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다양한 규제의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외부의 수요를 받아들이고 있다. 바로 외국인 투자자들, 그중에서도 중국인들의 서울 부동산 매수 행렬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국 금융기관에서 LTV 100% 대출을 받고 자유롭게 한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금을 조달해 국내 규제를 우회하면서 서울 도심에 부동산을 적극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1일부터 24일까지 외국인 135명이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 주택 등)을 매수해 소유권 이전을 신청했다. 이는 전월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었지만, 서울의 전체 집합건물 거래량이 절반 이상 급감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수세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주목할 점은 중국인의 매수 비중이 48%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전월 대비 3%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며, 이는 중국인 개인 또는 법인이 서울의 주요 자산에 장기 투자하거나 단기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서울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이 단순한 고급 자산 투자자가 아닌 향후 임대 수익까지 고려한 전략적 매수자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울의 실수요자들은 왜 숨이 막히는가?
이러한 외국인의 유입은 규제의 틈새에서 기회를 찾은 결과다. 내국인의 경우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강력하게 적용되었고, 자금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국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은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국내에 매수하며, 실거주 요건,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다양한 제도의 영향도 제한적으로 받는다. 내국인은 담보대출조차 어려워졌지만 외국인은 자국 은행을 이용한 자유로운 자금 유입을 통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내국인의 주거 접근성은 더 악화되고, 자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러한 제도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회에는 외국인의 주택 매수를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실거주 요건을 부과하고, 외국인의 일정 규모 이상 거래에는 사전 허가제를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외국인의 토지 취득 제한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는 단지 규제 강화를 넘어서 시장 내 공정성과 형평성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다.
국내의 이러한 논의는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선행된 사례들이 있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외국인의 주택 신규 매입을 전면 금지했고 이는 주요 도시의 가격 급등과 내국인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부동산 취득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현재 최대 60%까지 부과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역시 2018년부터 대부분의 외국인에게 기존 주택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외국 자본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보호주의가 아닌 ‘균형 있는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외국인의 서울 매수는 단기적으로는 자산 가치의 재평가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국인의 주거권을 위협하고,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규제의 균형을 찾는 일은 단지 정부의 책임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공감해야 할 과제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자산 거래의 장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산을 확보해가는 과정에서, 서울이 ‘투자의 대상’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규제 체계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실수요자인 내국인이 정당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회복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부동산 시장을 ‘투자의 장’이 아닌, ‘삶의 기반’으로 다시 바라볼 때이다. 외국인 자본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내국인과의 규제 환경은 공정하게 맞춰져야 하며, 실수요자가 밀려나는 시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서울을 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를 다시 되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