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차전지 양극재 시장이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존 단일 소재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응용 분야와 성능 요구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프리미엄 전기차(EV) 시장은 고성능을 앞세운 하이니켈 양극재 중심으로, 보급형 EV·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경제성과 안정성이 강점인 LFP 양극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엘앤에프는 미드니켈(Mid-Ni)부터 하이니켈(High-Ni) NCM, 그리고 LFP 양극재까지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며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6년 LCO 양산을 시작으로 축적한 양극재 양산 경험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고밀도 NCM 양극재 노하우를 기반으로 글로벌 OEM의 다양한 요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해온 엘앤에프는 이제 LFP 양극재 양산을 더해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을 구축하며 양극재 리딩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2007년부터 미드니켈 NCM523을 생산해왔으며, 올해 EV용 단결정 미드니켈 제품의 양산 승인을 받아 본격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단결정 기술을 적용한 미드니켈 양극재는 기존 다결정 대비 수명과 안정성이 향상돼 중저가형 EV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한다.
하이니켈 영역에서는 세계 최초로 Ni-95% 양극재 양산에 성공하며 프리미엄 EV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했다. 올해 2분기에는 Ni-95% 신제품 단독 공급과 대량 출하가 본격화되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55% 증가, 매출은 약 43% 늘어 5201억 원을 기록했다.
엘앤에프는 “NCM 전 제품군 공급 역량을 갖춘 만큼 고객사별 니즈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하이니켈 제품 출하 확대와 유럽향 물량 회복세를 기반으로 연내 출하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5년 연간 출하량 목표는 전년 대비 30~40% 증가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급형 EV와 ESS 수요 확대로 LFP 양극재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양극재 적재량은 110만5600톤으로 전년 대비 42.6% 증가했으며, 이 중 LFP 양극재는 63만9800톤으로 72.6% 급증해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이는 완성차 업계의 가격 경쟁력 강화와 소재 이원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인한 ESS 수요도 LFP 시장의 주요 성장 요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ESS 설치 규모가 2023년 44GWh에서 2030년 508G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SNE리서치는 ESS 수요가 2035년까지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엘앤에프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일찍이 포착하고 2022년부터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왔다. 2015년부터 축적한 LFP 양극재 기술을 토대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며 파일럿 라인을 구축, 주요 고객사 평가에서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아 본격 사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LFP 사업은 100%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가 전담하며, 3382억 원을 투입해 대구 달성군에 연간 최대 6만 톤 규모의 LFP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고객사 확보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엘앤에프는 올해 5월 국내 대형 배터리사, 7월에는 SK온과 LFP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I 데이터센터 증가와 보급형 전기차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엘앤에프는 조기 양산과 품질 안정화를 통해 수주 기반을 확장할 계획이다.
엘앤에프는 지난 8월 실시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반공모에서 경쟁률 51.89:1을 기록하며 국내 공모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조 원 이상의 청약을 달성했다. 조달된 3000억 원 중 약 2000억 원을 LFP 신사업에 투입해 조기 안정화와 시장 선점에 집중할 예정이다.
류승헌 엘앤에프 전무(CFO)는 “세계 최초 Ni-95% 양산으로 입증된 하이니켈 기술력에 미드니켈과 LFP 양극재를 더해 양극재 전 제품군 리더십을 확보했다”며 “단일 소재 경쟁 시대가 저물고 있는 지금, 엘앤에프의 투트랙 전략이 시장 전환기를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리미엄 EV용 하이니켈 NCM, 중저가 EV용 미드니켈 NCM, 보급형 EV·ESS용 LFP 양극재까지 아우르는 공급 역량으로 고객사에는 원스톱 솔루션을, 시장에는 공급망 안정성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엘앤에프의 투트랙 전략은 단순한 제품 확장을 넘어 사업 구조의 위기 대응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미드니켈부터 하이니켈까지의 NCM 양극재와 LFP 양극재 두 축을 통해 시장 변동과 수요 사이클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전 구간을 아우르는 조달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한 고전압·안정성을 동시에 겨냥한 미드니켈과 LMR 등 차세대 양극재 연구개발도 병행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기술력과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양극재 전 제품군 시대’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업계의 일시적 수요 둔화를 돌파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 축을 마련하고 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