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수출규제에 부합하는 제품 최적화 나설 것 밝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대중국 수출을 전방위로 제한한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다시 중국을 찾았다. 지난 1월에 이어 약 3개월 만의 방중이다. 이번 방문은 미 상무부가 H20 칩의 수출 제한을 강화한 직후 이뤄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 CEO는 17일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초청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런훙빈 CCPIT 회장과 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중국과의 협력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 정부의 규제가 자사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면서도, “규제에 부합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황 CEO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도 만나 중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 부총리는 “중국은 산업 혁신의 최적지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의 활발한 활동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황 CEO는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으며, 미중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방중에서 황 CEO는 중국의 대표 AI 모델 개발사인 딥시크의 량원펑과도 만났다. 그는 중국 고객사들과 새로운 반도체 설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H20 칩은 딥시크가 지난 1월 발표한 AI 모델 학습에 활용된 대표 칩으로, 미 정부가 수출을 통제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H20은 고속 메모리 및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 개발에 적합한 반면, 연산 능력은 최신 고성능 칩보다 다소 낮은 제품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H100의 수출이 제한되자 그 하위 모델로 제작한 칩으로, 미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차선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H20마저 무기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비즈니스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황 CEO는 “AI는 모든 산업 구조를 바꿔놓을 혁신의 시작”이라며, “의료, 금융, 기후 과학, 제조업 등 전 산업에서 AI 기반의 전환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성장 에너지를 갖춘 AI 혁신 허브”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전통의 검정 가죽점퍼 대신 정장 차림으로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미묘한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 대응해 엔비디아가 전략적 균형을 시도하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엔비디아는 미 정부로부터 지난 9일 H20 칩의 수출 시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14일에는 해당 조치가 무기한으로 연장됐다는 통지도 받은 상태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