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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에너지 시장 뒤흔드나?] 에너지 믹스 정책 다원화해야

  • 등록 2013.01.02 09: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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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셰일가스에 주목하다
에너지 믹스 정책 다원화해야

셰일가스는 향후 저탄소 사회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서 부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 성장 및 고용창출의 산업적 기반으로서 활용되고 있어 국내 에너지 정책 및 산업정책에 주는 시사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세계 주요국의 셰일가스 개발 동향과 셰일가스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김혜숙 기자 (eltred@hellot.net)


각국의 개발 동향
(1) 미국
미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힘입어 2009년부터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천연가스 수입량은 2007년 이후 감소 추세를 나타내 수입 의존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 수입량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의 PNG 규모는 같은 기간 1,071억m3에서 879억m3으로 크게 감소했다. 또한 중남미 및 중동 등지의 국가들에서 수입하고 있는 LNG 물량도 2007년에 최고조에 이른 후 점차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확대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굴이라는 측면을 넘어 석유화학 부문을 포함한 제조업의 발전과 고용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셰일가스의 개발 및 생산이 보다 저렴해진 석유화학원료와 에너지 비용이라는 경쟁 우위 요인을 통해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및 철강 제품 등 제조업 부문에 대한 수요를 추가적으로 창출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1).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 및 생산에 선도적일 수 있었던 배경은 기술혁신을 위한 정부의 지원, 잘 갖추어진 인프라, 자원개발에 용이한 제도적 요인 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20년까지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셰일가스 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며, 앞으로 셰일가스 산업을 핵심적인 미래에너지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2) 캐나다
캐나는 셰일가스 자원량이 비교적 풍부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함께 셰일가스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국가다. 셰일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지역은 주로 앨버타 주,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 퀘벡 주 등이다. 특히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몬트니와 혼 리버, 앨버타주의 콜로라도, 퀘벡 주의 유티카(Utica)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용수가 부족하고 가스관, 저장탱크 등 인프라와 전문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2).
캐나다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 서부 키티마트(Kitimat) 지역에 LNG 수출을 위한 터미널을 건설하고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캐나다가 천연가스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미국에 수출해 왔으나,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증가 및 가격인하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중국
세계 최대 셰일가스 보유국인 중국은 에너지 수요 및 온실가스 배출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빠른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급증해 2009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 되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이 1차 에너지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3). 중국은 향후 에너지 믹스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0년 4% 수준에서 2020년까지 10%로 늘려 석탄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4).
이에 따라 중국 국토자원부는 지난 3월 ‘전국 셰일가스 잠재력 조사 평가 및 유망지 선정’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셰일가스 매장량을 조사하고 향후 탐사 및 개발 전망을 제시하였다(5). 또한 중국 에너지관리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12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생산 목표와 주요 정책과제를 제시하였으며, 향후 13차 5개년 계획 기간에는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6).
이 계획은 2015년에 65억㎥ 규모의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7).
그러나 중국은 전반적으로 지질 구조가 복잡하고,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을 위한 기술이나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가 미흡한 데다 탐사작업에 필요한 용수가 부족하여 향후 셰일가스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셰일가스 매장층은 주로 지하 4~6㎞에 위치하여 미국(지하 2~6㎞)보다 깊고, 지질 구조 유형도 다양해 해외 탐사 및 개발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8). 또한 셰일가스 개발기술이 부족해 대규모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대규모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9).

(4) 러시아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러시아는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셰일가스 개발동향을 주시하면서 향후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총리로서의 마지막 국정보고 연설 및 질의응답에서 러시아 가스 업체들이 시장 환경의 변화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글로벌 시장의 수급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10).
또한 가즈프롬(Gazprom)은 그동안 셰일가스 확산 움직임을 ‘거품(bubble)'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에너지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보다 효율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11). 가즈프롬은 유럽이 셰일가스 개발에 필요한 설비가 부족하고 환경 문제, 토지소유권, 수자원 소비 및 이용 등을 둘러싼 법적 제한조항이 많아 단시일 내에 셰일가스 개발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12).
그러나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증대로 LNG 시장이 확대되고, 러시아의 잠재 가스 수출시장인 중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향후 러시아의 가스 가격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13). 러시아는 전통 천연가스 개발 및 수출에 집중하면서 LNG 시장 진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LNG 시장 확대추세에 따라 가스수출국포럼(GECF)을 보다 조직화하여 글로벌 LNG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14). 그러나 유럽의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러시아의 유럽 가스시장 점유율이 2009년 27%에서 2040년 13%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GECF의 유럽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15). 이에 러시아는 GECF 회원국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LNG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야말 LNG 프로젝트를 위해 LNG 수출 대국인 카타르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16).
또한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17).

