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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nsight] 통신 요금제의 거짓말…'보조금'이 부메랑돼 고객 친다

  • 등록 2012.11.29 17: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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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요금제의 거짓말
평균 100여 개 요금제…‘부메랑 보조금’이 고객 친다



2012년 통신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사건이라면, ‘갤럭시S3 17만원 대란’을 주저없이 꼽을 수 있겠다. 치열한 LTE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3사가 지난 9월말 1명의 가입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100만 원에 가까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부으며 전쟁을 벌인 이후, 통신 요금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조사에 돌입한 것은 물론, 정치권도 보조금과 통신 요금제 전반을 손질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며 나섰다.
지난 9월 이동통신 업계를 긴장시킨 이 사건은 국내 통신시장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갤럭시S3의 출고가(공장도가격)는 99만4000원으로, 시장에 풀린 지 2개월 만에 무려 82만원이나 적은 가격에 판매되니, 제 값을 주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운좋게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한 소비자 역시 속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9월 보조금대란 직후인 10월 한 달간 휴대폰 번호이동자수는 68만47건으로, 지난9월 119만9636건보다 43.3% 감소했다.
투명하지 못한 통신 요금의 거짓말은 결국 시장 위축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통신사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요금제가 복잡해질수록 꼼꼼히 요금제를 살피는 스마트한 통신 소비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실타래처럼 엉킨 통신 요금제를 바르게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해가야 할 시점이다.

통신요금의 기본구조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의 경우 전체 105개의 요금제를 갖추고 있으며, KT, LG유플러스 역시 100여 개에 가까운 요금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필자 앞으로 날아온 지난달 통신 요금 고지서를 살펴보니, 항목만 10개가 넘는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요금제의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다. 이통사들의 요금은 기본적으로 ‘단말기 가격+네트워크 이용료’로 구성된다. 여기에 기본료와 유심비, 콘텐츠 사용료, 가입비 등이 부차적으로 결합된다.
휴대폰 시장 초기인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소비자는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입하며 20만 원에서 30만 원에 이르는 단말기 대금을 지급하고 정해진 월 통신요금을 내는 이용 행태가 일반적이었다.
휴대전화 가격이 20만 원이라고 하면, 이용자는 일시불로 단말기를 구입한 뒤, 통신 요금은 월기본료 1만 원에 통화 시간과 문자 메시지 건수 등 네트워크 사용 요금을 내는 구조다. 소비자가 내는 통신 요금에 대한 사용처별 구분이 비교적 명확했다.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내가 무슨 근거로 요금을 내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은 덜했다.
이통사는 기술이 발전하며 휴대폰 가격이 상승하고,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더 쉽게 가입자들을 모을 방법으로 ‘단말기 할부’와 ‘약정제도’를 도입한다. 국내 시장의 경우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가 지난 2000년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다.
이는 소비자가 2년 동안 자사에 통신 요금을 내겠다고 약속(약정)을 하면 60만 원에서 100만 원에 이르는 단말기 가격을 2년 할부로 받고, 통신 요금도 할인해 주겠다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통신 요금은 ‘네트워크 사용료+단말기 가격-약정에 따른 요금 할인’ 3단계의 기본 구조를 갖추게 된다.
예를 들어, 할부 원금 72만 원의 갤럭시S3를 6만2000원 요금제에 2년 약정을 계약할 경우, 월별 요금은 네트워크 사용료 6만2000원에 월 단말기 할부금 3만원에 더한 후 월 요금할인 1만6000원을 뺀 7만6000원을 내게 된다.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가 많을수록 판매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요소를 뭉뚱그려 ‘공짜폰’이라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10만원 요금제를 2년 약정할 경우 요금 할인액은 3만원인데, 이를 기계값으로 공제해 10만원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공짜폰’이라고 홍보하는 식이다.

통신시장 혼란의 주범 ‘보조금’
이처럼 세 요소만 제대로 파악해도, 통신 요금제에 속을 일은 크게 없어 보인다. 네트워크 사용료, 단말기 가격, 약정 요금 할인은 모두 통신사가 제공하는 상품의 가치와 관련된 요금이다. 통신 요금 고지서에도 투명하게 표시되는 항목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상품 가치와는 관계없이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통신 매장에 대한 판매 장려금, 또는 인센티브 등의 형태로 ‘보조금’을 사용한다.
마케팅 비용은 광고, 이벤트 등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지만, 유독 통신시장에서는 보조금이 요금에 반영되며, 예측하기 어려운 주식시장과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통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로부터 '출고가'에 할인 가격을 붙여 스마트폰을 사온다. 예를 들어 갤럭시S3의 출고가는 99만4000원이지만, 구입 수량 등에 따라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통사들은 이렇게 공급받은 제품을 자사네트워크에 대한 사용 요금과 결합해 상품 형태로 시장에 판매한다.
특히 보조금을 부채질하는 요소는 이통사들의 유통망 구조다. 휴대전화 시장은 크게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직접 자사 제품을 공급하고 직원들이 판매하는 '대리점'과, 자영업자들이 다양한 이동통신사로부터 제품을 들여와 판매를 담당하는 '판매점'으로 나뉜다.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판매점 시장은 이통 3사의 제품을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이통사들은 판매점에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며 자사 제품이 더 많이 판매되도록 경쟁한다.
때로는 제조사들도 전략제품이 있을 경우 시장 확산을 위해 이통사와 유사한 성격의 보조금을 투입하기도 한다.
이때 보조금은 상품 가치를 반영하는 요금이 아닌,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마케팅 비용이자 ‘리베이트’ 성격이다. 각 판매점들은 이통사들로부터 받아야할 리베이트에서 이윤을 조정해 소비자에게 휴대폰 가격과 결합한 통신요금으로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이 과정에서 판매점들이 이통사에게 리베이트로 받을 금액을 포기하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이 되는 셈이다. 이는 주로 매장 임대료와 유지비용 등이 적은 온라인 판매점들이 이통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의 최소한을 이윤으로 가져가며 최저가가 가능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트 통신 소비, 투명한 요금정책 필요
복잡한 방법으로 결정된 통신 요금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혼돈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신의 사용 패턴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신이 사용패턴을 고려해 음성, 데이터, 문자량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3G 3만4000원, 4만4000원, 5만4000원 요금제 또는 LTE 4만2000원, 5만2000원, 6만2000원 요금제 등을 선택하는 게 기본이다.
이후 단말기를 선택한다면, 휴대폰 매장에 가서는 ‘할부 원금’이 얼마인지를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정 헷갈린다면, ‘모든 요금 할인을 제외하고 월별로 내는 순수 기계값’이 얼마인지를 반드시 확인하자.
아직도 강남과 종로, 용산 일대의 휴대폰 매장 밀집 지역에는 여전히 '공짜폰' 광고가 즐비하다. 이 말만 믿었다가는 기계값에 더해 2년 동안 약정을 더해 월 요금이 10만원이 넘어가고, 최고로 모시겠다던 고객은 알고보면 ‘호객’이 되기 십상이다. 스마트폰을 사는 일이 마치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머리를 싸매고 요금 구조를 공부해야 하고, 타이밍 싸움을 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보조금을 비롯한 통신 요금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서는 네트워크 사용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분리하고, 보조금을 단말기 가격의 몇% 이내로 제한하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각 후보들도 통신 요금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에게 더 투명하고 쉬운 요금제를 제시하는 방향을 담지 못한다면, 통신시장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죽선 객원기자 (dolfg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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