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제조 산업에서의 모션 제어 기술은 더 이상 특정 하드웨어나 제어기 브랜드의 선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식, 이를 구현하는 생태계까지 전방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PLC와 PC 중 어떤 제어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질문은 이제 점점 더 본질적인 고민으로 나아가고 있다.
단순한 제어기 간의 성능 비교를 넘어, 공정 전반의 제어 시스템이 얼마나 유연하고 지능적으로 확장 가능한지가 본질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PC 중심의 제어 방식은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교육 환경의 변화: 제어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
최근 대학과 직업 교육 현장의 자동화 교육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래더 다이어그램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기반 제어 실습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Python, C++ 등 범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제어 시뮬레이션 구현 수업이 주를 이룬다.
단지 사용하는 언어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제어 기술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방식 자체가 PC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하드웨어 배선보다 API 연동, 알고리즘 구현,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어 시스템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 범용 개발 도구의 높은 활용성: Visual Studio, Eclipse, PyCharm 등 강력한 개발 환경은 디버깅, 테스트, 배포를 효과적으로 지원한다.
· 프로그래밍 언어의 쉬운 접근성: Python이나 C 계열 언어는 공학 계열 학생들이 이미 친숙하게 사용하는 언어로, 학습 장벽이 낮다.
· 범용 언어의 다양한 활용 기술: PC 기반 실습은 비전 인식,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IT 융합 기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범용 언어 기반의 제어 교육은 향후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로 진출할 기회를 넓혀 주며, 이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실무 역량과도 부합한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제어 엔지니어들은 전통적인 PLC 중심 교육보다 PC 기반 시스템 설계에 더욱 익숙해지고 있다.
PLC에서 PC 기반 제어기로의 전환, 가능할까?
오랜 기간 산업 현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온 PLC는 지금도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으로 여전히 강력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정의 고도화와 장비 로직의 복잡성 증가로 인해 PC 기반 제어기로 전환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개발하는 한 기업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프트모션(PC 기반 제어기)을 도입했다.
·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정을 개선하고자 했으며,
· 기존 PLC는 제어 로직과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분리되어 있어 유지보수가 복잡했고,
· 신규 엔지니어들이 C 계열 언어에 익숙해 빠르게 개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는 로직이 매우 복잡하고, 조건에 따라 동작을 유연하게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PLC의 래더 언어로 수만 줄에 달하는 로직을 구현하고 디버깅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소프트모션은 모듈화된 구조, 우수한 디버깅 기능, 실시간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 복잡한 시퀀스를 훨씬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기업은 약 6개월의 전환 과정을 거쳐 장비 로직을 소프트웨어로 재정의했고, 이후 장비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소프트웨어만으로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환경에서 PLC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향후 AI 연동, 실시간 분석, 유연한 로직 구현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PC 기반 제어기가 더욱 큰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
기술의 확장: 제어기와 IT 기술의 자연스러운 연결
오늘날 산업용 장비 제어는 단순히 장비를 구동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예지보전, 디지털 트윈, 클라우드 모니터링 등 고도화된 요구 사항은 제어기가 다양한 IT(Information Technology) 기술과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최근 한 고객사는 당사 제어기에 구글의 gRPC 기반 통신 프로토콜 적용을 요청했다. 이는 전통적인 PLC 구조로는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소프트모션에서는 약 2개월간의 프로토콜 이해와 코딩만으로 빠르게 구현이 가능했다.
gRPC 도입을 통해 별도의 TCP/IP 프로토콜 정의나 통신 모듈 없이도 상위 시스템과 빠르고 안정적인 양방향 통신이 가능해졌으며, 복잡한 커스터마이징 없이 유연한 데이터 수집 및 명령 제어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AI 기반 공정 최적화, 고속 비전 분석, 클라우드 기반 원격 모니터링 등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는 제어기를 통한 자유로운 데이터 처리가 가능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
PLC는 설계상 정해진 기능 중심으로 하드웨어를 구성하고, 공정 시퀀스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IT 융합 기술과의 연결에는 구조적·기능적 제약이 크다.
고도화된 산업 제어는 디지털 트윈,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통해 장비 성능 검증, 공정 개선, 수율 향상이라는 고부가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장비 제조사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엔드 유저에게도 실질적인 운영 경쟁력을 제공한다.
마치며
PLC는 플랜트나 프로세스 공정처럼 비교적 단순하지만 안정성이 절대적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 생산 현장, 그리고 기술 생태계 전반에서 PC 중심 제어 기술로의 전환은 근본적인 변화의 흐름이다.
이제 ‘무엇으로 제어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도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더 유연하고 지능적인 제어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PC 기반 제어기, 클라우드 인프라, AI 연동 기술은 이러한 새로운 기준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
미래의 산업 제어 기술은 하드웨어에 갇히지 않는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구조를 재정의하고, 사람과 기술,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PC 중심의 유연한 제어 플랫폼이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허지광 CTO
• 15년 이상의 소프트 모션개발 및 필드 적용 전문가
• WMX 엔진 핵심 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