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화학무기가 도심에 살포된 이후 확산과 잔류 위험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모델이 개발됐다. 해당 모델을 적용한 분석 결과, 일부 맹독성 화학작용제는 살포 직후뿐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인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면에 가라앉은 화학작용제 액적이 증발하면서 2차 노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최성득 교수 연구팀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살포된 액상 화학작용제의 이동과 잔류 특성을 분석하는 예측 모델 ‘DREAM-CWA’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DREAM-CWA는 화학작용제가 공기 중 기체로만 확산된다는 기존 예측 모델과 달리, 액적 형태로 지표면에 잔류할 수 있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액적이 가라앉는 표면을 토양,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도심 환경 요소로 구분해 분석함으로써 시뮬레이션 정확도를 높였다. 표면 특성에 따라 액적에서 증발해 대기로 재유입되는 독성 물질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상온에서 끈적한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맹독성을 지닌 지속성 화학작용제가 살포된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살포 30분 후 지표면에 남은 액적이 증발하면서 대기 중 독성 가스 농도가 최대 32배까지 증가했으며, 대기로 재배출되는 화학작용제의 양도 초기 대비 1.5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DREAM-CWA로 산출된 결과를 3차원 전산유체역학(CFD) 시뮬레이션에 연계하면, 사람이 호흡하는 높이에 가까운 지상 2m 지점에서의 국소적 독성 가스 농도까지 예측할 수 있다. 바닥에 남은 액체 방울에서 방출되는 독성 물질의 양을 DREAM-CWA가 계산하고, CFD 모델이 이 가스가 건물 사이 복잡한 기류를 따라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최성득 교수는 “화학무기가 살포된 이후 공기, 액적, 토양, 아스팔트, 콘크리트, 도심 하천 등을 거치는 전 과정을 분석하는 다매체 환경모델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이번 모델 개발로 기존에 개발한 NBC_RAMS를 고도화할 수 있게 됐으며, 미기상 환경에서 다양한 액상 화학무기의 확산 경로와 인체 노출량, 잔류 시간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우리 군의 화학전 및 테러 대응 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핵심기술 과제인 ‘화생방 무기체계의 한국적 운용개념 설정을 위한 화학작용제 오염특성 분석’의 지원을 받아 위탁연구로 수행됐다. 공동 연구진으로는 부경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김재진 교수가 전산유체역학 모델링을 담당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12월 5일 자로 게재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