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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IT6] 스마트폰과 UI…애플.구글.MS발 유정 인터페이스 '대전'

  • 등록 2013.07.30 15: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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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UI
애플·구글·MS발 유저인터페이스 ‘대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
기계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어떤 식으로 제작된 기계인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지, 어떤 결과를 낳기 위해 기계를 사용할 지를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TV를 사용해도, 라디오를 사용해도, 단 한 번도 우리는 설명서 없이 기계를 쉽사리 작동시키지 못한다. 오직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육면체 모양의 덩어리 어딘가에 붙어있는 전원 버튼을 찾는 것이다. 이마저도 할 수 없다면 ‘기계치’라는 별명도 감수해야 한다.

황재훈 객원기자


‌기계 향한 인간의 대반란?

왓슨의 증기기관차는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산업혁명을 촉발시켰고 ‘기계’ 문명을 만들어내면서 인간은 ‘속도’와 ‘힘’을 정복했다. 특히 생물의 운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노동력’이 자원(資原)의 사용으로 대체됐다는 점에서 기계의 탄생과 발전은 인간 사고를 급속도로 개발시킨 계기가 됐다.
안타까운 점은 21세기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기계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도구로 자리매김되기 시작했다는 것.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속담처럼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해주는 말은 찾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다. 기계를 활용하기 위해 기계의 사용법을 먼저 배우지 않으면 속도와 힘을 맛보게 해주는 기계의 잇점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 또 이 같은 사실과 환경이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키고야 말았다.
여기에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발상의 전환을, 혁신을 시작했다. 애플을 대변하는 말 ‘혁신’은 기계를 인간에 종속시키는 변화, 인간의 활동, 또는 동작을 근거로 새로운 개념의 기계를 탄생시켰다. 바로 아이폰. 스마트폰 대량 보급의 시작이었다.




아이폰의 등장

아이폰은 등장과 함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애플 마니아를 양산해낸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의 영역들을 아이폰으로 흡수시키는 놀라운 역할을 수행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여러 성공요인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 이른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또는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이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흔히 일반 사용자들이 컴퓨터 시스템 또는 프로그램에서 데이터 입력이나 동작을 제어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명령어 또는 기법을 말한다. 사용자가 컴퓨터나 프로그램과 의사소통을 하고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사용법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책 표지 제목이 눈에 가장 잘 띠고, 글의 첫 번째 단락 첫 번째 단어에 가장 인간의 눈이 먼저가면서도 기억이 오래 남는 것처럼 사람의 동작을 분석해 구조적으로 가장 편리한 기계 사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유저 인터페이스의 본질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통해 실현한 유저 인터페이스의 핵심은 편리함과 단순함에 있다. 잡스가 해석한 편리함과 단순함의 핵심은 바로 이용자 경험에 있었다. 사용자가 기계를 사용할 때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는가. 아이폰 전원 버튼이 기계의 우상단 면에 배치되고, 볼륨 조작기능을 우측 옆면에, 홈버튼이 안드로이드 기계와 달리 1개만 있으면 되는 이유 하나하나가 모두 이용자가 기계를 사용하면서 가장 손이 많이, 쉽게 가는 위치에 배열한 것이다.
특히 터치스크린 방식의 조작, 입력 방식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 홈버튼 하나만을 기계 전면 패널에 남겨둔 것은 충격적인 변화였다. PC를 이용할 때 마우스와 키보트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인간’들은 홈버튼 하나만으로 모든 기계 동작을 잠시 중단 시키거나 완전히 단절 시킬 수 있다는 개념은 자동차에서 자동변속기가 등장한 것만큼이나 효율적인 변화로 평가받았다.
이 단순한 변화로 아이폰은, 또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디자인이 지적재산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소송을 통해 입증했고,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아직까지도 극복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장벽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했다. 스티브 잡스는 너무나도 단순해지고 편리해져서 입안의 혀처럼 착착 감기는 아이폰에 외형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일반 기계가 아니라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한 그 무엇. 어디에 들고 가도 사용자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주는 것만 같은 그래픽 디자인. 바로 스큐어몰피즘(Skeuomorphism)이었다.
그리스어로 스큐어스(Skeuos)는 용기, 도구, ‘morphe’는 형태를 뜻한다. ‘어떤 도구의 형태, 형식’이라는 뜻으로 ‘스큐어모피즘’을 의역해 보면 ‘원래 도구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가는 양식’ 정도의 뜻이다. 스큐어몰피즘이 도입된 예를 들면 아날로그 느낌이 나도록 화면이 제작된 아이북(iBook)과 같은 디자인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 스큐어몰피즘을 도입한 애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 작동 화면으로 우아한 그 무엇의 분위기가 아이폰의 대명사로 자리잡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아이폰 내에 팟캐스트 라는 녹음된 파일을 재생하는 어플리케이션 UI의 구성은 릴테이프레코드의 모양새를 그대로 따라했다. 재생, 정지, 빨리감기, 되감기 등의 동작을 실제 릴테이프 레코더의 버튼를 터치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명서 디지털 기기를 마치 현실세계에서 동작하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이 스큐어몰피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아이폰 유저 인터페이스 제작 방향은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공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있다.

