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기업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 핵심 전문가들을 법이 정한 '전문 인력'으로 지정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선다. 또 대법원이 내년 초까지는 기술 유출 범죄에 적용될 양형 기준을 크게 상향할 것으로 전망돼 기술 유출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2월까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전문 인력을 지정, 관리에 들어가는 등 첨단전략기술 보호가 강화된다고 28일 밝혔다.
이 법은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중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관계 기업으로부터 신청받아 특정인을 전문 인력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근거로 해당 전문 인력과 전략기술 관련 비밀 유출 방지, 해외 동종 업종 이직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기술 보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기업은 또 '전략기술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정부에 해당 전문 인력의 출입국 정보 제공도 신청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전문 인력 지정이 이뤄지면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해외 기술 유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4개 산업 분야에 걸쳐 ▲16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3D 낸드플래시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고에너지 밀도 리튬이차전지 등 17개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지정해 관리 중이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은 "지정 전문 인력 규모는 우선 기업들의 의견을 받아 본 뒤 구체적으로 결정된다"며 "첨단전략기술 부문 인력 관리가 강화됨에 따라 기술 유출이 억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간 기술 유출 범죄에 관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법원의 처벌 수위도 내년부터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산업기술보호법 등에 규정된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조항은 세계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제 처벌 때 적용되는 양형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술 유출 사범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일례로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 유출 처벌은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이지만, 대법원의 현행 양형 기준은 1년∼3년 6월이고, 가중될 때도 1∼4년에 그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8일 기술 유출 범죄 양형 기준을 대폭 정비하기로 의결했다. 양형위는 내년 3월까지 새 양형 기준안을 확정해 의결할 계획이어서 이후 기술 유출 사범은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해외 기술 유출 사범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처벌 대상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행법을 바탕으로 한 대법원 판례는 누군가 기술을 고의로 빼내 해외로 건넸다고 해도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을 검찰이 증거로 입증해야 해서 처벌하기가 까다로웠다고 업계는 지적해왔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