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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재편되는 일자리 생태계’ 빅테크가 구조조정에 바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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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글로벌 테크 기업 CEO들의 발언은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해졌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최근 주주서한에서 "생성형 AI의 활용이 전사적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인력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몇 년 안에 수많은 화이트칼라 직무가 AI로 인해 바뀌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일자리의 진화인가 소멸인가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AI 도입에 따라 미국 전체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역시 “콘텐츠 제작,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사무직군이 AI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모든 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PwC가 발표한 ‘2025 AI 일자리 바로미터’에 따르면, AI에 노출된 직군에서 일자리 수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평균 56%의 임금 프리미엄을 받으며, AI를 다루는 사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한다. 단,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기존 직무가 이러한 전환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구글, 메타, IBM 등은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전통적 백오피스 직무를 정리했으며, 그 자리를 생성형 AI 기반의 업무지원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업무 자동화는 단순 반복 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콘텐츠 요약, 코드 리뷰, 계약서 작성 등 판단이 필요한 작업까지 AI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직군별로 보면, 생성형 AI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는 마케팅 카피라이팅, 텍스트 기반 콘텐츠 기획, 콜센터 상담원 등이다. 대형 미디어 기업들은 챗봇을 활용해 뉴스 초안을 생산하고,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은 챗GPT 기반 상담 시스템으로 인력 구조를 축소 중이다.

 

한 예로, 미국 최대 신문사 중 하나인 개닛(Gannett)는 지난 2024년부터 자사 매체인 USA Today를 포함한 여러 신문 기사 상단에 AI가 생성한 요약 문구를 도입했다. 이 요약은 자동화한 기술로 생성되며, 기사 하단에는 ‘이 기사의 핵심 요점은 AI의 도움으로 작성됐으며, 출판 전에 기자가 검토했다’는 문구가 포함된다.

 

이와 함께 개닛은 타불라(Taboola)와 협력해 ‘DeeperDive’라는 AI 챗봇을 USA Today 및 The Independent 웹사이트에 베타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챗봇은 독자의 질문에 AI가 생성한 응답을 제공하며, 관련 기사 링크와 스폰서 콘텐츠도 함께 제시한다.

 

반면, 현장 판단력이 필요한 제조직군, 고객 맞춤형 기획이 중요한 세일즈, 전략·리스크 분석 등 정량과 정성 모두를 다루는 기획직군은 당분간 AI의 전면 대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들 역시 AI 도구를 잘 쓰는 인력으로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AI가 못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기업 내 인재상에 반영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빙산의 일각이다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직군 중 하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다. 그러나 실제 산업계에서는 그보다 더 실용적인 직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AI QA’,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에 적합하게 정제하는 ‘데이터 큐레이터’, 모델 편향을 감시하는 ‘AI 윤리 감시관’ 등이 있다. 특히 MLOps는 AI 개발-운영-유지보수를 통합 관리하는 조직체계로 빠르게 부상 중이다.

 

LG CNS의 경우 2025년 말까지 AI 전문 인력을 1000명까지 확보하기 위해 AI 분야 11개 직무에 걸쳐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분야에는 AI 사이언티스트, AI 엔지니어, AI 아키텍처,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AI 분석·설계, AI 인프라 기술 전문가, AI 테크 컨설턴트, AI 서비스 디자인 컨설턴트, 데이터 엔지니어 등이 포함된다 .또한, LG CNS는 AX 역할·역량 체계를 수립해 각 직무별 역할과 요구 역량을 정의하고, 채용 이후에도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신직업군은 대부분 고도화한 기술과 데이터 이해 능력을 요구하기에, 기존 조직 구성원이 단기간에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기업들은 내부 인력의 리스킬링(재교육)과 업스킬링(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교육 투자 대비 이직률 증가라는 이중 부담도 함께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의 AI 역량 강화를 위해 2024년 6월부터 ‘GenAI PowerUser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생성형 AI 활용 수준에 따라 4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기본적인 생성형 AI 활용법부터 직접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고급 과정까지 포함돼 있다. 특히, 디자인 직무를 위한 AI 교육도 함께 운영돼 AI 기반 이미지 제작, 편집, UX 디자인 활용법 등 실습 중심의 심화 과정이 포함된다.

 

AI 확산에 따른 노동 재편은 단지 한 기업의 선택에 머물지 않는다. 산업 전반의 구조와 정책 대응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현재 EU는 AI 규제 법안으로 고위험 AI의 도입을 제한하며, 미국은 일부 주에서 AI 기반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산업별 직무 전환 대응 매뉴얼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실질적 보호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AI 도입에 따른 직무 소멸 위기에 취약하며, 정부 정책이나 기업 지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더불어, AI를 활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현장형 교육 프로그램이 실무와 동떨어진 이론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AI는 인간의 일을 뺏는 존재일지 진화시키는 존재일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답은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시선과 전략으로 AI를 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본질적 변화를 읽어야 한다. 기술은 진보하며,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이 만들어낸 격차를 어떻게 메우느냐는 사회 전체의 선택이다. 기업은 사람을, 사람은 도구를, 정책은 전환을 중심에 둘 때, AI는 위협이 아닌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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