Portray real substances accurately. Icons that represent real objects should also look as though they are made of real materials and have real mass. Realistic icons accurately replicate the characteristics of substances such as fabric, glass, paper, and metal, and convey an object’s weight and feel.

해석하자면 첫 문장 자체가 ‘실제 사물처럼 정확하게 묘사하라’이다. 실제 사물처럼 보이는 아이콘은 실제의 재질로 만들어지고 부피가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아이폰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들에게 스큐어몰피즘의 위력을 극명하게 발휘한다. 디지털 세계에서 동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작동 방식이 현실세계를 그대로 대환한 어떤 것이라면 사람들은 애플리케이션 작동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봤던 아이북의 서재와 팟캐스트의 작동 화면이 대표적인 예이다.

‌혁신의 아이폰…앞으로도?

엄청난 위용을 발휘하던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도 수명은 있다. 기존의 어떤 것을 고집하기만 하면 그 것이 아무리 좋더라도 더 이상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아이폰을 아이폰답게, 스마트폰을 스마트폰답게 만들어 주던 스큐어몰피즘도 이용자들이 지적하는 한계와 비난의 포화 속에 서서히 숨을 죽여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아이폰 유저 인터페이스가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블랙베리의 최고경영자(CEO) 토스텐 헤인스는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좋지만 이미 5년이나 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인스와 이 같은 주장은 사실 아이폰식 유저 인터페이스 대신 키보드와 결합된 스마트폰 제조사인 블랙베리사의 CEO가 언급했다는 점에 ‘무작위 공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감히’ 아무도 지적하지 못했던 아이폰의 혁신적인 유저 인터페이스가 더 이상 혁신의 대표주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분위기를 그대로 감지할 수 있다.
애플도 이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그렇지 않아도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이 지속될 것인가 사용자들과 경쟁사, 애널리스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마당이다. 이미 애플은 지난해 11월께 스티브 잡스와 손발을 맞추던 스캇 포스탈이 사임하기도 했다. 스캇 포스털은 운영체제는 물론 디자인에 있어서 막강한 실력을 과시하며 스큐어몰피즘 도입에 앞장 서왔던 인물이다.
스캇 포스털이 사임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가 혁신적이지 않다는 내외부의 거센 반발과 비난의 격랑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은 지난 6월 iOS7을 발표하며 스큐어몰피즘을 간단하게 제거해버렸다. 대신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기능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를 내세운 ‘플랫 디자인’으로 아이콘을 비롯한 모든 디자인을 바꾸어 놓었다.
플랫 디자인은 매우 간단하다. 아이콘과 애플 실행화면에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모두 제거한 것이다. 그야말로 기능 중심이다. 현실세계에 있는 듯한 재질과 부피를 지향한 것이 스큐어몰피즘이라면 플랫 디자인은 군더더기가 없다. 말그대로 기능 플랫(flat), 평면으로 바뀐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과 설명으로 스큐어몰피즘이 사용했던 현실세계의 대체 효과 및 연상효과를 간단하게 무시해 버린다.
결국 스마트폰 유저인터페이스의 대결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스큐어몰피즘이 가지고 있었던 충격적인 확산 효과가 현재에 이르러 몰락해가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몰락해가는 애플 진영의 스큐어몰피즘의 대항마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MS)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애플마저 iOS7에서 도입한 플랫 디자인의 효시격이 바로 MS의 운영체지인 윈도8 이다.

