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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마켓] 칩 성능의 화룡점정, 패키징과 테스트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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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업의 상장은 곧 산업의 전환점입니다. [상장마켓]은 성장하는 산업 기업들의 상장 도전과 이후 전략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의 로드맵부터 상장 이후 펼쳐지는 변화의 흐름, 그리고 그 속에서 재편되는 산업 생태계까지. ‘상장’이라는 키워드로 산업의 내일을 미리 읽습니다. 


 

반도체 후공정, '일부'가 아닌 '핵심'으로 높아진 위상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AI, 자율주행, 고성능 컴퓨팅(HPC) 중심으로 재편되며 ‘후공정(패키징·테스트)’의 중요성이 급부상했습니다.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패키징 기술, 그리고 품질의 완결을 책임지는 테스트는 생상공정의 일부에서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스닥 시장에는 국내 후공정 산업을 이끄는 숨은 강자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반도체 제조는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뉩니다. 전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와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으로,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와 같은 고난도 공정 기술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밀한 회로를 형성하더라도, 이를 실제 전자기기에서 사용하려면 물리적으로 칩을 보호하고, 외부 회로와 전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 모든 일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후공정입니다.

 

후공정은 이를 패키징하고 테스트해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에서 칩의 전기적 특성, 열 관리, 신뢰성 등이 결정되며, 제품의 품질과 직결됩니다. 특히, AI, 자율주행, 5G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후공정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습니다. 고집적, 고속, 저전력 특성을 요구하는 최신 반도체는 정밀한 패키징과 철저한 테스트 없이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후공정은 크게 패키징과 테스트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패키징은 쉽게 말해 반도체 칩에 몸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극도로 얇고 민감한 반도체 칩을 외부 충격이나 환경에서 보호하고, 동시에 기판·PCB 등 외부 회로와 전기적 연결을 형성해 신호를 전달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때 사용하는 기술에는 와이어 본딩, 플립칩,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징(FOWLP), 2.5D/3D 적층 패키징 등이 있으며, 고성능 칩일수록 열을 잘 식히고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는 고도화한 패키징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떠오른 GPU는 수백 와트의 열을 발생시키며, 고대역폭 메모리(HBM)와의 빠른 연결이 필수입니다. 이 경우 단순한 와이어 본딩 방식으로는 물리적 연결이나 방열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고난도의 2.5D 인터포저 기반 패키징 기술이 요구됩니다. 즉, 후공정은 포장이 아닌 성능 최적화의 핵심 도구가 된 것입니다.

 

후공정의 또 다른 축인 테스트 공정은 생산된 반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 중 하나라도 결함이 있으면 칩은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 공정에서는 전기적 신호를 가해 동작 상태를 시뮬레이션하고, 전압·전류·주파수 반응 등을 측정해 양품과 불량품을 판별합니다. 한 예로, 차량용 반도체나 의료기기용 칩처럼 신뢰성이 중요한 제품은 고온·고습·진동 등 다양한 환경 하에서의 테스트가 필수며, 수율 개선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만약 후공정 기술이 부족하면 칩 설계나 제조 단계에서 아무리 뛰어난 공정을 활용했더라도 실제 제품에서 제 성능을 낼 수 없고, 열화나 신호 지연 등으로 인해 전체 시스템의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 후공정 과정을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스템 온 칩(SoC)처럼 하나의 패키지에 여러 기능을 집적하거나, 시스템 인 패키지(SiP)와 같은 고밀도 패키징 방식을 통해 패키징 자체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술 역시 후공정 영역 안에서 진화하는 개념일 뿐, 후공정의 필요성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결국 후공정은 단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생산 단계가 아닌, 반도체가 진정한 제품으로 기능하게 만드는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첨단 반도체일수록 후공정의 난이도와 중요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며, 이 기술을 선점한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앞설 수 있습니다.

