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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즈업] AI 시대 창작의 불확실성 위에서 예술가들이 찾는 또 다른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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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창작 담론을 집약한 2025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의 전개

컨퍼런스·전시·퍼포먼스가 드러낸 기술·감각·창작 구조의 재편 흐름

‘예술가의 프롬프트’가 제시한 AI 시대 예술가 역할의 재정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각과 창작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시점에서 예술은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재해석하는 실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25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은 ‘예술가의 프롬프트’를 주제로 제시하며 예술가가 기술 시대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새로운 감각을 구축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자리였다. 생성형 AI가 예술가의 인식 구조를 흔들고 창작의 주체와 과정, 구조를 다시 묻는 상황에서 이번 페스티벌은 기술 기반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을 생산했다.

 

AI 시대, 예술 감각과 창작 구조가 재편되는 지점들

 

2025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은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렸으며 총 참관객 4031명이 참여한 가운데 기술 기반 예술의 실험과 담론을 집중적으로 공유했다. 행사는 컨퍼런스, 전시, 오픈스튜디오, 피칭어워즈 등 다양한 구성을 갖췄으며 주제 ‘예술가의 프롬프트’는 생성형 AI가 창작 과정에서 단순한 도구 역할을 넘어서 감각적·사회적·정치적 구조에 개입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예술가의 프롬프트는 지시문을 의미하는 좁은 개념을 넘어 기술 시대에 예술가가 설정해야 할 질문의 형태를 의미한다. 이번 페스티벌 전반은 이러한 질문을 구체적 사례와 담론을 통해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기술이 재편하는 감각, 주체성, 권력 구조

 

 

행사 기간 내에 진행됐던 컨퍼런스는 기조발제를 포함해 다양한 발표자들이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창작 구조에 미치는 영향, 창작 주체의 변화, 기술의 권력성과 편향 문제 등을 다층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되었다. 발표들은 공통적으로 AI를 단순한 창작 보조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 체계를 다시 구성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했다.

 

발표의 첫 번째 흐름은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거나 재배열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이었다. 발표자들은 생성형 AI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감각적 패턴을 제시하며 창작 과정에서 예술가와 공동 주체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 중심적 창작 개념은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재해석이 불가피해지고 있으며 신체의 역할과 감각의 범위 또한 기술 유입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두 번째 흐름은 기술의 편향과 권력성에 대한 비판적 논의였다. 발표자들은 AI 시스템이 특정 문화적·데이터적 구조를 반영하며 편향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알고리즘이 새로운 형태의 ‘역사’와 ‘현실’을 구축함으로써 인식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술기관은 기술을 소비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기술 권력의 구조를 분석하고 대안적 서사를 구축하는 실험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세 번째 흐름은 AI 시대 예술가의 존재론적 위치 변화였다. 기술이 창작 과정의 주도권을 분산시키고 감각의 외부화를 촉진하면서 예술가는 자신이 다루는 기술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발표자들은 기술의 불투명성이 예술가에게 불안을 유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창작 감각을 형성하는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흐름은 기술이 예술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생성형 AI가 창작 자동화,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 구조, 플랫폼 협업 모델을 확대하며 예술기업의 운영 구조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기술 확산기에는 인간성, 전통, 맥락을 둘러싼 감각적 재평가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예술 창작뿐 아니라 예술 비즈니스의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지점이 되고 있다.

 

컨퍼런스는 결국 AI 시대 예술가가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위치가 아니라 기술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감각을 설계하는 주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창작의 주체성, 기술의 권력성, 감각의 재구성 등 발표된 논점들은 예술가의 프롬프트가 지시어가 아니라 질문의 형식이어야 함을 보여줬다.

 

기술이 감각과 서사를 재구성하는 방식

 

전시와 퍼포먼스 프로그램은 기술이 예술가의 감각과 관객의 인식 방식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개막 퍼포먼스는 AI 아티스트 Claudix Vanesix의 〈XENOCENO : A MANIFESTO IN MOTION〉으로 진행됐으며 신체 움직임을 실시간 데이터로 변환하는 구성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탐구했다.

 

 

전시에서는 Lawrence Lek의 〈Guanyin: Confessions of a Former Carebot〉이 게임·영상 기반 인터랙션을 통해 AI 시대 돌봄과 경쟁의 윤리를 질문했고, Gregory Chatonsky의 〈Completion 1.0〉은 1400만 개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사실적 역사를 생성해 데이터가 구축하는 새로운 감각 구조를 제시했다. 디지털 아티스트 BOLDTRON의 〈The Vault of Wonders: Chapter 1–The Abyssal Unseen〉은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상상 생명체의 물성을 조형적으로 구현해 비인간적 감각의 지형을 드러냈다.

 

 

국내 창작자들의 작품도 감각·기술 결합의 다양한 결을 보여줬다. 기어이(Gieoyi)의 〈이머시브 궁〉은 조선 외교 사절단이라는 서사를 VR 환경과 결합해 관객이 가상 공간을 직접 이동하며 경험하는 체감형 콘텐츠로 구성됐고, 아키버스(ARKIVUS)의 〈XR판소리: 네발은 좋고 두발은 나쁘다〉는 『동물농장』을 기반으로 한 XR 판소리 음악극을 통해 서사와 기술이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노진아 작가는 인간공장과 협업한 작품 〈Mind Cloning–Taeyeon〉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대화 구조가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이 작업은 2004년 정규표현식 기반 언어 매칭 시스템 연구에서 출발해 규칙 기반 인공지능과 심층학습 모델을 결합한 확장형 대화 구조로 진화한 프로젝트다. 작품 속 안드로이드 인형은 RAG 기반 언어 시스템과 대규모 언어 모델을 통해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기억과 상황을 축적하며 독립적인 인격을 갖춘 존재처럼 성장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사랑하는 존재의 기억과 언어를 복제한 기계가 과연 그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재현하고 변형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사유를 이끌어냈다.

 

 

퍼포먼스·체험형 콘텐츠에서 선보인 식스도파민의 〈‘너’로 댄스〉는 VR 기반 체험 콘텐츠로 구성된 이 작품은 관객의 움직임과 선택에 따라 서사가 변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행사 기간 동안 사전 예약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기술이 공연예술의 참여 방식과 감각 구조를 확장하는 선례를 보여주며 첨단기술과 예술의 융합으로 획득하게 되는 주도성을 이끌어냈다.

 

전시와 퍼포먼스 전체는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기술적 감각 재구성, 창작 주체성 변화, 기술의 권력성 같은 담론을 실험적 장면으로 구체화하며 AI 기반 예술의 현재 지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기술 시대 예술가에게 필요한 새로운 질문들

 

2025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은 기술을 단순한 생산 도구나 표현 방식의 변화로 다루는 접근에서 벗어나 예술가가 기술의 구조와 감각적·사회적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행사였다. 발표자들은 기술의 불투명성, 감각의 외부화, 창작 주체의 이동, 데이터 기반 권력 구조 등 AI 시대 예술가가 직면한 주요 논점을 제시했고 전시와 퍼포먼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감각적·공간적 실험으로 구현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결국 AI 시대 예술가가 다뤄야 할 핵심 능력이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감각적·조형적 언어로 전환하는 힘에 있음을 보여줬다. 예술가의 프롬프트는 지시어가 아니라 기술과 사회, 감각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질문의 형태이며 이는 기술 시대 예술의 근본적 확장 가능성을 드러내는 지점으로 남았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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