NTS(Modicon Edge I/O NTS)’와 ‘TM3 리모트 I/O(TM3 Remote I/O)’는 센서·구동부(Actuator)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신호를 모아, PLC와 운영 시스템으로 전달하는 신경망 계층을 형성한다.
리스크를 통제하는 ‘두 개의 심장’, 무중단 가동을 향한 신뢰의 기본 빼대는?
공장 운영에서는 평균적인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 다운타임(Downtime)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설비 가용성은 경영상의 리스크 관리와 직결된다. 슈나이더 이중화(Redundancy) 제어 시스템인 ‘모디콘 M580(Modicon M580)’은 핵심 부품과 네트워크를 두 겹으로 구성한다. 한쪽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이 즉각 제어권을 이어받도록 설계된 솔루션이다. 설비가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가동을 지속할 수 있는 ‘무중단 가동’의 기반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안전(Safety)은 최근 단순히 규정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야 한다. 운영의 핵심 로직으로 작동해야 하는 이 분야에서 슈나이더는 모듈형 안전 제어 솔루션 ‘XPSMCM’과 세이프티 모듈 ‘TM3’를 제시한다. 안전 기능을 제어 로직 안에 설계해 입출력(I/O) 확장부터 통신까지 유기적으로 관리 가능하도록 한다.
결국 가용성이 설비를 멈추지 않게 하는 구조라면, 세이프티는 사고가 예상될 때 멈춰야 할 순간 정확히 멈추게 하는 구조다. 이 두 축이 정교하게 맞물릴 때, 공장이라는 인프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구조를 완성한다.
관건은 정교하게 맞물리는 생산 리듬? 공정 안정성을 만드는 최적화된 구동 제어
모션(Motion)·드라이브(Drive)는 공장의 생산 리듬을 결정하는 계층이다. 로봇·기계를 빠르게 가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축(Axis)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동기 제어(Synchronized Control)’다.
슈나이더 이더캣(EtherCAT) 기반 모션 제어 솔루션 ‘모디콘 M310M(Modicon M310M)’과 서보 드라이브(Servo Drive) 시리즈 ‘렉시엄(Lexium)’은 모든 구동부가 같은 타이밍으로 정교하게 맞물리도록 설계됐다. 각 구동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만 미세한 정지와 품질 흔들림이 줄어들고, 전체 라인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측의 철학이 담겼다.
이러한 정밀 구동 기술은 에너지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변화를 가져온다. 드라이브 시스템은 설비 상태를 진단·최적화하는 데 있어 핵심 지표로 ‘에너지 흐름’을 활용한다. 가속·감속·정지가 빈번한 공정에서는 기계가 멈출 때 발생하는 ‘여분 에너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공장의 기초 체력을 결정한다. 버려지는 이 에너지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능력은 운영 비용 절감과 동시에, 기계에 가해지는 열적 스트레스를 줄여 설비 수명을 연장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슈나이더가 제안하는 ‘DC 라인 공유(DC Sharing)’와 ‘회생 유닛(Regen Unit)’은 이 여분 에너지를 가둔 후, 공정의 다른 곳으로 보내주는 에너지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한다.
결과적으로 설비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면서 사용자가 신경 써야 할 고장 변수가 최소화되는 것이다. 한층 더 영리한 운영 프로세스를 뜻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관점은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적용된다. 로봇 또한 개별적인 기계로 보기보다 공장 전체 시스템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 복잡한 설치 과정 없이 로봇이 기존의 제어·구동 체계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식이다.
가상 세계에서 미리 검증하는 '만약의 상황'
전력 인프라는 공장을 움직이는 기초 토대이자 근간이다. 슈나이더는 복잡한 전력 계통을 네 가지 핵심 단계로 단순화한다. ▲전원 전환 ▲분기 ▲보호 ▲계측 등의 주기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때 자동전원절체장치(ATS) 솔루션 ‘트랜스퍼팩트(TransferPacT)’가 전원 전환의 실무를 담당한다. 이어 내부 전기를 각 장비로 나눠주는 도체인 ‘버스바(Busbar)’를 비롯한 배선 체계는 전력 운영이 결국 정교한 유지보수와 계측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하나의 통합 운영 패키지로 접근해야 한다. 슈나이더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에너지 저장·공급 최적화의 핵심으로 놓고, 고전력 환경에서도 전력 안정성과 효율을 함께 확보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슈나이더 ESS 전용 제어 솔루션 ‘ESS 컨트롤(ESS Control)’이 HMI·컨트롤러를 통해 제어 구조를 바로잡는다. 이어 고성능 ESS 차단기 ‘이지팩트 MVS-DC1(EasyPact MVS-DC1)’이 보호·차단을, ‘APC 이지 UPS’가 전원 백업을 맡는다. 전력 계측기 ‘파워로직 PM8000(PowerLogic PM8000) 시리즈가 정밀 계측을 수행하며 통합성을 완성한다.
저장 장치 또한 일반 공장 설비처럼 보호·제어·계측이 삼박자를 이뤄야 안정적인 운영 엔진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유기적인 관리 체계가 갖춰질 때 전력 인프라가 고도화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개별 장비들이 다져놓은 안정성은 전력의 입구라 할 수 있는 중전압(MV) 구간의 설계 전략으로 이어진다. 중전압 구간에서의 설계 선택은 미래의 운영 부담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육불화황(SF₆) 가스를 제거한 고압 수배전반 ‘에스엠 에어셋(SM AirSeT)’은 초순수 공기에 가압 기술을 결합한 설계다. 이를 통해 친환경 규제 대응부터 유지보수, 설비 교체 주기 등까지 고려한 설계 방향을 제시한다.
이 모든 전력 데이터는 가상 환경 방법론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통해 예측 가능한 운영 도구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전력 데이터 수집·분석 플랫폼 ‘에코스트럭처 파워 모니터링 엑스퍼트(EcoStruxure Power Monitoring Expert)’, 전력 SCADA 시스템 ‘에코스트럭처 파워 오퍼레이션(EcoStruxure Power Operation)’ 등 슈나이더 플랫폼은 현장 전력 상태를 디지털 트윈에 이식하는 기반이 된다.
이렇게 실시간 전력 상태를 수집하면, 이를 전력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 ‘이탭(ETAP)’이 이어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예측 시뮬레이션(Predictive Simulation)’을 가동한다. 사용자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만약의 상황(What-if)’을 가상 환경에서 미리 검증하고 조치 순서를 결정한다. 실제 상황이 닥치기 전 최선의 답안지를 미리 쥐고 대응함으로써 현장의 대응 속도는 빨라진다.
앞선 모든 과정이 ‘제36회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mart Factory+Automation World 2026)’ 내 슈나이더 전시부스에서 펼쳐졌다. 슈나이더는 올해 AW 슬로건으로 ‘자동화로 여는 경이로운 미래 – 당신의 에너지 기술 파트너(Welcome to Industrial Automazing – Your Energy Technology Partner)’를 전면에 내걸었다.
사측은 자동화·전력·데이터·AI의 개별 기술을 나열하는 대신, 운영 시간과 리스크를 동시에 줄이는 단 하나의 프로세스로 통합해 선보였다. 결국 핵심은 서로 다른 기술들이 한데 맞물려 판단부터 조치까지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 공장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운영 엔진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을 공론화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