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들어 주가 하락 속에 2천300억원에 가까운 자사주를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사주 매입액은 709억원으로, 매도액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시총 500대 기업의 대표이사 자사주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자사주 매도 금액은 2천270억원으로, 매수액 709억원의 3.2배에 달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직 대표이사 705명 가운데 자사주를 보유한 CEO는 468명(66.4%)으로, 작년 말 444명에서 24명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작년말 43조965억원에서 7월말 36조136억원으로 16.4%(7조829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7.7% 급락한 탓이다.
이 기간 자사주를 매입한 대표이사는 69명(오너 경영인 22명·전문 경영인은 47명)으로, 총 344만3천520주를 매입했다. 이 가운데 오너 경영인은 전체의 89.4%인 307만9천556주를, 전문 경영인은 36만3천964주(10.6%)를 사들였다.
개인별로는 한국비엔씨 오너인 최완규 대표가 3월 중순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사주 166만9천492주를 매입하는 데 200억3400만원을 출연했다. 그 다음으로 김용우 더존비즈온 대표(129억원),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91억6천400만원),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38억200만원),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22억7천300만원),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22억2천100만원) 등이 자사주를 많이 매입한 오너 경영인에 속한다.
전문 경영인 중에서는 진대제 솔루스첨단소재 대표가 15억1천2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11억3천900만원),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10억7천600만원) 등이 10억원 이상씩 출연했다.
이 기간 자사주를 매도한 CEO는 총 13명으로, 이 중 코리아센터의 오너인 김기록 대표가 886억6천200만원어치를 매도해 전체 매도액의 39.1%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대표(392억4천만원), 함영준 오뚜기 대표(384억4천600만원), 최완규 한국비엔씨 대표(275억4천만원) 등 오너 경영인이 자사주를 많이 팔았다. 박상우 엔케이맥스 대표는 65만주를 환매조건부로 주식을 거래 해 59억8천5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 경영인으로는 도형 노터스 대표가 105억7천800만원어치를 팔아 전문 경영인 중 매도액 규모가 가장 컸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CEO들이 여러 이유로 자사주를 매도했지만, 주가 하락 속에 자사주를 대량 매도하는 것은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