‌메타포에서 메트로로…기능의 선택

윈도8의 플랫 디자인은 ‘메트로 유저인터페이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선 없이 면을 자른 것 만으로 보여주는 컬러 사각형, 애플리케이션이나 소프트웨어 화면조차 이름 없이 면에 그려진 직관적인 소형 그림. 글씨체도 크고 시원한, 성의 없어 보이는 화면이지만 너무나도 사용하기 편리하고 교육이 필요 없는 인터페이스다.
반면 애플을 대변하는 스큐어몰피즘은 메타포(비유) 유저인터페이스다. 앞서 예로 들었던 아이북스나 팟캐스트가 실물에서 가져온 비유를 그대로 유저인터페이스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대결이 애플 대 반(反) 애플의 전쟁이었고, 그 전쟁을 촉발시킨 것이 유저인터페이스의 혁신이었다면, 2013년 유저 인터페이스의 세계는 다시 MS의 ‘전국 제패’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인터페이스 혁신의 자리를 MS로 넘겨주고 말았다고 이해하면 너무나 과장된 해석일까.







어쨌거나 플랫 디자인, 즉 메트로 유저인터페이스는 당분간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모바일 IT 기기를 대변하는 디자인으로 중심이 돼가고 있다. 애플 역시 이 같은 흐름에 적극 동참해 나온 것이 바로 iOS7인 것처럼 말이다.
애플이 지난 6월 개최한 2013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 발표에서 여러 두드러진 특징이 새로운 혁신으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iOS 디자인의 변경과 기능의 추가이다.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꼽히는 와치(시계)와 TV 등에 기능성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애플이 차기 혁신 분야로 예상되는 아이와치(iWatch), 아이티브이(iTV) 등을 준비하는 데 있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진 스티브 잡스 방식의 혁신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혁신이 나타날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애플 WWDC 2013 주요 발표 내용은 ▲주요 OS 업그레이드와 맥 프로, 맥북 에어 등 하드웨어 업데이트 ▲스마트폰과 패드에 적용되는 iOS와 개인 컴퓨터 용 OS X 업데이트 ▲디자인을 변경한 맥 프로 출시와 작년 출시된 맥북 에어 CPU 교체 출시 등이었다.
결국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서비스 영역과 함께 유저인터페이스 영역에서도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고, 그 길의 이름은 바로 ‘메트로 유저인터페이스’, 바로 ‘플랫디자인’이다. 즉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 애플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기능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애플 진영과 달리 구글의 안드로이드 유저인터페이스는 애플 따라하기와 신기술, 신기계 개발의 산실(産室)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개방돼있는 운영체제 소스의 막강한 파급력에 기대서 나오는 신기술의 발전 속도의 기계가 발전하는 속도를 무색할 정도로 빠른 느낌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 진영이 스마트폰에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은 애플 따라하기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수준이었다. 어느 기계를 봐도 아이폰과 흡사한 디자인, 눌러야 할 것이 많은 버튼, 홈버튼과 메뉴, 뒤로가기 터치 센서. 그러나 아이폰은 모든 기능의 편리함을 홈버튼 1개만으로 압축시켜놓았고, 안드로이드 유저인터페이스의 위대함을 강조해주는 접점에 지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안드로이드는 거대 제조사와 머리를 맞대고 대놓고 애플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가장 큰 무기는 유연성. 애플이 뛰어나다 판단하는 순간 애플의 스큐어몰피즘 도입을 망설이지 않았고, 플랫디자인이 등장하는 순간 구글의 플레이소토어는 바로 플랫 디자인 형식으로 바뀌어 버렸다. 안드로이드 OS 소유자인 구글뿐 아니다.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노키아, HTC, LG전자 할 것 없이 누구도 가리지 않고 안드로이드의 철학에 집중해가고 있다. 기술과 기능, 성능과 신기계로의 확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유저인터페이스는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 애플의 유저인터페이스보다 훨씬 큰 그림이다. 애플이 개인 사용자들 한명 한명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하고 있을 때, 구글 진영은 구글 와치, 구글 글래스와 같은 인간에 몸에 부착하는 새로운 기계의 전형(前形)을 먼저 보여주고 있다.
좀더 과장해 이해하고, 구글을 띄워준다면 애플의 방식이 인터페이스의 혁신, 이용의 편리함을 추구한다면, 구글의 방식은 휴먼 인터페이스, 즉 사람에 최적화된 스마트기기(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유저인터페이스는 인문학적으로, 또 기술의 흐름에 따라 애플과 MS, 구글 진영의 복잡한 삼국지 양상을 띄고 있다. 위촉오 세 나라가 각 시기별로 혜성같이 등장한 뛰어난 재사(才士)와 명장(名將)에 의해 전쟁의 흐름과 양상이 바뀐 것과 비슷하다. 다만 삼국지 각국의 목표가 중국의 통일이었다면 유저인터페이스 전쟁은 스마트폰 대량 판매가 목적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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