(5) 유럽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수입의존도 절감 및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에너지원 확보 차원에서 셰일가스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카스피해와 유럽을 연결하는 나부코(Nabucco) 가스관 건설은 참여국간 이견이 많아 추진이 지연되고 있으며, 최근 기존 나부코 프로젝트를 수정해 1,300㎞의 나부코 웨스트 가스관을 건설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18).
지난 2월 발표된 브루킹스 보고서에 따르면(19) 유럽은 재정위기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이 주춤한 상황이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독일이 원자력 발전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안정적인 대체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해 셰일가스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지난해 말 발표한 ‘EU 에너지 로드맵 2050’을 통해 셰일가스가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20).
폴란드는 유럽 국가들 중 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매우 강하다. 폴란드는 러시아 가즈프롬과의 천연가스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러시아와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21).
그러나 폴란드의 지형적 특성에 기인한 높은 개발비용 및 부족한 인프라 및 설비 문제 등으로 향후 상업적인 생산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22). 폴란드는 셰일가스 매장층이 미국보다 깊고, 지질구조가 복잡하여 셰일가스 추출 및 가공비용이 더 많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3). 또한 폴란드에는 파이프라인, 저장설비, 시추설비 등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24).
유럽의 셰일가스 매장층은 인구밀집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 개발에 따른 환경적 부담이 더욱 크다. 이에 따라 프랑스 토탈은 지난 1월 체사피크와 에너베스트(EnerVest)로부터 오하이오주 동부 유티카 셰일가스전 지분 25%를 23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해외 셰일가스 개발사업에 진출하고 있다(25).

(6) 중남미
중남미 최대의 셰일가스 자원량 보유국인 아르헨티나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천연가스 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을 장려하는 제도개선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경제위기 이후 아르헨티나는 민생안정을 위해 가스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통제하였는데, 이에 따라 2006년 이후 생산량은 감소한 반면 가스 수요는 급증하여 2008년경부터는 천연가스에 대한 순수입 국가로 전환되었다(26).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스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 시작하여 2008년 3월에는 민간 부문의 가스전 탐사 및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가스 플러스(Gas Plus)’ 프로그램을 추진하였고, 이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는 남미 최초의 셰일가스 개발 국가가 됐다.
멕시코 정부는 2012년 2월 ‘국가 에너지 전략(Estrategia Nacional de Energia) 2012-2026’을 발표하고, 셰일가스 개발을 통한 천연가스 증산 및 파이프라인 증설 등 인프라 현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1) 자원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수평시추, 수압파쇄 등 기술적 측면의 혁신뿐만 아니라 인프라·전문인력·자금력 등이 결합된 산업적 기반 위에서 가능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자원개발은 정부의 지원 하에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향후 태양광·풍력·조력·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약 97%이고 석유·가스 부문의 자주개발률이 13.7% (2011년 기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원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국내 석유 및 가스 수입량의 40%를 자주개발로 충당하기로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러한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원개발 산업기반 및 전문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관련 공공기관 및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지분투자 등을 통해 미국 셰일가스 개발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들의 사례를 검토하여, 한국가스공사 등을 중심으로 한 현실적인 자원개발사업을 모색해야 한다.



(2) 국제 에너지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
우리나라는 셰일가스 개발이 가져올 수 있는 국제 에너지 산업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국내 기업들이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셰일가스 개발에 따라 국제 산업구조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화학산업과 천연가스 공급량이 풍부해지면서 활성화될 수 있는 유통산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미국 석유화학산업은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원료를 통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므로 가격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추출되는 납사(naphtha)를 이용하므로 저렴한 석유화학제품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의 개발에 역점을 두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관련 기업과 M&A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석유화학제품은 자동차, 스마트폰 등 대부분의 고부가가치 제품의 소재로 투입되는 만큼 관련 시장의 규모는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셰일가스 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되면 가스 수출을 위한 LNG 물량이 늘어나고 국제 천연가스시장의 경직성도 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국내기업의 대응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LNG 수출 및 현물거래가 증가하면서 LNG를 운송할 수 있는 LNG선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LNG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 LNG 액화 플랜트 및 가스 수송관 건설수요도 늘어날 것이므로 이와 관련된 한국가스공사, 건설업체, 기자재 관련 중소기업체 등의 공동진출을 위한 협력방안이 필요하다. 이 밖에 가스 발전설비 수요증가에 대응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3) 에너지 공급 안정성 강화
전 세계적으로 셰일가스 개발 및 생산이 본격화되면 공급물량 증가와 가격인하로 인해 천연가스 도입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므로 우리나라도 이를 반영하여 에너지 믹스 정책 차원에서 천연가스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천연가스 공급 안정성을 위해 에너지 지정학에 따른 국제관계 변화를 주시하고, 양자간 또는 다자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LNG 도입에 있어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미국, 캐나다 등 정치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셰일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나라들로 LNG 수입선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지분투자 등을 이용하여 현지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당해 국가로부터 LNG 도입을 안정화하면서 합작기업 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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