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녹색기술연구소(NIGT) 이종열 선임연구원이 진로를 고민 중인 이들에게 기후테크 분야를 강력히 추천했다.
8일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주최한 ‘기후테크 솔루션데이’에서 이 연구원은 “녹색 기후 기술이 밥 먹여주나요?”라는 질문을 화두로, 기후테크가 실제 ‘밥벌이’가 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 관련 데이터들을 소개했다. 그는 “기후테크가 분명히 밥 먹여 줄 수 있다”며,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기후테크 분야 일자리를 자신 있게 권했다.
이 연구원은 2008년 환경 관련 학과에 입학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는 환경 분야가 10년 뒤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몇 학번 선배들도 똑같이 ‘우리도 10년 뒤 유망하다고 해서 왔다'고 하는 말을 들어서 영원히 10년 뒤에만 유망한 분야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그가 상황 변화의 근거로 든 것은 국제 협약과 금융, 공시 제도의 흐름. 이 연구원은 모든 국가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파리협정,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2021년 서한을 계기로 본격화된 ESG 투자, 각국에서 확산 중인 기후 관련 정보 공시 의무화 흐름 등을 언급하며 “이제야 비로소 ‘10년 뒤’가 아니라 지금 떠오르고 있는 분야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 연구원은 기후변화·환경 일자리의 특징을 “모두가 들어봤지만 어느 누구도 혼자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는 없는 분야”라고 정의했다. 기후 분야는 과학기술, 정책·제도, 산업·금융이 서로 얽혀 있어 한 사람이 전부 ‘정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은 당장 규제 대응 때문에 문 닫게 생겼다고 하고, 시민사회는 ‘지금도 늦었다’고 말하지만 둘 다 맞는 말”이라며, 국가 주도냐 민간 주도냐를 둘러싼 논쟁 역시 “둘 중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섞어 써야 할 여러 해답 중 일부일 뿐”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기후테크와 관련된 일자리를 크게 과학·기술, 정책·제도, 산업·금융 등 세 축으로 나눈 뒤, 이를 다시 7개 직군으로 세분화해 소개했다. 이 연구원이 제시한 분류에 따르면 ▲녹색·기후 기술 제품 생산 및 설비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생산 관련 기술자' ▲기관과 기업 등에서 프로젝트와 사무를 맡는 '사무직' ▲관련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을 담당하는 국내외 '공무원' ▲관련 정책과 기술을 연구하는 '교수·연구원' ▲과제 수행과 자문을 맡는 '컨설턴트' ▲대중에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파하는 '커뮤니케이터·기자' ▲환경 관련 정보를 검증하는 '심사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연구원은 7가지를 분류했지만 실제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한 분야에만 고정돼서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 자신도 연구원이면서, 환경 정보 공개 제도의 검증 위원으로 일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한 가지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분야의 일도 병행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나 관점들을 서로 보완하면서 조율하는 식의 접근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기후테크 분야의 성장성에 대한 전망도 수치로 제시됐다. 글로벌 커리어 플랫폼 링크드인이 발간한 ‘Global Green Skills Report 2023·2024’에 따르면, 플랫폼 내 데이터 분석 결과 녹색·기후 관련 직무 역량 보유자의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증가의 2배에 달한다. 이 연구원은 또 환경·기후 분야의 채용률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59%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관련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공유했다.
국내 데이터도 긍정적이다. 이 연구원이 올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후테크 분야 일자리의 연평균 증감률은 2042년까지 3.4%로 예측됐다. 한국고용정보원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에서 전체 산업 일자리 증가율이 연평균 0.1%, 제조업은 –0.5%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기후테크 분야의 고용 확대 속도가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주요 증가 부문으로 태양광 발전 효율 향상 분야, 수소, 바이오에너지, 물 관련 기술 등을 꼽으며 “이런 분야를 겨냥해 진로를 개발한다면 소위 ‘밥 굶을 일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연구원은 기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관련 규제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 이에 따라 필요한 인력 역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후테크를 진로 후보로 두고 고민하는 10·20대와 입시를 앞둔 학생, 학부모들에게 “(기후테크가) 정말 괜찮은 분야이니 자신 있게 준비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정책·제도·산업·금융이 모두 얽혀 있는 기후 분야의 특성상 “한 분야에만 선을 긋고 머무르지 말고 옆 분야로도 넘어가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새로운 이슈와 기술, 제도가 등장해 분야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자의든 타의든 다양한 분야를 다루게 되는 만큼,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후테크는 매우 매력적인 진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