 


'반도체 생태계의 숨은 엔진' 코스닥 후공정 강자들

 

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은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K-반도체 전략'을 통해 후공정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지원하며, 기업은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며, 전력 소비가 많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중요합니다.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 반도체 중심으로 산업이 전환되면서, 후공정 기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와 에이팩트, 패키징 고도화에 앞장서는 네패스와 하나마이크론, 레이저 마킹 장비 등 특화한 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이오테크닉스, 전력 반도체와 배터리 테스트 장비로 입지를 다진 에이프로 등은 각기 다른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후공정 생태계를 뒷받침합니다. 이 외에도 에이티세미콘, 에이디엠코리아 등은 다양한 고객사에 맞춤형 테스트 및 소켓 솔루션을 공급하며 고객 다변화와 시장 확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먼저, 하나마이크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하나마이크론은 패키징 부문에서 입지를 보유한 반도체 후공정 기업으로서 고성능 패키징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3D 적층 패키징 및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최근 하나마이크론은 업황 조정기를 지나 다시 회복의 흐름을 보입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및 시스템 반도체 업황 반등과 함께 고부가가치 패키징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시장 내 입지를 다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2022년 8944억 원의 매출과 103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하나마이크론은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둔화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부터는 분기별 흑자 기조가 회복됐고, 2025년에는 연매출 1조4000억 원, 영업이익 1333억 원, 순이익 445억 원이 예상됩니다. 주요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지표도 점차 개선세를 보이며 반등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하나마이크론은 고성능 반도체에 최적화한 2.5D 패키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실리콘 브릿지 구조를 기반으로 TSV(실리콘 관통 전극)를 대체해 패키징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고속 전송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반도체 패키징 산업은 고성능 연산(HPC), AI 반도체의 확산과 함께 기술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마이크론은 2.5D 패키징을 통해 이러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시장 회복세와 기술 기반의 성장 전략이 맞물리면서, 하나마이크론의 실적과 기업가치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 온 네패스는 미국 등 해외 거점 확대와 함께 고부가가치 패키징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중입니다. FC-BGA, WLP 등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AI 및 전력 반도체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2년 5880억 원의 매출과 94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네패스는 이후 2023년과 2024년에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1095억 원의 대규모 순손실과 -49.65%의 ROE(자기자본이익률)로 재무 지표가 악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4분기부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5년 연간 실적은 매출 5048억 원, 영업이익 152억 원, 순이익 6억 원으로 반등 흐름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네패스의 강점은 단연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기술력입니다.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 대비 성능·전력 효율·공간 활용 측면에서 뛰어난 Fan-Out, PLP, WLP 공정에 특화했으며 HPC, 전장, 모바일 등 고부가 영역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보해 왔습니다. 최근 수년간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선제적으로 고부가 영역을 선점해 왔으나, 이로 인한 감가상각 및 고정비 부담이 단기 수익성에 영향을 줬습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부터 고객 수요 회복과 함께 가동률이 개선될 경우, 수익성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테스나는 모바일 및 차량용 반도체 테스트에 강점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테스트 장비 및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합니다. 차량용 반도체 및 AI 반도체 테스트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고속 테스트 및 고온 환경 테스트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두산테스나가 일시적 조정 국면을 지나 다시 반등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분기 실적에서 부침이 있었지만,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두산테스나는 2022년 2777억 원에서 2023년 3387억 원, 2024년 3731억 원으로 꾸준한 외형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에는 6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각각 24.2%, 17.9%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2025년 연간 실적(E) 추정치 기준 매출은 29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가 예상되지만, 이는 일시적 수요 조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까지는 분기별 실적 부침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2025년 1분기에는 -191억 원의 영업손실과 -16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하강 흐름이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테스나는 여전히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습니다. 모바일 AP, CIS, 전력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르는 테스트 기술력과 장비 인프라를 확보했으며, 주요 고객사로는 국내외 대표 팹리스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두산그룹 편입 이후 안정적인 재무 구조와 투자 여력도 보완됐다.

 

2025년 2분기부터는 적자폭이 축소되며 손익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는 가운데, 하반기부터의 회복 가능성이 기대됩니다.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73.5%, 당좌비율은 57.9%로 재무건전성도 양호한 편입니다. 고부가가치 테스트 솔루션 확대, 고객사 다변화, 첨단 공정 대응 등 중장기 전략이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 시장 내 핵심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후공정 분야는 대만 ASE, 미국 Amkor, 중국 JCET 등의 대형 업체가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도 고부가가치 공정 투자와 글로벌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네패스는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생산 거점을 활용해 글로벌 패키징 수요를 흡수하며, 테스나는 차량용 반도체 테스트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 중입니다.

 

AI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이 본격화함에 따라, 고성능·고밀도 패키징 기술과 정밀 테스트 역량에 대한 수요가 커질 전망입니다. 이에 후공정 기업 또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를 강화하며, 관련 정책과 연계한 국책과제 수행 등도 활발하게 전개 중입니다. 이제 반도체 후공정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닌, 고부가가치 경쟁의 최전선입니다. 그리고 그 전선에는 코스닥 기업들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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