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자사주 증여 후 고가 매각 정황…국세청 세무조사 촉각
의류 브랜드 탑텐, 폴햄, 지오지아 등을 보유한 패션 대기업 신성통상이 편법 증여 및 고가 내부거래 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번 수사는 국회 지적 이후 약 1년여 만에 본격화된 것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신성통상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오너 일가가 자사주를 증여한 직후 가족회사에 고가로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실현한 거래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의혹은 염태순 회장이 2021년 6월 세 딸에게 신성통상 지분 12%(각각 4%)를 증여한 직후 발생했다.

당시 신성통상의 주가는 2645원이었으나, 이후 9월 13일 실적 개선 공시 발표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7배 증가했고, 주가는 4000원대를 돌파했다. 이튿날인 9월 14일, 세 딸은 주식을 각각 100만 주씩 장외에서 주당 4920원에 매각했다. 매수 주체는 염 회장의 장남 염상원이 대표이사로 있는 가족회사 ‘가나안’이었다. 당시 장중 최고가는 4295원이었음에도 거래가는 이를 웃돌았다.
업계는 이를 내부 정보 활용, 고가 양도, 가족회사 간 비정상 거래로 보고 있다. 회계·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구조가 업무상 배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5조 위반(고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신성통상은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자진 상장폐지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5년에는 공개매수가를 4100원으로 상향하며 16.13%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상장폐지 요건(95%) 충족에 근접한 상태다. 매수 주체 역시 가나안과 오너 일가 소유의 이션패션이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및 사익 극대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배당 정책을 10년 넘게 유지한 신성통상이 상장폐지 이후 고배당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도 언급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이익잉여금은 약 3800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면으로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편법 증여·불공정 거래에 대해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혀 향후 정기 세무조사 또는 특별조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신성통상은 이번 경찰 압수수색 및 각종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헬로티 맹운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