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일 센서로 원전 139개 지점 지진 응답 추정...점검 효율 혁신
원자력 발전소의 보조 건물에 몰려 있는 배전반, 비상발전기 같은 전기 설비는 진동에 취약하다. 실제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콘크리트 건물은 큰 피해가 없었지만 전기 설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를 일일이 점검하지 않고도 보수가 필요한 설비를 신속히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이영주 교수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측정본부 비파괴측정그룹 이재범 박사팀은 원자력발전소 보조건물 내 139개 세부 지점의 진동 현황을 추정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개발된 인공지능 모델은 단일 센서가 실측한 지진 데이터를 입력받아 건물 내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0.07초 안에 산출한다. 가속도 응답은 지진파가 지나갈 때 설비가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를 분석하면 우선 점검이 필요한 설비 구역을 파악할 수 있다. 139개 지점의 가속도 응답을 실제로 측정하려면 수백 대의 센서가 필요하지만, 인공지능이 가상 센서 역할을 해 설치 비용과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모델을 여섯 개 단계 블록으로 설계해 지진파 속 느린 흔들림부터 빠른 떨림까지 다양한 진동 패턴을 학습하도록 했다. 이로써 보조건물 전체의 큰 움직임뿐 아니라 특정 설비 주변에서 증폭되는 진동까지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성능 검증 결과, 잡음이 없는 조건에서는 예측 오차가 0.44~0.59%에 불과했고, 잡음을 인위적으로 섞은 10dB 환경에서도 약 4% 수준의 낮은 오차를 유지했다. 또한 실제 지진 기록(NGA-West 2)을 활용해 시험한 결과, 한국과 미국 원자력발전소 설계 안전 기준인 강진 조건에서도 신뢰할 만한 추정치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원전 점검으로 인한 가동 중단 시간과 센서 유지·보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특히 방사선 통제구역에서는 센서 설치와 유지보수가 제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제1저자인 이진구 연구원은 이번 성과로 제28회 원자로 구조역학 국제학회(SMiRT)의 젊은 연구자상(Shitaba Award) 부문에서 입선했다. SMiRT는 원자로 구조 및 내진 분야의 권위 있는 학회로, 올해 학회는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다.
연구 결과는 토목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컴퓨터 에이디드 시빌 앤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Computer-Aided Civil and Infrastructure Engineering)’ 11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