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자동차, 사물인터넷(IoT)·가전, 기계·로봇, 방산 등의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들과 함께 개별 제품에 맞춤형 인공지능(AI)이 탑재되는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란 스마트폰 등의 제품에 탑재돼 클라우드와 서버 연결 없이도 자체적으로 AI 추론 연산이 가능한 저지연·저전력 반도체를 말한다. 스마트폰의 AI 번역이나 웨어러블 건강 측정 AI가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AI 반도체 협업 포럼’을 열고 국내 AI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과 업종별 반도체 수요 기업 간 기술 교류 및 비즈니스 협력을 독려했다.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모듈, AI 모델 등을 풀스택으로 개발·실증하는 사업이다.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대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수요 기업이 사업 기획에 직접 참여했다.
수요 기업들은 국내 팹리스, SW 기업들과 드림팀을 구성해 수요 맞춤형 AI 반도체와 SW를 개발·실증한다. 나아가 탑재와 양산까지를 목표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풀스택 개발 전 과정에 협력할 계획이다. 이날 팹리스들은 개발 중인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데모 시연을 통해 기술력을 홍보했다. LG전자·현대자동차 등 수요 기업들은 산업부와 ‘프로젝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서 산업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선 지원할 4대 업종(자동차, 사물인터넷·가전, 기계·로봇, 방산 분야)을 선정했다. 이후 193건의 기획 수요를 신청받았고, 산학연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4대 업종 6개 세부 개발 과제안을 기획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통신이 불안정한 터널이나 재난 상황 등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된 환경에서도 자체적으로 실시간 학습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며 자율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가족 구성원별로 음성·행동 패턴 등을 스스로 학습·인지한 뒤 가전의 볼륨, 조도, 습도를 조절하는 IoT·가전이나 사용자의 습관과 감정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계·로봇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전시에 무인기가 통신 연결 없이도 자체 판단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공중 무인플랫폼(드론·무인기)용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설루션도 개발한다.
정부가 이처럼 피지컬 AI 시대를 염두에 두고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수요 제품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크게 바뀌어왔기 때문이다. 과거 PC, 모바일 시대를 거쳐 현재는 ‘챗GPT’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 AI 시대까지 이르렀지만, 향후 개별 제품별로 맞춤형 AI가 탑재되는 ‘피지컬 AI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I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AI 반도체 수요도 기존 범용·고성능에서 수요 맞춤형·최적화로 전환되는 추세다. 산업부는 “산업 전 영역에서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한 맞춤형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시장에는 현재 지배적인 강자가 없어서 글로벌 AI 판도를 역전시킬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PC 시대의 인텔, 모바일 시대의 애플, 생성형 AI 시대의 엔비디아에 이어 피지컬 AI 시대로 전환되는 변곡점에서 시장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며 “정부는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피지컬 AI 시대’를 이끌 주인공들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